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년2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시장에서는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잇달아 금리 인상 필요성을 강조한 만큼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달 말 하반기 경제성장전략 발표를 앞두고 성장동력 확충과 민생 안정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고물가에 금리 인상 초읽기, 정부 하반기 경제성장전략 발표 전 커지는 고민

▲ 소비자물가 3%대 재진입에 7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부의 하반기 성장전략도 시험대에 올랐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5월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본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데이터처가 2일 발표한 ‘2026년 5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올해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9.92로 지난해 5월보다 3.1%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를 기록한 것은 2024년 3월 이후 처음으로, 2년2개월 만의 최고치다.

물가 상승을 이끈 것은 이란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다.

5월 석유류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4.2% 급등했다. 휘발유 가격은 23.1%, 경유 가격은 33.3% 상승했다. 석유류 가격 상승의 물가 기여도는 0.92%포인트에 달했다.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도 3.3% 상승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부담이 적지 않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달 출범 1주년 경제 분야 핵심성과 발표에서 민생물가의 안정적 관리를 주요 성과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정부는 29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고 유류세 인하를 병행한 결과 3월 소비자물가를 0.6%포인트, 4월 소비자물가를 1.2%포인트 낮추는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실제 정부는 올해 들어 석유 최고가격제와 고유가 피해지원금, 농축산물 가격 안정 대책 등을 시행하며 고유가 충격이 민생경제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왔다.

하지만 물가 상승은 이제 통화정책 전환을 부르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5월28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하면서도 긴축 전환 신호를 강하게 보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에는 물가를 보나 성장을 보나 환율을 보나 부동산을 보나 갈 길이 비교적 명확하다”며 “앞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함으로써 여러 요소를 일관성 있게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 총재는 1일 ‘BOK 국제콘퍼런스’에서 에너지 가격 상승에도 반도체 수출 호조로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다며 “통화정책상 고려해야 할 딜레마가 적어졌다”고 말했다.

이는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부담에도 반도체 중심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어 통화당국이 경기 둔화 우려보다 물가 안정에 더 무게를 둘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2.6%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2%에서 2.7%로 상향 조정했다. 

금통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에서도 연내 금리 인상 전망이 압도적으로 우세하게 나타났다. 전체 21개 전망 가운데 19개가 금리 인상을 가리켰다.
 
고물가에 금리 인상 초읽기, 정부 하반기 경제성장전략 발표 전 커지는 고민

▲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2026 BOK 국제 콘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장에서도 7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이날 리포트를 통해 “한국은행이 2026년 7월과 10월 기준금리를 인상해 연말 기준금리는 3.00%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물가 상승 압력과 금리 인상 가능성이 동시에 커지면서 하반기 성장전략의 정책 환경이 예상보다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일 확대간부회의에서 “6월 이후는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고 잠재성장률 반등의 기반을 마련할 ‘경제 대도약의 골든타임’”이라며 하반기 경제성장전략 준비를 주문했다. 정부는 중동전쟁 장기화에 대응한 경제안보 강화와 에너지 대전환, 잠재성장률 반등을 위한 구조개혁 등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의 핵심 과제로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금리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가계와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내수 회복과 투자 확대 정책의 효과가 제약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번 물가 급등이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외부 충격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앞으로 물가 흐름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와 한국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1년 전보다 각각 2.5% 올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밑돌았다.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0.8% 수준에 머물렀고, 농산물 가격은 0.8% 하락했다. 

아직 에너지 가격 상승이 경제 전반의 물가 불안으로 확산하는 단계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가 이달 말 발표할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은 ‘경제 대도약’을 위한 구조개혁 청사진과 함께, 가시권에 들어온 금리 인상 국면에서 내수와 투자 둔화 위험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