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준 모간스탠리인터내셔널 ESG리서치 부문장이 10일 서울 충무로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CDP 콘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석준 모간스탠리인터내셔널 ESG 리서치 부문장은 10일 서울 충무로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2025 한국 CDP 콘퍼런스'에 나와 "한국 기업들이 수립한 전환 계획과 정책적 인게이지먼트(참여) 수준을 봤을 때 아직 더 좋아질 수 있는 여지가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석 부문장은 "CDP 보고서를 보면 정보 공개를 한 한국 기업들 가운데 86%가 (파리협정에서 정한) 목표에 부합하는 탄소중립 전환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나온다"며 "또 (전환 쪽에서) 정책적 인게이지먼트 수준은 45%로 나오는데 투자자들은 이를 놓고 전환을 통해 그 가치가 늘어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이 개최한 이날 포럼에서는 전환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전환이란 탄소 배출량이 많은 기업이 배출을 줄여가나는 행동 또는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대체 산업을 키우는 과정 등을 말한다. 이런 과정에 들어가는 자본을 전환금융이라고 한다.
이날 발간된 '한국 CDP 기후변화와 물 보고서'에 따르면 파리협정에 따른 전환계획을 수립한 글로벌 기업 비중은 59%다. 한국 기업들의 평균이 훨씬 더 높은 셈이다.
파리협정은 탄소배출 억제를 통해 온실가스를 줄여 지구의 평균 기온을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 아래로 억제하려는 국제적 기후 목표다.
또 정책 인게이지먼트 시행률은 글로벌 기업들은 25%인데 한국이 45%로 20%포인트 더 높았다.
다만 인게이지먼트를 시행한 기업들 가운데 '파리협정'에 부합하는 인게이지먼트를 선언한 비율은 39%로 글로벌 평균인 50%보다 11%포인트 낮았다. 석 부문장이 한국기업들이 전환 문제에서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은 이같은 상황을 분석한 것으로 풀이된다.
석 부문장은 "현재 투자 대상 기업들의 전환 이행 의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보고 있다"며 "사실상 기후대응이나 전환은 모든 분야 차원에서 다 같이 해야 하는 부분이라 이런 것들이 얼마나 잘 돌아가는지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정책적으로 기업들이 높은 전환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한 것으로 평가됐다.
▲ CDP 콘퍼런스에 참석한 고위급 관계자들. 왼쪽부터 황재학 금융감독원 ESG 팀장, 조영서 KB금융지주 부사장,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호세 오르도네스 CDP글로벌 APAC 총괄, 석준 모간스탠리인터내셔널 ESG 리서치 부문장. <비즈니스포스트>
현재 배출권거래제에서 큰 문제로 지적된 부분은 낮은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이었다. 한국 배출권 가격은 10일 종가 기준 1만 4250원이다. 이는 같은 날 72유로(약 12만 원)애 거래되고 있는 유럽연합 배출권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조 부사장은 "금융 기업들이 전환금융을 제공하기 전에 전환 프로젝트의 리스크를 제대로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배출권 가격이 낮다는 것 때문"이라며 "전환 프로젝트에 금융이 투자돼야 할 비용 부담이라는 것이 인식될 수 있도록 탄소가격제도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서도 이같은 지적에 공감하며 입법 지원을 통해 배출권 가격을 현실적인 수준까지 끌어올릴 의사를 내비쳤다.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환 쪽에서 가장 우선돼야 하는 것은 결국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행동을 유인할 수 있는 인센티브 내지 규제의 기준이 되는 것은 탄소가격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이어 "우리나라는 2015년에 비교적 일찍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했고 국가 전체 배출량의 80%를 포괄하고 있으나 규제 강도가 매우 약해 배출권 가격이 만 원 내외로 유지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30년까지 유상할당 비중을 50%까지로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배출권거래제 제4차 계획기간 운영계획을 보면 발전부문 유상할당 비중은 올해 15%에서 2030년 5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비발전 부문인 수송, 건물 등은 기존 10%보다 상향된 15%까지 늘린다.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반도체 등 고탄소 배출 업종은 기존과 같이 무상할당을 유지한다. 배출허용총량은 약 17% 줄어 실질적으로는 완전히 무상할당하지는 않는다.
박 의원은 "어떻게 보면 패널티지만 감축 노력을 보상하는 제도가 배출권거래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배출권거래제가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입법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