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은행들이 잇달아 수신금리를 높이면서 예금 고객 모시기에 힘을 싣고 있다.

하반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증시 호황에 따른 '머니무브(자금이동)'에 대응도 필요한 만큼 향후 수신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증시 활황에 기준금리 인상 예고까지, 은행권 수신금리 경쟁 모드 본격 돌입

▲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일제히 높이면서 자금 이탈 가능성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설치된 ATM. <연합뉴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최근 예·적금 등 수신상품 금리를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케이뱅크는 5월29일 ‘코드K 정기예금’ 1년 만기 금리를 기존 3.30%에서 3.41%로 0.11%포인트 올렸다.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의 조정폭은 더 컸다.

카카오뱅크는 5월27일 ‘정기예금’ 1년 만기 금리를 기존 3.20%에서 3.40%로 높였다. 토스뱅크는 5월22일 ‘먼저 이자 받는 정기예금’ 1년 만기 금리를 기존 3.00%에서 3.20%로, 3개월 만기 금리는 2.70%에서 3.00%로 높였다.

시중은행 역시 수신금리 인상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5월27일 ‘쏠편한정기예금’ 1년 만기 금리를 기존 2.85%에서 2.90%로 0.05%포인트, 우리은행은 5월19일 ‘원(WON)플러스예금’ 3개월 이상 6개월 미만 만기 금리를 기존 2.65%에서 2.75%로 0.10%포인트 높였다.

KB국민은행도 5월18일 ‘KB스타정기예금’ 6개월 이상 12개월 미만 만기 금리를 기존 2.80%에서 2.85%로 0.05%포인트 올렸다.

NH농협은행은 5월 여러 차례 금리를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6월4일 기준 ‘채움정기예금’ 1년 만기 금리는 5월1일과 비교해 0.17%포인트 높아졌다.

개별 은행뿐만 아니라 은행업계 전반적으로도 수신금리 인상 흐름이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규취급액 기준 국내 예금은행의 월평균 수신금리는 2026년 4월 3.04%로 집계됐다. 3%를 넘긴 건 2025년 1월(3.06%) 뒤 처음이다.

은행들이 이처럼 수신 금리를 다시 끌어올리는 배경에는 증시 활황에 따른 자금 이탈 압력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주식시장이 호조를 보이면서 은행 예금에 묶여 있던 안전자산이 증시 투자 자금으로 유입되는 ‘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금리 매력을 높여 대응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안성학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5월26일 보고서에서 “1분기 예금은행 원화예금에서 가계 저축성예금은 3조2천억 원 순유출 됐다”며 “1분기 은행예금 순유입 규모 역시 21조1천억 원으로 증시주변자금(투자자예탁금 등) 순유입 규모 31조8천억 원과 비교해 적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최근 압도적 주가 상승의 영향으로 가계의 저축성예금이 주식시장으로 상당폭 이동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국내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유동성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증시 호황에 자금 이동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는 상황을 지켜보는 가운데 선제 대응 차원에서 수신금리를 높이는 움직임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수신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 은행채 금리 등 시장금리가 선제적으로 상승한다. 은행들도 이에 맞춰 수신금리 조정했다는 것이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기성 자금 이동이 나타난 것은 맞다”면서도 “머니무브 자체보다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반영해 시장금리가 오르는 것이 수신금리 상승에 더 큰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본다”고 말했다.
 
증시 활황에 기준금리 인상 예고까지, 은행권 수신금리 경쟁 모드 본격 돌입

▲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5월28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국은행 생중계 화면 갈무리>


다만 이를 고려하면 은행들이 당분간 수신금리 인상 경쟁을 이어갈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한국은행이 사실상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만큼 추가 상승 여력이 있어서다.

은행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자금이동 흐름과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따른 시장금리 변동 상황을 복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수신금리가 지금보다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5월28일 금융통화위원회 뒤 기자간담회에서 “물가를 보나 성장을 보나 환율을 보나 부동산을 보나 갈 길이 비교적 명확하다”며 “앞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함으로써 여러 요소를 일관성 있게 관리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전망을 강화하고 있다.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5월29일 보고서에서 “기준금리 인상 시계가 기존 예상보다 더 빠르게 돌아갈 것으로 전망한다”며 “기존에는 2026년 8월과 2027년 2월 기준금리 인상을 전망했으나 2026년 7·10월과 2027년 1월 인상 전망으로 수정한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2.50%다. 올해 7월과 10월 0.25%씩 2번 기준금리를 올린다면 연말 기준금리는 3.00%로 2025년 1월 이후 약 1년9개월 만에 다시 3%대에 오르게 된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