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슈퍼널 '전기 헬기' 사업 악화일로, 미국 정책 수혜는 경쟁사에 쏠려

▲ 한 방문객이 2024년 7월22일 영국 판버러에서 열린 에어쇼에 참석해 현대차 슈퍼널의 전기 헬기 S-A2를 화면으로 조종해 보고 있다. <슈퍼널>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도심항공교통(UAM) 법인 슈퍼널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슈퍼널은 경영진 공백에다 대규모 감원까지 진행했는데 미국 정부가 승인한 전기 헬기 시범사업에서도 빠져 정책 수혜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나온다.

반면 전기 헬기 시장에 선두 주자인 조비에이베이션과 아처에비에이션은 다수 지역에서 시범 사업이 선정돼 트럼프 정부의 지원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9일(현지시각) 미국 교통부는 전기 헬기에 통합 시범 프로젝트(eIPPP) 사업 대상 지역으로 텍사스와 유타, 펜실베이니아와 루이지애나 등 8곳을 선정했다. 

반면 현대차 슈퍼널이 본사를 둔 캘리포니아는 시범 사업 목록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슈퍼널은 최근 적자 누적에 따른 구조조정 계획 아래 모든 사업을 캘리포니아 어바인 본사로 통합할 계획을 세웠는데 미 정부의 시범 사업에도 뽑히지 못한 것이다. 

캘리포니아 지역매체 오렌지카운티레지스터에 따르면 슈퍼널은 지난 2월27일 296명의 직원을 감원하고 업무를 본사로 통합했다. 

앞서 슈퍼널은 지난해 7월에도 50여 명의 직원을 내보냈다. 이후 8월27일 신재원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주요 경영진이 사임한 뒤 여태까지 임시 경영 체제로 기업을 꾸려왔다. 

이렇듯 연이은 감원과 경영진 공백까지 악화일로를 걷는 와중에 미국 정부의 정책 지원 대상에도 들지 못한 것이다. 

다만 인력 감축과 별개로 현대차그룹의 슈퍼널을 향한 투자 의지는 확고하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3월25일 슈퍼널이 속한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 2028년까지 63억 달러(약 9조3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슈퍼널과 함께 VIP 의전이나 응급의료 이송서비스 등 지상과 도심항공 교통을 잇는 서비스 제공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슈퍼널은 2028년 전기 헬기 기체인 SA-2 상용화를 목표로 미국 여러 주와 무인 항공기 테스트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연이은 구조조정과 이번 교통부 시범 사업 불발까지 겹쳐 상용할 일정이 늦춰질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슈퍼널은 기술력을 입증하는 과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구조조정으로 2028년 상용화 일정도 연기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현대차 슈퍼널 '전기 헬기' 사업 악화일로, 미국 정책 수혜는 경쟁사에 쏠려

▲ 조비에비에이션의 전기 헬기 S4가 2월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크루즈 해변가 상공을 시험 비행하고 있다. <조비에비에이션>

도심항공교통은 일명 전기 헬기로 불리는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에 기반해 도심에서 승객과 물자를 단거리로 수송하는 체계를 뜻한다. 

소음이 적고 활주로가 불필요한 데다 자동차와 연계성도 높아 시장 잠재력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조사업체 퍼시스턴스마켓리서치는 세계 전기 헬기 시장 규모가 올해부터 연평균 28.5%씩 성장해 2033년 80억7970만 달러(약 12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본다. 

중국과 아랍에미리트(UAE) 및 미국 등이 이르면 올해 안으로 전기 헬기 상용화를 노리고 있는데 미국 당국이 시범 사업 대상을 선정하고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미국 전기 헬기 선두주자인 조비에비에이션과 아처에비에이션은 이번 교통부 정책에 집중 수혜를 받았다. 

조비에비에이션과 아처에비에이션이 직접 사업을하거나 파트너사가 있는 지역 각각 5곳과 3곳이 교통부 시범 사업에 선정됐다. 

아처에비에이션의 아담 골드스타인 CEO는 블룸버그에 보낸 이메일에서 “백악관이 에어택시 도입을 우선순위에 뒀다”고 강조했다. 

이번 승인으로 조비에비에이션과 아처에비에이션은 이르면 올 여름부터 미국 내에서 전기 헬기 시범 운항을 본격화할 수 있게 됐다. 

미국 교통 당국은 3년 동안 진행할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인프라를 깔고 사업 경험을 쌓는다. 향후 안전 승인과 같은 관련 규제도 빠르게 풀 것으로 보인다. 

상용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도 나왔다. 

블룸버그는 교통부 산하 연방항공청(FAA)의 공식 홈페이지 질의응답 답변을 인용해 “일부 항공편은 화물 운송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결국 현대차 슈퍼널이 경영 공백과 감원으로 전기 헬기 일정 지연이 불가피한 가운데 조비에비에이션과 아처에비에이션은 미 정부의 도움 아래 사업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조비에비에이션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 정부의 시범 사업 선정을 놓고 “상용화 서비스 시점을 크게 앞당길 잠재력을 가진 발표”라고 평가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