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주도 AI 열풍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역할 커져, 젠슨 황 "생산 확대" 요청 주목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6월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전시회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열풍에 핵심 협력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는 외신의 평가가 나왔다.

특히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SK하이닉스에 메모리반도체 생산 확대를 공개적으로 요청한 사례가 지금보다 심각한 공급 부족 사태를 예고하는 신호로 꼽힌다.

◆ 엔비디아 젠슨 황 “메모리반도체 생산 늘려달라” 요청 주목

16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AI 열풍이 엔비디아뿐 아니라 다른 반도체 기업들에도 큰 기회를 열고 있다”며 “전 세계 IT시장에서 힘의 균형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젠슨 황 CEO가 2일부터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기술 콘퍼런스 ‘컴퓨텍스2026’에 참석해 SK하이닉스의 전시장을 방문한 일을 예시로 들었다.

젠슨 황은 SK하이닉스의 전시용 메모리반도체 웨이퍼(반도체 원판)에 서명하고 ‘생산을 늘려 달라(Please make more)’는 메시지를 남겼다.

뉴욕타임스는 젠슨 황이 ‘농담 반 진담 반’의 요청을 보냈다는 해석을 전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메모리반도체를 비롯한 핵심 부품의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했다는 의미다.

엔비디아는 뛰어난 연산 성능을 갖춘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인공지능 반도체로 빅테크를 비롯한 전 세계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 열풍을 주도했다.

자연히 인공지능 시장 성장의 수혜가 엔비디아에 집중되고 있는데 고사양 메모리반도체도 이와 더불어 필수 부품으로 자리잡으면서 수요가 급증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인공지능 모델의 성능이 더욱 높아지면서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뿐 아니라 저장하고 불러오는 능력도 중요해져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비롯한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게 됐다고 전했다.

자연히 세계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각각 1~2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가장 큰 수혜를 보며 전례 없는 수준의 호황기를 맞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인공지능 반도체 생태계의 중심축을 설계했지만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으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엔비디아 주도 AI 열풍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역할 커져, 젠슨 황 "생산 확대" 요청 주목

▲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전시장 홍보용 사진. <삼성전자>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메모리반도체 중요성 더 커진다

뉴욕타임스는 고성능 메모리반도체가 인공지능 인프라 공급망 차질에 가장 큰 원인으로 떠오르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역할이 지금보다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젠슨 황 CEO는 2025년 10월과 2026년 5월에 한국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 경영진을 만났다. 한국의 메모리반도체 산업을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대만 컴퓨텍스 행사장에서 한 반도체 업계 엔지니어가 젠슨 황 CEO의 SK하이닉스 메모리반도체 생산 확대 요청을 두고 “돈을 더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이 중장기 수요 전망에 자신감을 두고 더 적극적으로 생산 투자를 늘리려면 결국 지금과 같은 호황기가 더욱 강력하게 이어져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는 그동안 수요와 공급 물량의 변화에 맞춰 호황기와 불황기를 반복해 왔다.

제조사들이 무리하게 생산 투자를 늘리거나 고객사들의 수요가 급격히 줄어 공급 과잉이 벌어진다면 가격이 떨어지며 지금과 반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엔비디아와 같은 대형 고객사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기업과 대량의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한다면 수요 부진과 관련한 우려를 덜 수 있다.

구글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도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들과 장기 계약을 추진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오히려 HBM과 D램, 낸드플래시 공급 부족 심화에 따른 호황기가 더 강력해지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생산 확대 계획과 관련한 뉴욕타임스의 질문에 “고객사 수요 대응을 위해 반도체 공장 건설을 앞당기며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고 응답했다.
 
엔비디아 주도 AI 열풍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역할 커져, 젠슨 황 "생산 확대" 요청 주목

▲ 엔비디아 주도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열풍 지속에 따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혜 관련 그래픽. <챗GPT 제작>


◆ 빅테크 AI 투자 2027년에도 대폭 증가 전망, 반도체 수요 ‘청신호’

증권사에서도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앞으로 더 늘어나면서 공급 부족 상황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 계열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빅테크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투자가 2027년에도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JP모간의 예측을 전했다.

JP모간은 보고서를 내고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메타와 오라클, 구글 지주사 알파벳의 2027년 투자 금액 예상치를 1조1천억 달러(약 1664조 원)로 제시했다.

2026년 전망치인 6500억 달러(약 983조 원)과 비교해 큰 폭으로 늘어나는 수치다.

JP모간은 내년 투자 확대를 예측한 핵심 근거로 반도체 수요 증가를 들었다. AI 데이터센터에 첨단 반도체를 꾸준히 도입하는 일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엔비디아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에 최소한 2027년까지 강력한 수요 증가 추세가 수혜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투자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지속적으로 조달할 수 있을지가 가장 중요한 리스크로 지목됐다.

다만 JP모간은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기업들이 충분한 초기 투자 수익을 거두면서 자금 조달에도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있어 아직까지 큰 문제는 파악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 및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메모리반도체의 최종 고객사인 빅테크 기업들의 자금 여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 지금과 같은 호황도 장기간 지속될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뉴욕타임스는 증권사 UBS의 분석을 인용해 “메모리반도체는 한때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던 지루한 산업으로 평가받았지만 이제는 전 세계 인프라의 핵심으로 떠올랐다”며 “관련 기업들이 사실상 인공지능 경제의 ‘철도’를 구축하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