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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전자와 상사에 '재무 특공대' 투입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04-01 20: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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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무, 전자와 상사에 '재무 특공대' 투입  
▲ 구본무 LG그룹 회장 <뉴시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새로운 선택을 했다. LG그룹의 주력 회사인 LG전자와 LG상사에 각자대표 체제를 구축했다. 수익성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 위기 속에서 내린 결단이다.


구 회장은 지난달 초 임원 세미나에서 “승부를 걸기로 한 분야는 직접 사업책임자와 함께 심도있게 논의하며 제대로 추진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CEO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어 LG전자와 LG상사에 대해 최근 열린 주총에서 각자대표 체제를 빼들었다.


LG전자와 LG상사는 그동안 구본준 부회장과 이희범 부회장이 ‘원톱체제’로 경영해 온 곳이다. LG그룹에서 둘의 무게감은 만만찮다. 구 부회장은 구 회장의 동생이다. 오너의 가문이고 핵심이다. 구 부회장은 2011년부터 LG전자를 맡아왔다. 이 부회장은 LG그룹이 공을 들여 영입한 거물이다. 정관계와 학계, 산업계를 두루 거친 ‘마당발’이다.


두 사람이 맡고 있는 회사는 LG그룹의 핵심이다. LG전자는 LG그룹의 ‘간판’이다. 지난해 LG그룹 11개 상장사의 전체 매출액은 155조6204억 원이었는데 LG전자 혼자 매출 58조1404억 원을 만들었다. 그룹 전체 매출의 37.4%를 차지한다.


LG상사는 ‘자원 전문회사’를 표방하는 곳이다. LG상사는 업계 최대 규모의 자원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도 그룹 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LG상사는 지난해 12조727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룹 전체 매출의 7.8%를 차지한다.


이런 두 곳에 각자대표 체제를 도입했다. 각자대표로 선임된 이들은 모두 ‘재무통’들이다. LG전자 각자대표가 된 정도현 LG전자 사장은 최고재무책임자(CFO)출신이다. LG상사 각자대표가 된 송치호 LG상사 부사장은 최고운영책임자(COO)인데 재무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 두 사람 모두 그룹에서 인정하는 재무 전문가들이다.


각자대표 체제는 단독대표의 부담을 줄여줄 든든한 조력자를 붙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단독대표의 권한을 줄이고 독선적 결정을 막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구 부회장과 이 부회장의 힘을 어느 정도 빼는 것이다. 구 부회장과 이 부회장은 앞으로 재무 부문에 관한 한 정 사장과 송 부사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기업에서 재무를 장악하면 절반 이상의 힘을 얻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제품개발을 비롯해 영업 등에서 재무적 판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구 부회장은 오너지만 적어도 재무 분야에서는 정 사장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됐다. 곧 어떤 일을 하려고 해도 사업성과 수익성을 따져본 다음에야 집행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특히 이 부회장의 경우 지난해 11월 말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된 지 겨우 4달 만에 송 부사장과 권한을 나누게 됐다.


이는 구본무 회장의 고민이 그만큼 깊다는 뜻이기도 하다. 갈수록 떨어지는 수익에 대한 깊은 고민 끝에 내린 선택이 재무통을 전진배치한 각자대표 체제인 셈이다. 무엇보다 LG전자와 LG상사에 재무적 판단을 더욱 중시할 수밖에 없음을 강하게 표시한 것이다. 또 그룹 전체를 향해 재무 건전성의 확보가 절체절명의 과제라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구 회장은 일단 주사위를 던졌다. 구 회장이 선택한 각자대표 체제는 LG전자와 LG상사를 순항하게 할 것인가?


