[비즈니스포스트] 금융권이 KDB산업은행의 부산이전 문제를 놓고 시끄러운 가운데 농협중앙회와 수협중앙회의 지방 이전을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지방 이전이 필요하다는 측에서는 농협중앙회와 수협중앙회가 농업인과 어업인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현장'인 농어촌지역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 금융권이 KDB산업은행의 부산이전 문제를 놓고 시끄러운 가운데 농협중앙회와 수협중앙회의 지방 이전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시선을 끌고 있다. |
다만 노동조합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두 기관에서 당면하고 있는 다른 이슈도 있어 이전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김 의원은 농협중앙회와 수협중앙회 본사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내용을 담은 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수산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각각 발의해 놓고 있다.
두 법률안은 각각 ‘중앙회는 서울특별시에 주된 사무소를 둔다’는 조항을 삭제하고 주된 사무소의 소재지를 국가균형발전을 고려해 정관으로 정하도록 하게끔 개정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김 의원은 법률안 제안이유서에서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기관들의 추가 이전이 필요한데 농협중앙회와 수협중앙회의 주된 사무소를 서울에 두도록 하는 규정은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과 상충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10월 언론과 인터뷰에서 두 기관의 지방 이전과 관련해 “농민과 어민의 대표기관인 농협, 수협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고 농어촌 공동체를 지켜나가는 의지의 표현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두 법률안은 아직 국회 상임위원회에 상정되지 못한 상황이라 관련 논의가 제대로 시작되지는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1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법안심사위원회 전체회의에 두 법률안이 상정될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으나 이날 심사 안건에서 제외됐다.
김승남 의원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법안 상정에 여야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조금 더 논의해보고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향후 농협중앙회와 수협중앙회의 이전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있다.
윤석열정부가 KDB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부산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도 공공기관의 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 농협중앙회와 수협중앙회의 본점을 유치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지역은 전라남도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4월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두 기관의 이전을 건의했고 10월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을 만나 이전 검토를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농협중앙회와 수협중앙회 이전 문제가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시선도 나온다.
우선 각 중앙회장의 연임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법률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먼저 논의될 것으로 보여 이전 문제와 관련된 논의는 뒤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는 국회와 협의를 통해 농협중앙회장 연임제 전환 등을 담은 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의견수렴을 위한 토론회와 설명회를 30일까지 진행한다.
농협중앙회장의 임기는 2024년, 수협중앙회장의 임기는 2023년으로 각각 끝나기 때문에 국회는 두 기관의 이전보다는 중앙회장의 연임 허용 문제에 집중할 수 있다.
게다가 노동조합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이전 논의를 어렵게 한다.
두 기관의 이전을 담은 법안들이 상임위원회에 상정되지 못한 것과 관련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에서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이 소속된 더불어민주당에 강하게 항의한 영향을 받았다는 말도 들려온다.
산업은행이 부산이전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처럼 두 기관의 이전 논의가 시작된다면 직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설 수 있는 셈이다.
한 노동조합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두 기관의 지방 이전이 절대 안 되도록 할 것이다”며 “어떤 시도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막아낼 것이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