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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봇과 라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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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로로의 성공은 관련 상품 누적 매출액이 1조2천억 원에 이를 만큼 경제효과가 컸다. 하지만 정작 뽀로로를 탄생시킨 회사들의 실적은 이에 비하면 초라하다.
뽀로로 성공에도 불구하고 각종 캐릭터를 직접 기획하고 생산해 판매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다 보니 캐릭터만 빌려주고 수수료만 받는 탓이다.
특히 애니메이션의 기초수익이라고 할 수 있는 TV 방영료가 적은 점도 실적부진에 한몫을 한다. 이 때문에 업계는 뽀로로의 성공을 ‘빛좋은 개살구’라며 자학하기도 한다. 뽀로로를 낳은 회사들이 이러니 다른 애니메이션회사들의 상황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회사들이 나타나고 있다. 애니메이션 홍보를 TV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채널을 찾는가 하면 처음 기획단계부터 애니메이션보다는 캐릭터 판매를 염두에 두고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 부자 뽀로로, 가난한 제작사
뽀로로는 4개 회사가 합작투자해 만들었다. 아이코닉스를 필두로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오콘, EBS와 하나로통신(현SK브로드밴드)이 투자했다. 뽀로로 저작권에 대한 지분은 아이코닉스와 오콘이 각각 27%, EBS 26%, SK브로드밴드 20%다.
뽀로로 콘텐츠 제작에 실질적으로 참여한 회사는 아이코닉스와 오콘이다. 아이코닉스가 기획하고 이야기를 짰다면 오콘은 뽀로로를 그렸다. 뽀로로의 성공 이후 오콘은 뽀로로가 두 회사 중 누구의 저작물인지 확인해 달라는 소송을 걸었는데 법원은 2013년 두 회사의 손을 모두 들어줬다. 법원은 두 회사를 뽀로로의 공동저작자로 판단했다.
아이코닉스는 TV용 애니메이션 제작 및 국내 라이선스, 영상판권, 해외사업에 대한 모든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오콘은 극장용 애니메이션과 국내 의류사업을 맡고 있다. 두 회사는 뽀로로 테마파크와 뽀로로게임즈의 지분을 절반씩 보유하고 있다.
아이코닉스는 2011년 매출 342억 원, 영업이익 56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매출은 2012년 321억, 2013년 315억으로 영업이익은 2013년 28억으로 반토막이 났다. 아이코닉스의 성장둔화는 세상에 나온 지 올해로 11년이 된 뽀로로가 예전보다 인기가 떨어지는 등 성장통을 겪고 있는 데다 뽀로로 테마파크의 부진이 한몫을 한다.
최종일 대표는 “아이코닉스의 전체 매출중 방영권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10%가 안된다”며 “90%는 라이선스사업으로 번다”고 말했다. 유럽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은 전체 매출 가운데 방영권료가 30~40%에 이른다는 걸 고려할 때 사뭇 대조적이다. 이런 매출구조에서 뽀로로의 성장세가 예년만 못하면서 결국 라이선스 매출이 떨어지면 성장둔화를 맞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뽀로로 테마파크의 부진도 원인이다. 뽀로로 테마파크를 운영하는 뽀로로파크는 지난해 매출액 126억 원, 영업손실 3억 원을 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4.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이런 수익성 악화는 비싼 입장료 탓도 있지만 역시 뽀로로 인기가 예전보타 떨어진 것도 원인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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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뽀로로와 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 |
오콘은 지난해 매출액 131억 원, 영업이익 9억 원을 냈다. 2010년 뽀로로의 폭발적 인기에 힘입어 영업이익 2억 원을 내며 겨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오콘은 회사규모를 키우기 위해 올해 초 홍콩계 재무적 투자자와 접촉하는 등 투자유치 노력을 하고 있으나 투자를 받는 데 실패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오콘의 2대 주주인 동양증권과 코스톤아시아의 사모펀드가 보유지분을 매각하려고 시도하고 있어 이래저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투자은행 관계자는 “오콘은 아이코닉스와 뽀로로에 대한 공동저작권자 판결을 받았지만 아이코닉스가 국내 라이선스와 영상판권 등을 보유하고 있는 점이 치명적”이라며 “뽀로로와 관련한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후속 캐릭터가 시장에서 인기를 얻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라바와 또봇의 새로운 성공모델
뽀로로는 처음부터 글로벌시장을 겨냥해 차별적 콘텐츠를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국내 애니메이션이 가야 알 길을 제시했다. 하지만 TV 방영을 통해 인지도를 올리고 캐릭터 라이선스 비용에 의존하는 수익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한계도 동시에 보여줬다.
