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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에 어슬렁대는 '낙하산 인사 유령들'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6-09-30 15: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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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 한국마사회, IBK기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자산관리공사 등등.


수장이 임기를 이미 마쳤거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굵직한 공기업과 공공기관들이다. 

박근혜 정부가 임기 말로 접어들면서 공기업과 공공기관 수장 인사에 '낙하산 인사'라는 유령이 어슬렁거리고 있다.

◆ 공기업·공공기관 낙하산 대거 투입되나

30일 업계에 따르면 임기 만료로 올해 안에 새로 수장을 뽑아야 하는 공기업과 공공기관이 60곳에 이른다.

김학송 도로공사 사장, 현명관 한국마사회 사장, 권선주 기업은행장, 김영학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등이 올해 12월 임기가 끝난다. 홍영만 자산관리공사 사장, 유재훈 예탁결제원 사장, 최외근 한전KPS 사장 임기는 11월 마무리된다.

  공기업에 어슬렁대는 '낙하산 인사 유령들'  
▲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
이미 임기가 만료된 경우도 적지 않다. 후임 사장 인선절차가 진행돼야 하지만 국감 등 일정 때문에 인사가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9월에만 이상무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허엽, 한국남동발전 사장, 조인국 한국서부발전 사장, 권혁수 대한석탄공사 사장,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이재갑 근로복지공단 사장, 서근우 신용보증기급 사장 등이 차례로 임기를 끝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입각으로 사장이 빈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도 있다. 김진영 부사장이 사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데 사장 선임이 필요하다.

올해 기관장 임기가 만료되는 공기업과 공공기관은 규모가 큰 곳들이다. 이 때문에 기관장 자리를 탐내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벌써부터 물밑에서 수장 선임을 두고 여러 말이 오간다. 특히 정부 요직을 거친 인사들이 대거 낙하산으로 투입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가장 주목을 받는 이가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다. 현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데 6월 김재원 수석에게 자리를 넘기고 물러났다. 한 전 수석이 주택은행 노조위원장 출신인 만큼 기업은행장으로 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문창용 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도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에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기재부 세제실장은 관세청장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문 전 실장은 후임지가 정해지지 않은 채 7월 물러났다. 이 때문에 문 전 실장이 공기업 수장에 발탁될 것이라는 말은 오래전부터 나왔다.

낙하산 인사는 적지 않은 반발과 논란이 뒤따른다. 전문성 없는 정관계 인사들이 ‘보은인사’로 공기업 수장에 오른다는 비판이 많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박근혜 정권 임기 말년과 겹치면서 논란이 더욱 거세게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30일 주주총회에서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 선임된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낙하산 인사 논란이 크게 불거진 경우다. 정 전 부위원장은 강석훈 청와대 경제수석과 대학교 동기로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하기도 했다.

거래소 노조는 낙하산 인사 선임에 반대하며 부분파업을 벌였다. 이동기 노조위원장은 “정 전 부위원장은 연구용역비 유용 의혹 등 자본시장 수장으로서 도덕성과 책임의식을 지니지 못한 자격미달”이라며 “투명한 선임 절차로 새 이사장을 다시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23일 취임한 이학수 수자원공사 사장처럼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경우도 있다. 이 사장은 수자원공사에서 30년을 근무한 내부출신 사장으로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자원공사는 5월 최계운 전 사장 사직 이후 넉달가량 사장이 공석이었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이 사장과 이노근 전 새누리당 의원을 사장 후보로 추천하면서 이노근 전 의원이 낙하산으로 임명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는데 예상을 뒤엎고 이 사장이 임명됐다.

◆ 정치권 낙하산 반대 움직임 본격화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말에 낙하산으로 공기업이나 공기관 수장을 노리는 인사들이 적지 않지만 수자원공사의 사례처럼 낙하산 인사를 앉히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소야대 국회로 정치지형이 바뀌면서 낙하산 인사를 막겠다는 목소리가 야권에서 거세게 나오기 때문이다.

  공기업에 어슬렁대는 '낙하산 인사 유령들'  
▲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7월 여당에 낙하산 방지법 입법에 협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 의장은 “낙하산 인사는 정치의 가장 큰 문제이자 국민들이 가장 공분하는 문제”라며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 의장은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의 가장 큰 원인은 낙하산 인사”라며 “정부가 공공부문 개혁의지가 뚜렷하다면 공기업과 공공기관에 대한 낙하산 인사를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월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 임원 선임요건을 강화해 외부인사 선임을 제한하는 국책은행 낙하산 방지 3법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국책은행에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역시 올해 2월 창당 1호법안으로 낙하산금지법을 발표하는 등 낙하산 인사 막기에 힘을 쓰고 있다.

천정배 국민의당 의원이 19대 국회에서 낸 낙하산금지법은 국회의원, 지자체장, 정당지역위원장, 공직선거 공천신청자·낙선자, 국회 2급 이상 정당당직자 등이 사임 후 3년 이내에 공기업·준정부기관 임원에 추천될 수 없도록 했다.

국민의당은 20대 국회에서 아직 낙하산금지법을 발의하지 않았으나 조만간 입법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권은희 의원은 8월24일 정치적 낙하산 인사(정피아) 근절 토론회를 열고 “낙하산 인사 근절을 국민의당 제1의 과제로 삼아 법안 발의와 정책으로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8일부터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도 낙하산 인사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란법 제5조3항은 채용·승진·전보 등 공직자등의 인사에 관하여 법령을 위반하여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행위를 부정청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낙하산 인사 선임과정에서 인사청탁이 이뤄질 경우 처벌받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은 “이전에 인사청탁에 대해 윤리적, 도덕적 비난만 받았다면 이제 법적처벌을 받게돼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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