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사 덕후' 하이브미디어코프 김원국, 육영수 피살 다룬 '암살자(들)'로 시대극 흥행 이어간다

▲ 영화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가 한국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근현대사 덕후’로 불릴 만큼 역사에 관심이 많은 김원국 하이브미디어코프 대표이사가 1970년대를 스크린으로 다시 불러온다.

‘남산의 부장들’과 ‘서울의 봄’, ‘메이드 인 코리아’ 등 굵직한 시대물을 만들어온 그는 오는 9월, 1974년 8·15 광복절에 벌어진 저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을 내놓는다.

김 대표 개인의 관심에서 출발한 한국 근현대사 탐구가 꾸준한 흥행작 배출로 이어지면서 시대물과 관련한 하이브미디어코프의 제작 경쟁력이 갈수록 공고해지는 분위기다.

16일 하이브미디어코프의 작품 흐름을 종합하면 ‘서울의 봄’의 천만 흥행 이후에도 현대사를 소재로 한 작품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하이브미디어코프는 9월 영화 ‘암살자(들)’을 선보인다. 

허진호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유해진·박해일·이민호씨 등이 출연한다. 1974년 8월15일 광복절 기념식에서 발생한 박정희 대통령 저격 미수 및 육영수 여사 피격사건을 소재로 사건을 목격한 경찰과 의문을 추적하는 기자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실제 기록을 바탕으로 하되 풀리지 않은 의문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했다.

하이브미디어코프가 실제 현대사의 정치적 사건을 영화화하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다.

2020년 개봉한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10·26 사건을, 2023년 개봉한 ‘서울의 봄’은 같은 해 발생한 12·12 군사반란을 다뤘다. 지난해 말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된 첫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오리지널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도 1970년대 한국을 배경으로 권력과 욕망을 다뤘다. ‘암살자(들)’까지 더하면 한 제작사가 1970년대의 주요 정치·사회적 사건을 서로 다른 작품으로 꾸준히 콘텐츠화하는 흐름이 선명해진다.

이러한 선택에는 김원국 대표 개인의 관심이 적지 않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2024년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웹진과 인터뷰에서 해방 이후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의 한국 근현대사에 관심이 많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인터뷰에서 그를 ‘한국 근현대사 덕후’라고 표현하자 김 대표는 근현대사에 대한 관심을 인정하면서 1990년대 후반을 파고드는 프로젝트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품을 고르는 방식도 역사적 사건 자체보다 김 대표가 느끼는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김 대표는 사명감 때문에 근현대사를 영화로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어릴 때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았고 한 사건을 조사하다 발견한 다른 소재가 다시 새로운 작품의 아이디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영화로 만들 수 있는 소재를 발견하면 약 1년 동안 머릿속에 두고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서 제작에 들어간다고도 했다.

실제 하이브미디어코프의 근현대사 작품들도 이런 방식으로 출발한 것으로 파악된다.

김 대표에 따르면 영화 ‘덕혜옹주’는 동명 소설의 포스터를 보고 관련 자료를 찾아본 것이 계기가 됐다. 영화 ‘마약왕’은 부산국제영화제 관계자들과 대화하던 중 박정희 정부 시절 마약왕이 존재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생긴 궁금증에서 시작했다.

‘서울의 봄’ 역시 김 대표가 어린 시절부터 군내 사조직 하나회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데다 12·12 군사반란이 이후 한국사를 바꿨다는 점을 계속 생각해온 데서 기획이 시작됐다. 2016년부터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고 2023년 개봉해 누적 관객 약 1312만 명을 모았다.

하이브미디어코프는 특정 감독과 장기간 호흡을 맞추며 회사가 잘하는 장르를 쌓아왔다.

‘암살자(들)’을 연출한 허진호 감독과는 ‘덕혜옹주’, ‘천문: 하늘에 묻는다’, ‘보통의 가족’ 등에 이어 다시 손을 잡았다. ‘암살자(들)’은 허 감독이 10년 넘게 구상해온 작품으로 알려졌다. 허 감독은 실제 사건을 다루는 만큼 객관성과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긴장감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우민호 감독과의 관계는 더욱 길다.

하이브미디어코프 창립작인 ‘내부자들’을 시작으로 ‘마약왕’, ‘남산의 부장들’, ‘하얼빈’을 함께했고 영화에서 쌓은 협업은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까지 확장됐다. 한 감독과 여러 작품을 반복 제작하면서 정치·권력극과 시대극을 장기간 개발할 수 있는 제작 체계를 구축한 셈이다.
 
'근현대사 덕후' 하이브미디어코프 김원국, 육영수 피살 다룬 '암살자(들)'로 시대극 흥행 이어간다

▲ 김원국 하이브미디어코프 대표(사진)가 한국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하이브미디어코프>


다만 하이브미디어코프는 ‘핸섬가이즈’, ‘말할 수 없는 비밀’ 등 여러 장르의 작품도 꾸준히 내놓고 있는 만큼 시대극만을 전문으로 하는 제작사는 아니다. 다양한 장르 가운데 흥미로운 소재를 하나씩 파고들다 보니 현재의 작품 구성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김 대표가 쌓아온 시대극 제작 역량은 영화관을 넘어 OTT까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하이브미디어코프의 첫 OTT 오리지널 시리즈인 ‘메이드 인 코리아’는 지난해 12월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됐다. 시즌1 공개 전부터 시즌2 제작도 결정됐다.

올해 하이브미디어코프가 공개한 제작 라인업도 영화 6편과 시리즈 2편 등 모두 8편이다. 영화 ‘암살자(들)’과 함께 ‘열대야’, ‘행복의 나라로’ 등이 포함됐고 시리즈 제작도 이어간다. 

외부 투자·배급 역량도 보강하고 있다.

하이브미디어코프는 지난해 11월 신세계그룹 콘텐츠 기업 마인드마크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었다. 앞으로 5년 동안 두 회사가 제작하거나 투자하는 작품에 상호 투자하고 배급하는 공동 투자배급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다만 시대극을 제작 경쟁력으로 만드는 과정에서의 부담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970년대와 같은 과거를 재현하려면 현대극보다 촬영 장소와 미술·의상·소품 등에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암살자(들)’ 역시 당시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실제 시대의 감각이 남아 있는 장소를 찾고 세트와 소품 등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현대사의 정치적 사건을 소재로 한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기록과 창작의 경계를 어디까지 둘 것인지에 따라 사실관계와 역사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생길 수 있다. 허 감독이 ‘암살자(들)’을 놓고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선을 강조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평가된다.

김원국 대표는 하이브미디어코프 대표이사이자 영화 제작자다. 

김 대표는 20대에 광고회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30대부터 영화 수입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약 10년 동안 외화 수입·배급 일을 하면서 ‘스윙걸즈’, ‘미스트’, ‘렛 미 인’ 등의 다양한 외화를 수입했다. 2014년 영화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를 설립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