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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박근혜의 힘에 밀리다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06-05 18: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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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영길, 박근혜의 힘에 밀리다  
▲ 송영길 새정치민주연합 인천시장 후보가 5일 새벽 인천 남구에 있는 선거사무소에서 떠나기 앞서 지지자들을 향해 입장을 전달했다. <뉴시스>

송영길 새정치민주연합 인천시장 후보가 유정복 새누리당 후보와 초접전을 벌였지만 끝내 재선에 실패했다. 임기 동안 ‘부채도시 인천’이란 오명을 씻기 위해 노력했지만 인천에 ‘박근혜의 사람’이 필요하다는 민심을 끝내 바꾸지 못하고 쓴잔을 마셨다.


송 후보는 48.2%를 얻어 50%를 획득한 새누리당 유정복 후보에게 1.8%포인트 차이로 밀리며 패배했다.


송 후보는 5일 새벽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저의 부족함으로 인천시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안타깝다”며 “지난 4년 동안 인천시 부채해결과 새로운 비전 마련에 함께 고민했던 많은 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리고 또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송 후보의 패배는 쉽게 예상치 못한 일이다. 4년 전 인천시장 선거 당시 현역 프리미엄을 안고 3선을 노리던 안상수 전 인천시장을 꺾었던 만큼 이번에도 유 후보를 누르고 재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졌다.


송 후보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가 될 수 있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그러나 그 꿈조차도 저만치 멀어졌다.


선거 초반 여론조사에서도 송 후보의 낙승이 예상됐다. 지난달 29일 마지막 여론조사인 MBC와 SBS 조사에서도 송 후보는 43.9%의 지지율을 기록해 35.0%를 차지한 유 후보를 8.9% 포인트 차로 앞섰다.


그러나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송 후보는 49.1%를 기록해 49.4%를 얻은 유 후보에 오히려 밀리게 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득표율 차는 이보다 더 컸다.


◆ 현직 프리미엄을 이긴 박근혜의 힘


이번 선거는 송 후보와 유 후보의 양자대결이었지만 인천 시민들에게 사실상 송 후보와 박근혜 대통령의 싸움으로 인식됐다.


유 후보는 2005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로 있었을 때 당 대표 비서실장을 맡으며 인연을 맺어 온 ‘원조 친박’ 인사다. 유 후보는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안전행정부 장관 자리까지 던지고 인천에 출마했다.


인천시의 경우 13조 원에 달하는 엄청난 부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가르는 가장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다. 인천시민들이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기대하며 대통령의 핵심 측근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인천시의 가장 큰 고민은 부채다. 인천시 부채는 영업부채를 포함해 2010년 9조4550억 원에서 지난해 12조6588억 원으로 늘어났다. 인천시 인구가 약 289만 명임을 감안하면 시민 1인당 약 438만 원의 빚을 가진 셈이다.


안정행정부에 따르면 인천시의 예산대비 채무비율은 2012년 말 기준 35.1%로 전국 지자체 가운데 가장 높다. 인천시는 오는 10월 채무비율이 40%를 넘기고 올해 말 쯤 최고 43%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채무비율이 40%를 넘기면 ‘심각’ 판정을 받아 안행부 심사를 거쳐 재정위기 지자체로 지정된다.


유 후보의 전략은 ‘힘 있는 시장론’을 내세워 민심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었다. 힘 있는 시장이란 대통령과 활발한 소통을 할 수 있는 친박 인사를 의미했다. 유 후보는 인천시의 고민이자 송 후보의 최대 약점인 부채를 건드리며 이를 해결하려면 여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후보는 “내가 당선된다면 즉시 재무개선단과 투자유치단을 만들어 중앙정부로부터 지원을 확보하고 대규모 투자를 유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후보는 유 후보의 공세에 정부 여당의 책임론으로 맞받아 쳤다. 인천시 부채의 책임은 자신이 아닌 여당 인물이었던 안상수 전 시장에게 있다며 반박했다.


송 후보는 “4년 전 시장에 취임했을 당시 인천시 실질부채는 11조7천억 원이었다”며 “4년 간 매일 10억 원 이상의 빚을 갚아오면서도 인천아시안게임을 준비하고 녹색기후기금(GCF)을 송도에 유치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고 주장했다.


송 후보가 고군분투했지만 인천시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보고 유 후보를 선택했다. 시민들은 13조 원이란 엄청난 부채 자체만을 주목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앞세운 유 후보의 전략은 인천시민들에게 주효했다. 13조 원이란 부채를 인천시 자체 노력만으론 줄이기 어렵다는 공론이 형성됐다. 인천시가 ‘부채1위 도시’란 오명을 벗으려면 정부 여당의 지원이 필요하며 그러려면 친박의 핵심인 유 후보의 힘이 필요하다는 민심이 이번 선거의 당락을 결정했다.


◆ 광주에 화력 집중하느라 인천에 소홀한 당 전략


선거 직후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 당의 선거 전략이 잘못돼 인천을 잃게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장현 새정치민주연합 광주시장 후보의 당선에만 집중한 나머지 수도권을 빼앗겼다는 것이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SBS 라디오 ‘한수진의 전망대’ 인터뷰를 통해 “인천의 경우 당력을 집중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윤장현 후보를 전략공천해 인천에서 패배하게 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SNS를 통해 “광주 전략공천으로 당력을 광주에 집중시키느라 경기와 인천에 효과적 지원을 하지 못한 게 패인”이라고 지적했다.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SNS에서 “크게 이길 수 있는 선거였지만 광주에 당력을 올인하느라 경기도와 인천 등 초박빙지역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한 게 발목을 잡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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