뽀로로 등의 인기에 힘입어 애니메이션산업은 날로 커지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 애니메이션의 앞날이 밝을 것이라고 장담하는 전문가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여전히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애니메이션 매출과 수출은 성장세를 보인다. ‘애니메이션 산업백서 2013’에 따르면 매출액은 2006년 2885억 원, 2009년 4185억 원, 2012년 5285억 원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수출도 2006년 6683만 달러, 2010년 9682만 달러, 2012년 1억1254만 달러로 계속 늘고 있다.
하지만 그 내부를 한발만 더 들어가 보면 미래를 낙관하기 어렵다. 애니메이션 관련 회사 340여 개 중 1인 이상 4인 이하 회사가 180여 개로 과반수 이상이다. 연간 매출액이 10억 원 미만인 회사도 76%나 된다. 연간 100억 원 이상 매출액을 올리는 애니메이션기업은 6개에 불과하다.
한창완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부 교수는 “투자와 지원 활성화, 다양하면서도 독창적 콘텐츠 제작, 다양한 소비창구와 해외시장 개척, 뉴미디어에 맞는 콘텐츠 개발,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제작능력과 배급사의 마케팅능력 제고 등으로 한국 애니메이션의 발전을 꾀해야 할 것”이라 강조한다.
애니메이션 콘텐츠의 TV 방영료가 너무 낮은 것도 애니메이션업계가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애니메이션 한편 당 TV방영료는 1500만 원 안팎이다. 애니메이션 한편 제작비용이 1억 원 수준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TV방영료는 턱없이 낮다. 때문에 애니메이션회사들은 애니메이션 그 자체보다 캐릭터산업에서 수익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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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용 투바앤 대표이사 |
‘라바’를 2011년에 제작해 성공을 거둔 투바엔터테인먼트는 애니메이션을 마케팅 프로그램으로 보고 사업을 펼치고 있다.
TV방영료를 통한 수익창출보다 캐릭터 라이선스 판매에 집중한다. 애니메이션 길이도 간단히 볼 수 있는 1분 내외로 구성해 시장에 내놓았다.
투바엔터테인먼트는 라바 애니메이션을 각종 플랫폼 사업자에게 무료로 제공했다. 지하철 9호선을 시작으로 경기도 광역버스, 서울버스 등 대중교통에서 애니메이션을 서비스했다. 개인이 쉽게 접촉할 수 있도록 유투브 등에 무료로 컨텐츠를 제공했다. 게임회사 코카반과 스마트폰 게임 ‘라바링크’를 만들기도 했다.
라바 인지도가 높아지자 라바 캐릭터를 활용한 다양한 문화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지난달 라바 캐릭터를 활용한 뮤지컬 ‘검은 그림자의 비밀’을 선보이는가 하면 라바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등 본격적으로 수익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김광용 투바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라바는 기존 방송사 편성에 의존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유투브, 지하철·버스 광고, 아파트 앨리베이터 모니터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성인들을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라바는 현재 40 나라에 수출하고 있으며 올해 100억 원 수익을 예상하고 있다.
영실업의 ‘또봇’은 기아차와 제휴를 맺어 기아차를 모델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캐릭터까지 성공한 사례다.
영실업은 먼저 기아자동차와 접촉해 기아차를 모델로 애니메이션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기아차도 색다른 체험 요소를 찾던 중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 결과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기아차 모델을 적용해 친근감을 높힌 또봇이라는 캐릭터와 애니메이션이 탄생했다. 기아차도 또봇을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하면서 캐릭터 인지도가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영실업은 또봇의 인기를 등에 업고 매출도 덩달아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 761억 원으로 전년보다 40.3% 급증했다. 영업이익도 149억 원으로 전년보다 20% 이상 늘었다. 전체 매출의 60%는 또봇이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