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해상원전 추진 본격화, 삼성중공업 HD현대 한화오션 새 기회 열려

▲  김경희 삼성중공업 미래사업본부장(왼쪽)과 시벤 술카 사전트앤런디 최고원전책임자가 21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부유식 소형모듈원전과 관련한 상호우선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에 해상 원자력발전소를 배치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국 조선업계는 선박에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싣고 발전하는 기술을 준비하고 있어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릴 수 있다. 

삼성중공업을 비롯한 한국 조선사는 미국의 조선업 부흥 정책에 힘입어 선박 건조나 유지·보수·운영(MRO) 사업 등을 수주하고 있는데 그 수혜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는 셈이다. 

23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내무부 산하 해양광물청(MMA)은 원자력규제위원회(NRC)와의 협정을 맺고 해상에 원전을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데이터 센터 확대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해 미국의 원자력 발전 용량을 2025년 100기가와트(GW)에서 2050년까지 400GW로 확대하려 한다. 

이러한 목표에 따라 바다 위 원전 설치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해양광물청의 매트 지아코나 청장 대행은 성명에서 “해양 원자로 시스템은 수십 년 동안 해군에서 안전하게 배치되어 왔다”며 “까다로운 해양 환경에서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서의 잠재력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내무부 외에도 미국 정부의 여러 부처에서 해상 원전 시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교통부와 캘리포니아주 롱비치 항만청은 지난 22일 상업용 대형 선박 및 항만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형모듈형 원자로 시험을 위한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소형모듈원자로는 모듈 형태로 제작·설치·운영하는 원자로로 대형 원전에 비해 규모가 작고 현장에서 조립식으로 지어 건설 기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미국 국방부는 지난 2월23일 영국 에너지 기업 코어파워와 300MW 용량의 해상 부유식 원전을 만들어 2028년까지 미 해군 기지에 배치하는 실증 사업을 하기로 합의했다.

해상 부유식 원전은 거대한 선박이나 해양플랜트 같은 구조물 위에 작은 원자로를 얹어 전기를 생산하는 해상 발전소를 뜻한다. 전력이 필요한 특정 장소로 이동해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원자로에서 발생한 열을 식힐 냉각수를 바다에서 무한정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점도 지상 원전과 비교해 유리한 요소로 꼽힌다.

미 국방부는 원자력위원회가 주관하는 민간 인허가 대신 군 내부의 원자력 관리 체계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해군의 잠수함과 항공모함에서 원자로를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별도 감독 체계를 적용해 인허가 절차를 단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방부와 협력하는 코어파워는 미국 원자로 개발업체인 테라파워와 프랑스 핵연료 그룹 오라노 및 한국과 일본 조선사가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이끌고 있다. 

이에 미국 국방부가 해상 원전 시범 사업에 도입할 선체를 한국 또는 일본에서 건조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해운 전문매체 마린인사이트는 최근 보도에서 “원자로를 실을 선체는 최종 조립 작업을 위해 미국으로 운송되기 전에 한국이나 일본에서 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미국 정부 해상원전 추진 본격화, 삼성중공업 HD현대 한화오션 새 기회 열려

▲ 떠다니는 원자력 발전소인 아카데믹 로모노소프가 2018년 4월28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항구의 조선소를 빠져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선박에 실은 원전으로 전력을 만들어 지상에 공급하는 구상은 이미 현실화했다. 

세계 최초의 해상 부유식 원자력 발전소인 러시아의 ‘아카데믹 로모노소프’호는 2020년 5월22일 상업 가동을 시작했다. 

제조업 전문매체 인터레스팅엔지니어링에 따르면 아카데믹 로모노소프는 2025년까지 누적 발전량 10억 킬로와트시(kWh)를 달성했다. 

그러나 해상 원전은 방사능 물질 누출과 같은 안전 문제를 이유로 입항을 거절하는 국가와 항구가 많아 아직 시장이 성숙하지 않았다. 

노르웨이 과학기술대학교(NTNU) 의 얀 엠블렘 스바그 해양운영 및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난 5월12일 보고서를 통해 해상 원전의 주요 과제는 규제와 책임 문제라고 분석했다. 

그런데 미국 정부가 나서 관련 절차를 개선하면 시장이 빠르게 열릴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이러한 미 정부의 변화에 선제 대응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2일 미국 원전 설계·엔지니어링 기업인 사전트앤드런디(S&L)와 부유식 소형모듈원자로의 표준 플랫폼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삼성중공업과 S&L은 미국 시장에서 상업화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2월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이 개발한 일체형 소형모듈원자로 ‘SMART 100’ 2기를 탑재한 부유식 소형모듈원자로로 미국 선급협회(ABS)로부터 개념설계 인증(AIP)을 획득했다. 

개념설계 인증은 선박의 안전과 성능을 평가하는 선급기관이 관련 규정과 안전 기준을 바탕으로 특정 설계의 구현 가능성과 안전성 등을 검토·확인하는 절차다.

김경희 삼성중공업 미래사업본부장(부사장)은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차세대 성장 동력인 부유식 소형모듈원자로 기술 고도화에 박차를 가해 글로벌 해상 원전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HD현대와 한화오션 또한 해양플랜트 제작 경험을 기반으로 해상 부유식 원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 선급협회는 지난해 6월 HD현대의 조선과 해양 플랜트 사업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 및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이 설계한 부유식 소형모듈원자로에 개념설계 인증을 부여했다.

김태균 한국전력기술 사장은 지난 4월27일 진행한 기자 간담회에서 “한화오션과 해양 선박에 소형모듈원자로를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삼성중공업과 HD현대 및 한화오션 등은 미국 해군으로부터 다수의 유지·보수·운영 사업을 최근 잇달아 수주했다. 

특히 미국 필라델피아 소재 조선소를 인수한 한화오션은 지난 18일 해상 미사일 시험 계측선(MRIV) 건조 사업을 수주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렇듯 한국 조선 3사가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에 힘입어 수혜를 입는 가운데 해상 부유식 원전용 선박 시장까지 사업 기회를 넓힐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이와 관련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23일 워싱턴 D.C. 메이플라워호텔에서 열린 한·미 조선협력센터(KUSPC) 개소식에서 “미국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장애물에 부딪히면 상무부에 연락해달라”며 “미국에서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규제상 장애물을 제거하겠다”고 말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