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건국 250주년과 자신의 80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연 격투기 대회 'UFC 프리덤 250'에 참석해 경기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동맹국까지 대상에 포함한 이번 접근 통제로 미국을 겨냥한 반발 심리가 확산해 딥시크와 같은 중국산 AI 모델에 오히려 기회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 AI 분야 통제, 반도체 수출규제에서 AI 모델 사용규제로 확장
15일 미국 AI 분석매체 ‘인터커넥트 AI’는 “트럼프 정부가 AI 통제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을 쐈다”고 보도했다.
이는 트럼프 정부가 현지시각 지난 12일 국가안보를 들어 외국 국적자를 대상으로 앤트로픽의 최신 AI 모델인 미토스5와 페이블5의 접근을 전면 차단하는 지침을 내린 데 대해 논평한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미토스5와 페이블5 모델을 악용하면 금융과 같은 분야에서 정교한 사이버 공격을 극적으로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을 사용 통제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동안 미국의 AI 분야 통제 정책은 엔비디아의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AI를 구동하는 반도체와 장비에 주로 초점을 맞췄다. 통제 대상도 중국과 같은 일부 국가로 제한했다.
그러나 이번 앤트로픽 모델 사용 금지는 모든 외국인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미국 정부가 AI를 사이버 공격과 군사 계획 등에 활용될 수 있다고 판단해 AI 모델을 사실상 전략무기 수준으로 관리하려는 신호라는 해석도 나온다.
로이터는 “미국의 이번 조치는 적대국을 포함해 외국의 AI 성장을 저지하려는 노력을 대폭 강화하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 오픈소스 AI 모델 종합 순위. <그래픽 챗GPT로 제작>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는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AI 경쟁력이 더 이상 반도체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컴퓨팅 자원과 AI 모델 접근권 등을 통제하는 다층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미국 정부에 제언했다. 싱크탱크의 이러한 주장이 이번 앤트로픽 모델 사용 제한으로 현실화한 모양새다.
미국 민주당에서도 인공지능 모델 수출통제 정책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회전문지 더힐의 14일자 보도를 보면 마크 켈리 연방상원의원(애리조나, 민주)은 “외부에서 AI를 활용해 연방정부와 금융 시스템에 접근하는 상황이 우려된다”며 이번 트럼프 정부의 조치를 지지했다.
이러한 초당적 지지는 앞으로 AI 모델 수출통제 정책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을 키우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앤트로픽 외에 오픈AI나 구글 등 기술 기업도 각각 챗GPT와 제미나이로 글로벌 사용자를 대거 유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특정 AI 모델에 대한 접근을 이처럼 광범위하게 제한하려는 정부 조치는 오픈AI, 구글, 메타를 포함한 모든 주요 AI 모델 개발사에도 적용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 방문객이 5월29일 중국 마카오에서 열린 기술 박람회에 방문해 AI 스마트글라스를 착용해 보고 있다. <연합뉴스>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등 미국의 우방국 이용자까지 앤트로픽 모델 접근이 차단되며 이들 나라에서는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유럽 사용자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미국의 사용 제한 조치를 놓고 “유럽이 기술 주권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는 지난 14일 아일랜드 방문 일정 중 기자단에 “특정 AI 모델에 의존하면 위험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며 "AI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미국의 접근 차단 조치는 호주와 영국, 캐나다와 뉴질랜드 등 미국의 정보 동맹인 ‘파이브아이즈’까지 포함한다”며 “이들을 러시아와 중국 및 이란과 같은 적대국과 같은 위치로 몰아넣었다”고 평가했다.
영국 주간지 더스펙테이터는 “각국 정부는 인공지능 접근 권한을 과거 핵무기처럼 통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다만 이번 미국 정부의 사용 제한 조치가 딥시크를 비롯한 중국산 AI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딥시크를 비롯한 중국 AI 모델은 개발자가 자신이 만든 AI 모델의 알고리즘과 설계 방식 등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오픈소스로 풀려 있기 때문이다.
딥시크는 2025년 1월20일 공개한 첫 번째 AI 모델 R1으로 당시 대세였던 챗GPT에 육박하는 성능을 저비용으로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세계 AI 시장에 충격을 던졌다.
물론 중국 정부도 지난 4월27일 미국 빅테크 메타의 중국계 AI 스타트업 마누스 인수 거래에 불허 명령을 내린 만큼 AI 모델에서도 미국과 같이 일방적으로 수출을 통제하는 정책을 펼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첨단 AI 반도체와 제조 장비 수출을 통제하고 있어 AI 모델의 경쟁력에도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많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AI 성능에서 미국에 1년 정도 뒤처져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사용 제한 조치에 반발하는 분위기가 퍼질수록 딥시크를 비롯한 중국 업체가 이러한 기류를 파고 들어 자국산 모델을 전 세계에 부각시킬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로이터는 “트럼프 정부의 조치는 딥시크와 알리바바 등 오픈소스 모델에 집중한 중국 업계에 유리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