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미래먹거리로 전기차에 초점을 맞췄다. 갈수록 악화되는 스마트폰사업 부진을 만회할 새로운 성장동력을 전기차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나 완성차회사와 관계 등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정도현 사장은 지난 29일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LG전자의 미래먹거리로 전기차 부품을 언급했다. 정 사장은 향후 새로운 먹거리로 자동차 부품 중 어떤 것을 육성할 것이냐는 질문에 “정확히 말하면 자동차 부품이 아니라 전기차 부품”이라고 대답했다.
정 사장은 “그동안 가전사업을 하면서 축적해온 기술이 있다”며 “다양한 전기차 부품에 대해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전기차에 관심이 많다. 구 부회장은 지난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CES)에 참석해서도 전기자동차 전시장을 찾았다. 그는 LG전자 부품을 사용한 전기차를 20여 분 동안 꼼꼼히 살펴봤다.
구 부회장은 이달 초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기자동차시대로 접어들면서 LG도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LG전자가 전기차 부분에 주력할 것을 내비쳤다. 그는 또 “LG는 전기차의 가장 중요한 부품인 모터와 배터리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회사들이 LG와 협력을 검토하는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LG전자는 모터쇼에도 나섰다. 20일 개막한 베이징 모터쇼에 LG전자는 전시관을 마련했다. LG전자는 차량용 AVN(오디오·비디오·네비게이션 일체형 제품)과 전기차용 배터리 등을 전시했다. 자동차부품사업부를 출범시킨 후 첫 모터쇼 참가였다.
지난해부터 LG전자의 전기차업계를 향한 발걸음이 빨라졌다. LG전자는 지난해 7월 자동차 설계회사 V-NES를 합병하고 자동차부품(VC)사업부를 신설했다. 또 LG전자는 인천 청라지구에 ‘LG전자 인천캠퍼스’를 만들어 자동차 부품 연구개발 인력을 집중시켰다.
이우종 LG전자 VC사업본부장(사장)은 “인천캠퍼스에 자동차부품 연구개발 조직을 집결해 LG전자의 미래 성장동력인 자동차부품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종 사장은 “핵심기반 기술 투자에 집중해 친환경 자동차부품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지난해 자동차 부품 부분에서 9천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LG그룹 전체 자동차 부품 매출은 2조 원을 넘었다. 올해는 3조 원을 목표로 한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 전기차 부문의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 LG전자는 스마트폰 부진을 자동차부품에서 만회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유럽을 중심으로 전기차시장은 성장세여서 LG전자로서 해 볼 만한 도전이다.
그러나 업계는 LG전자의 도전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완성차회사와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LG전자의 주요 고객은 GM과 현대차 정도다. BMW와 혼다 등 새로운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부품사업은 신통치 않다. 완성차 업체가 기존 거래 부품사와 오랜 유대관계에서 손바꾸기를 하기는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거래 업체보다 더 뛰어난 성능과 가격 경쟁력이 없다면 완성차회사체에 부품을 납품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LG가 가전분야에선 명가로 통하지만 자동차부품에서 새내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LG전자 VC사업부는 매출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완성차회사가 완성차 생산능력을 갖추고 언제든 전기차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LG를 견제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LG전자는 2012년 전기자동차 차체용 프레임을 특허출원했다. 이 프레임에 LG그룹사가 만든 전기차 부품을 탑재하면 완성차나 다름없는 상태가 된다. 실제로 언제든 완성차를 생산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현대차 관계자는 “LG가 완성차사업에 도전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데, 이러면 부품사업에서 긴밀한 협력은 어렵다”고 말했다.
LG전자는 베이징모터쇼에서 사전예약한 사람만 입장시키고 자료도 배포하지 않는 등 보안을 철저히 유지했다. 기술유출에 대한 우려라는 해석도 있으나 완성차회사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LG전자는 “부품사 입장에서 완성차회사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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