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업체 자율주행 반도체 개발 속도, 삼성전자 파운드리 고객사 될까

▲ 왕촨푸 BYD 회장이 5월28일 중국 광둥성 선전 본사에서 열린 지능화 전략 발표회에서 자체 설계한 자율주행용 반도체인 쉬안지 A3를 공개하고 있다. < BYD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비해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반도체를 직접 개발해 도입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전까지 중국 전기차 업체는 주로 대만 TSMC가 생산한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반도체를 써왔다. 중국의 자체 설계 반도체 비중이 높이면 삼성전자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고객사가 될 가능성이 있다.

◆ 중국 전기차 업체 '외국산 반도체 탈피' 본격화, 자율주행 칩 자체 개발 속도

1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1위 기업인 BYD를 포함해 자율주행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는 중국 전기차 기업이 늘고 있다. 

중국 전기차 1위 기업 BYD는 지난 5월28일 자체 설계한 자율주행용 반도체 쉬안지 A3를 공개했다. 중국매체 레이트포스트도 BYD가 쉬안지 칩을 내년부터 산하 브랜드 덴자의 전기차에 탑재할 계획이라고 지난 6월28일 보도했다. 

니오와 샤오펑 및 지리자동차 등 다른 중국 전기차 제조사도 인공지능 기능을 탑재한 차량용 자율주행 반도체의 직접 설계에 나섰다.

CNBC는 증권사 골드만삭스가 지난 5월5일 펴낸 보고서를 인용해 “올해부터 2028년까지 중국 산업의 국산 반도체 전환이 더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전기차 기업이 자체 설계한 반도체 도입을 늘리는 이유로 미국의 수출 통제가 꼽혔다. 미국 기술을 사용한 외국산 반도체 접근이 차단될 가능성에 대비해 자급 체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사 UBS의 지미 유 분석가는 파이낸셜타임스에 “미국이 과거 화웨이에 미국산 반도체 기술 접근을 제한했던 사례가 BYD에서도 되풀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전기차업체 자율주행 반도체 개발 속도, 삼성전자 파운드리 고객사 될까

▲ 중국에서 판매되고 운행하는 전기차 대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래픽 챗GPT로 제작>

◆ 중국 자율주행 반도체 자급 추세 강화하면 공급망 생태계에 변화

그동안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자율주행 기능 구현에 드라이브 오린과 드라이브 토르 등 엔비디아의 반도체를 주로 사용했다. 

CNBC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엔비디아의 차량용 반도체를 사용했던 이유로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수출을 제한하는 미국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는 점을 꼽았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전기차 기업이 엔비디아 반도체를 자체 설계 제품으로 대체하면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서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엔비디아는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대만 TSMC 파운드리를 이용해 왔다.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자체 설계한 반도체의 생산을 생산라인이 꽉찬 TSMC 대신에 삼성전자에 맡긴다면 삼성전자로서는 TSMC의 물량을 가져오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욜그룹은 지난 5월12일자 보고서를 통해 엔비디아의 차량용 토르 반도체는 TSMC의 5나노미터(㎚, 1㎚는 10억 분의 1m)급 핀펫 공정을 기반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핀펫(FinFET) 공정은 반도체 트랜지스터에서 전류가 흐르는 통로인 채널과 이를 제어하는 게이트 접촉면이 3면에 이르도록 설계해 성능을 높이는 공정이다. 물고기 지느러미(Fin)와 모양이 닮아 핀펫이라고 부른다. 

국내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엔비디아는 TSMC에 차량용 자율주행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겨왔다”고 전했다.
  
중국 전기차업체 자율주행 반도체 개발 속도, 삼성전자 파운드리 고객사 될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이 2025년 3월22일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샤오미 전기차 공장에서 레이 쥔 샤오미 회장과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샤오미 웨이보 사진 갈무리>

◆ 중국 전기차 공급망 공략하던 삼성전자에 청신호

삼성전자는 그동안 거대한 규모의 중국 전기차용 자율주행 반도체 공급망을 뚫기 위해 시도해 왔다. 중국 전기차 시장과 자율주행 시장 규모가 거대해 사업 기회가 될 수 있어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에서 주행하는 전기차 대수는 4400만 대로 집계됐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중국의 자율주행 로보택시 시장은 2035년 445억 달러(약 68조9394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중국 자율주행 반도체 시장 공략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이 회장은 2025년 3월24일 중국 광둥성 선전에 위치한 BYD 본사를 직접 방문했다. 

이에 앞서 같은 달 22일에는 베이징에 위치한 샤오미 전기차 공장까지 잇달아 찾아갔다. 이를 놓고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중국 전기차 자율주행 반도체 시장을 공략하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회장은 올해 1월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에 동행해 현지 주요 기업과 교류를 통해 사업 기회 확대를 모색하기도 했다.

세계 인공지능 반도체 특수로 TSMC의 파운드리 생산 여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점은 삼성전자의 중국 전기차 자율주행 반도체 고객사 확보에 유리한 지점으로 꼽힌다. 

경제일보를 비롯한 대만 매체에 따르면 TSMC는 최근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내후년까지 모든 주문 예약이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중국 반도체 파운드리인 SMIC와 비교해 7나노 이하 미세공정에서 기술력 우위를 보이는 것도 유리한 요소로 꼽힌다.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하면서 전력 효율이 높은 미세공정 반도체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BYD의 쉬엔지 반도체는 4나노 공정에 기반해 설계됐다. 중국 전기차 기업이 자율주행 반도체 국산화를 하려 해도 해당 기술력을 갖춘 삼성전자 등으로 선택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중국 전기차 기업이 미국의 잠재적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응해 자율주행용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면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고객사가 될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시장조사업체 S&P글로벌은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중국 자동차 산업의 반도체 자립 시도가 글로벌 자동차용 전자 공급망을 재편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