◆ 각자대표 제도로 위험 분담과 효율적 경영 가능한가


각자대표제는 기업의 사업규모가 비대해지고 각 사업부문의 영역이 명확하게 구분되면서 등장했다.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의 사업규모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따라서 대표 1인이 모든 부분을 총괄하기가 어려워졌다. 또 각 부문이 전문화되면서 해당 분야에 대한 능력을 갖춘 전문경영인의 필요성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오너 경영을 하는 곳일수록 전문경영인들을 경영에 참여시켜 효율적 경영을 이뤄야 한다는 요구는 높아지고 있다. 이번에 각자대표제를 도입한 LG전자도 같은 맥락이다. LG전자는 “부문별로 의사결정을 하면서 회사의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도 반영해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사업성을 극대화하고 책임경영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단독대표제의 경우 대표 1인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되는 만큼 위험도 높다. 대표 한 사람이 회사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각자대표제는 이런 위험요인을 어느 정도 분산할 수 있다.


각자대표 체제는 여러 명의 대표이사가 존재한다는 측면에서 공동대표 체제와 유사하지만 대표이사가 각자 권한을 단독으로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동대표제와 구별된다. 공동대표제는 복수의 대표가 합의를 해야 하는 탓에 상대적으로 의사결정이 느리다. 그러나 각자대표제는 대표 각자가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물론 각자대표제는 단독대표제처럼 대표 한 사람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도 있다. 다만 대표가 두 명 이상 존재하기 때문에 단독대표제보다 상호 견제기능은 더욱 높아진다.


◆ 구본무가 ‘재무통’을 선택한 이유


대개 각자대표 체제는 사업 부문별로 역할을 나눠 책임경영을 한다. 그러나 이번에 구본무 회장이 LG전자와 LG상사에 도입한 각자대표 체제는 이런 일반적 각자대표제와 다르다. 새로 선임된 각자대표들의 역할이 각 사업부문이 아닌 재무 쪽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은 보통 경기가 어려울 때 재무전문가들을 중용해 내부관리에 들어가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구본무, 전자와 상사에 '재무 특공대' 투입  
▲ LG전자의 각자대표를 맡게 된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왼쪽)과 정도현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겸 사장(오른쪽) <뉴시스>

구본무 회장이 재무통을 등용해 각자대표 체제를 구축한 이유는 LG전자와 LG상사의 지난해 실적에서 그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LG전자는 주력 사업인 스마트폰 사업부(MC)의 부진을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LG전자는 뒤늦게 뛰어든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사들을 따라잡기 위해 과도한 출현을 감내해왔다. 구본준 부회장은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해 마케팅 비용과 연구개발비에 과감하게 투자했다.


그렇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애플이나 삼성전자와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중국 기업들은 무섭게 추격해 오고 있다. 무리한 마케팅비는 오히려 수익성 악화라는 늪이 되어 LG전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런 점을 반영한 듯 지난 3월 주총 날 LG전자의 주가는 5만88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LG전자 MC사업부는 지난해 12조9697억 원의 매출과 708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2012년과 비교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28.7%, 19.4%씩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은 0.55%에 불과했다. 1000원 어치의 휴대폰을 팔아 겨우 5원의 이익을 남긴 셈이다. 지난해 ‘G2’를 출시하면서 썼던 2000억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마케팅비가 주된 원인이었다.


수익성 악화는 각 사업 부문으로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 TV와 모니터를 담당하는 HE사업부는 2012년보다 5.3% 줄어든 21조1519억 원의 매출과 13.4% 감소한 4048억 원의 영업이익을 지난해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91%로 떨어져 2%대 밑으로 후퇴했다.


일반 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부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21.4%나 줄어들었고 영업이익률은 2012년 4.72%에서 지난해 3.52%로 크게 떨어졌다. 그나마 에어컨을 담당하는 AE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이 2012년 4.3%에서 지난해 6.02%로 크게 오른 것이 LG전자의 위안거리다.


크리스 박 무디스 부대표는 지난달 26일 열린 한 세미나에서 LG전자의 수익성이 회사 규모에 걸맞지 않는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지목한 낮은 수익성의 원인은 모바일 시장에서 LG전자의 낮은 점유율이었다. 그는 “LG전자가 품질 개선이나 마케팅을 통해 점유율을 높이더라도 큰 폭의 수익성 제고를 이끌어낼 만큼의 수준은 못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LG전자의 신용등급 강등도 같은 이유라는 게 크리스 박 부대표의 설명이었다.


