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윌리엄 리 니오 설립자 겸 CEO가 5월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기 SUV 신차 공개 행사장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BYD와 지리자동차 등 주요 전기차 업체가 자율주행이나 전고체 배터리와 같은 차세대 기술로 무게중심을 옮겨 대응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현지 기술을 적극 도입하며 중국 시장 진출에 다시 고삐를 죄고 있는데 기술 중심의 경쟁을 통해 과거 점유율을 회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중국 정부 전기차 출혈 경쟁에 제동, 수익성 악화에 경쟁 구도 '가격에서 기술로' 변화
1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승용차협회(CPCA)의 자료를 인용해 “올해 1~4월 중국 자동차 업계의 평균 이익률은 3.4%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같은 기간 중국 제조업 평균인 6.1%를 크게 밑도는 수치이다.
그동안 중국 전기차 업계는 저가형 차량 중심의 출혈 경쟁을 벌였다. 과잉 생산으로 시장이 포화 상태라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를 보려던 업체가 많았기 때문이다.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는 4월21일에 펴낸 보고서에서 “중국 자동차 기업은 과잉 생산과 가격 경쟁으로 사업 구조를 혁신하도록 압박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구나 중국 당국은 올해부터 전기차 구매에 따른 세금 감면 혜택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있다.
올해부터 중국에서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는 그동안 면제됐던 차량 구매세를 5% 납부해야 한다. 이 세율은 2028년 10%로 오를 예정이다.
세제 혜택 축소는 자연히 판매 감소로 이어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4월 중국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합한 친환경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 감소했다.
증권사 모간스탠리는 4월에 펴낸 보고서에서 올해 중국 자동차 판매 증가율이 지난해와 엇비슷한 수준에서 사실상 정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중국 전기차 시장의 경쟁 구도가 가격 할인에서 자율주행과 차세대 배터리로 이동하고 있다. <그래픽 챗GPT로 제작>
이에 중국 1위 기업 BYD와 지리자동차 등 주요 전기차 기업은 보급형 차량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벗어나 프리미엄 차량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 축소와 내수 성장 둔화가 겹치면서 가격 경쟁만으로는 성장이 어려운 국면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BYD는 지난 5월28일 광둥성 선전에서 진행한 기술 행사에서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용 반도체를 공개했다. 이 반도체는 '레벨4(기사 하단 용어설명 참조)'까지의 자율주행을 지원하도록 설계됐다.
BYD는 앞으로 3년 동안 지능형 주행 연구개발에 1천억 위안(약 22조4천억 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도 공개했다.
미국 교통안전국 분류에 따르면 레벨4 자율주행은 운전자가 차량 통제를 전혀 하지 않고 목적지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주행하는 단계를 뜻한다.
지리자동차와 샤오펑, 샤오미 등 전기차 업체들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차량용 반도체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BYD와 상하이자동차(SAIC)는 2027년 차세대 전고체배터리(용어설명 참조) 탑재 차량 출시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에 더해 니오와 세레스, 지커 등 다른 중국 전기차 기업은 상대적으로 고가인 50만 위안(약 1억1천만 원) 가격대의 프리미엄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잇따라 출시했다.
중국 정부도 ‘반내권(反内卷, 과잉경쟁 방지)’이라는 정책 기조 아래 업계에 과도한 가격 경쟁을 자제하라고 요구한 만큼 이러한 기술 경쟁 움직임이 더욱 강화될 공산이 크다.
닛케이아시아는 “중국 기업은 신기술 도입을 가속화해 다른 나라의 경쟁사보다 앞서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 기자들이 4월2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 모터쇼에서 현대자동차의 언론 공개 행사장에 모여 취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렇듯 중국 전기차 시장이 가격 경쟁과 양적 성장 단계에서 기술 경쟁 중심의 질적 성장 단계로 이동하는 국면은 현대차에도 과제를 던진다는 시각이 나온다.
현대차가 최근 중국 전용 전기차를 출시하고 현지 시장 공략을 다시 본격화하고 있어서다.
우선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 한화 기준 2천만 원대의 중저가 전기차 일렉시오를 출시하고 2025년 10월16일부터 사전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그 뒤 현대차는 중국 자율주행과 배터리 기술을 도입한 차량을 다수 도입하겠다고 예고하며 현지 시장 회복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지난 4월24일 베이징에서 연 미디어 간담회에서 “2030년까지 중국 법인에서 내수와 수출을 합해 연 50만 대의 차량을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대차는 첫 전략 모델인 아이오닉V에 중국 자율주행 기업인 모멘타의 기술을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배터리도 중국 배터리 1위 기업인 CATL 제품을 선택해 현지화 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중국 소비자가 자국 기업의 인공지능 자율주행 및 배터리 기술을 핵심 구매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향후 출시할 예정인 아이오닉E와 MPV(다목적차량), EREV(주행거리연장형차량)에도 중국 자율주행 기술 적용을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중국 전기차 업체가 인공지능 자율주행과 배터리 기술에 투자를 늘리면 현대차로서는 이들과 차별화할 수단이 마땅치 않을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2013년만 해도 중국에서 합산 10%대 점유율을 확보할 정도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2018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한국 배치에 따른 한한령(한국 상품 제한 정책)으로 점유율이 1%대로 떨어졌다.
올해 들어 현대차가 현지 기술을 적극 도입한 전기차로 중국을 공략하고 있지만 시장 무게중심이 기술력 싸움으로 옮겨가면서 현지 공략에 성공할 가능성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시장 분석가 가오 쉔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를 통해 현대차를 비롯한 해외 자동차 브랜드를 놓고 “중국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해 현지에서 신모델을 출시하고 있다”며 “하지만 실질적인 판매 성장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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