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경쟁 국면이 기술과 서비스 개발을 넘어 ‘수익화’로 넘어가면서, 국내외 플랫폼 기업들이 커머스 분야에서 사활을 건 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네이버 등 IT 기업은 물론 쿠팡, 이마트 등 유통 인프라를 갖춘 기업들까지 AI 쇼핑 시장에 속속 참전하면서, 상대적으로 커머스 기초 체력이 약한 카카오 정신아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빅테크부터 유통기업까지 'AI 쇼핑'으로 수익화 전쟁, '커머스' 약한 카카오 정신아 수세 몰리나

▲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지난 3월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연임을 확정 짓고, 새 임기 내 핵심 과제로 'AI 수익화'를 제시했다. <카카오> 


13일 IT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글로벌 AI 경쟁의 축이 거대언어모델(LLM) 등 기술 성능 대결을 넘어 실질적 매출을 일으키는 수익화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기업들은 AI를 적용한 커머스 부문이 AI 수익화를 이끌 수 있는 대표 분야로 판단, 공격적으로 관련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AI 커머스 부문은 이용자의 구매 내역 분석을 통해 선호와 취향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 광고에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결제 수수료까지 확보할 수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승부처가 AI 모델의 성능 대결을 넘어 커머스와 광고라는 가장 확실한 수익원으로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구글을 필두로 한 빅테크 기업들의 행보가 위협적으로 다가온다.

구글은 지메일, 드라이브 등 각종 서비스로 축적한 방대한 사용자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또 2021년부터 구축한 제품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전 세계 500억 개가 넘는 상품 정보를 등록하고, 매 시간 20억 개 이상의 제품 재고 상태와 가격, 배송 정보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있다.

커머스 분야가 AI 에이전트의 최대 격전지가 되면서 기존 유통 강자들도 속속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은 자체 AI 개발 대신 빅테크의 기술력을 빌려와 AI 커머스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는 최근 오픈AI와 파트너십을 맺고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이마트 내 상품 추천부터 결제까지 지원하는 AI 쇼핑 에이전트를 개발키로 했다. 쿠팡 역시 방대한 물류 데이터와 AI 추천 시스템을 결합해 수익성과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카카오의 직접 경쟁자인 네이버도 AI 커머스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네이버는 최근 대화형 AI 서비스인 ‘하이퍼클로바X’를 4월 종료하고, 기술 역량을 AI 수익화에 쏟고 있다. 오픈AI의 챗GPT, 구글 제미나이 등과의 LLM 기술 모델 규모 경쟁에서 벗어나 실질적 AI 수익성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지난 2월에는 AI 쇼핑 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에이전트 베타 서비스를 탑재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빅테크부터 유통기업까지 'AI 쇼핑'으로 수익화 전쟁, '커머스' 약한 카카오 정신아 수세 몰리나

▲ 카카오의 AI 메이트 서비스 '카나나 인 카카오톡'이 3월17일 정식 출시됐다. 회사는 카나나가 커머스를 중심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


카카오의 AI 수익화 전략도 커머스를 중심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회사는 지난 3월 AI 에이전트 ‘카나나’ 서비스를 정식 출시하고 현대백화점, 무신사, 올리브영, 삼쩜삼 등 파트너사를 카카오툴즈에 추가했다. 향후 외부 서비스와 연동해 실질적 거래를 유도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구독료를 핵심 AI 서비스 수익원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최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카나나의 다양한 사업모델 시나리오 중 커머스 비중이 가장 높았다”고 말했다.

다만 카카오의 자체 커머스 경쟁력은 시장 상위 사업자들과 비교해 미진한 수준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카카오의 점유율(거래액 기준)은 5.0%로, 쿠팡과 네이버, 신세계 등에 밀린 5위에 그쳤다.

지난해 커머스 매출 실적에서 네이버(3조6884억 원)가 카카오(9510억 원)를 압도하고 있다. 연간 총 거래액(GMV) 역시 카카오는 약 10조6천억 원에 그쳐, 네이버(약 51~52조 원 추정)와 5배 가량 차이가 났다. 

자체 커머스 경쟁력이 부족할 경우 가격, 재고, 배송 규정 등 각기 흩어져 있는 정보를 통합하는 데 한계가 있다. 현재 카카오 커머스의 중심축인 ‘선물하기’ 역시 관계형 소비에 특화돼 있어 범용 쇼핑 AI 에이전트로 확장할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카오는 외부 파트너사들과 협업을 늘리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중개형 모델’이 가진 한계를 우려한다. 

오픈AI도 지난해 챗GPT 내부에서 상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즉시 결제’ 기능을 선보였으나, 최근 제품 추천과 검색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챗봇 안에서 이뤄지는 결제 전환율이 기대보다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IT 매체 와이어드에 따르면 월마트는 챗GPT를 통해 20만 개 상품의 챗GPT 내 즉시 결제를 지원했지만, 구매 전환율은 자사 웹사이트와 비교해 3분의 1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카카오의 실질적 AI 수익화가 단기간 내 가시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2026년은 카나나의 기능을 확장하고 사용자 경험을 쌓는 시기가 될 것”이라며 “본격적 수수료 및 구독 매출 발생은 2027년부터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