LG상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1년 새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다. LG상사가 지난 1월 발표한 지난해 실적은 매출 12조727억 원에 영업이익 983억 원이었다. 2012년에 비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6%, 52.2%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80.8%나 떨어져 441억 원을 기록했다.

  구본무, 전자와 상사에 '재무 특공대' 투입  
▲ LG상사의 각자대표를 맡게 된 이희범 LG상사 부회장(왼쪽)과 송치호 LG상사 부사장(오른쪽) <뉴시스>

한 업계 전문가는 “LG상사의 경우 세계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마진율이 높은 철강과 석유화학 제품 등 주요 거래 품목의 수출이 줄었다”며 “LG상사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던 자원개발 사업도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크게 감소했다”고 진단했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LG상사가 올해는 실적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업황이 좋지 않고 세계경기가 언제 회복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비용절감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지적은 빼놓지 않는다. LG상사 관계자는 “올해 보유 광산과 광구의 원가절감 등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본무의 깊은 고민


구본무 회장은 올해 초부터 위기론을 꺼내들며 임직원들에게 혁신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승부사업은 직접 챙기겠다고 당부도 했다. 하지만 이런 조처만으로 날로 악화되는 LG그룹의 수익성을 회복하기 쉽지 않다고 본 듯하다.


구 회장은 LG그룹 안팎의 지적대로 허리띠를 동여맬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마케팅비 등을 투입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이를 통해 수익성을 높일 수 없다면 비용 통제를 통해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재무통을 각자대표로 새로 선임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LG전자의 경우 기존 ‘구본준식 경영’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본준 부회장의 방식대로 ‘스마트폰 올인 전략’을 계속 밀어 붙인다면 수익성 회복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수익성 악화 상황이 지속될 경우 구본준 부회장의 리더십에 상처가 생기고 책임론도 등장할 수 있다.


구본무 회장은 그런 상황을 맞고 싶지은 않을 것이다. 구본준 부회장은 단순히 LG전자의 수장일 뿐 아니라 구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 LG전자 부장의 경영권 승계를 돕는 징검다리 역할도 어느 정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구본무 회장은 LG전자의 재무구조를 강화하고 수익성을 관리할 적임자로 정도현 사장을 택했다. 정 사장은 LG전자 재무팀에서 과장과 부장 시절을 보냈고 구조조정본부를 거쳐 2008년 LG전자 CFO로 임명되기 전까지 LG그룹 재경팀장을 맡았다. 구본무 회장은 정도현 사장이 LG전자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구본준 부회장과 책임을 분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구본무 회장은 이희범 부회장과 송치호 부사장의 ‘투톱체제’가 반토막 난 LG상사의 수익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 같다. 다방면에 걸친 경험과 화려한 인맥을 보유한 이 부회장에게 영업을 맡기고 그룹 안에서 ‘독종’이란 평가를 받는 송 부사장에게 내부 살림을 맡기는 구도를 선택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1972년 제12회 행정고시에서 수석 합격하며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제3대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을 맡았으며 2003년엔 제8대 산자부 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장관 임명 전엔 제7대 서울산업대학교 총장을 역임하면서 학계와 인연을 맺었다. 2013년 LG상사 고문으로 오기 전까지 STX그룹에서 에너지와 중공업, 건설 부문의 회장을 맡으며 재계와 인맥도 쌓았다.


송 부사장은 1984년 LG상사 국제금융과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동안 재경과 경영기획, 자원과 원자재 부문 등 다양한 분야의 일을 성공적으로 맡아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7년 구본준 부회장이 LG상사에 있을 때 매사에 치밀한 송 부사장을 주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독종 근성 덕분에 송 부사장은 2006년 임원 승진 이후 9년 만에 각자대표에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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