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을 제치고 총 사업비 7조8천억 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의 주도권을 잡았지만, 원자재값 인상으로 정부가 책정한 구축함 납품가격으로는 수익성을 맞추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화오션이 KDDX 사업자로 선정된 것이 오히려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초 2023년 말 시작할 예정이었던 KDDX 사업이 2년 넘게 지연되면서, 그동안 구축함 건조에 필요한 첨단장비와 기자재를 비롯해 인건비, 환율이 급등했다. 하지만 이같은 비용 인상분이 KDDX 예산에 반영되지 않아, 현재로선 구축함을 건조해 납품하면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는 게 방산 업계의 분석이다.
 
한화오션 차기 구축함 수주 되레 '독배' 되나, 원가 상승에 수익성 해법 골머리

▲ 한화오션이 2일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2년간 KDDX 사업 지연에 따른 원가 인상분이 예산에 반영되지 않아 수익성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김동관 한화 부회장. <한화>


하지만 방위사업청은 예산 제약과 사업지연 우려 등으로 KDDX 예산 증액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화오션[042660]이 총사업비 7조8천억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됐다. 방위사업청은 2일 업체 선정평가를 거쳐 KDDX 상세설계와 선도함(1번 함) 건조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화오션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KDDX 사업은 7천 톤급 구축함 6척을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첫 국산 이지스급 구축함 사업이다. 

한화오션은 앞으로 방사청과 세부조건 협상에 돌입하게 되는데, 그동안 KDDX 사업 지연에 따라 불어난 원가부담을 반영해 사업비 인상을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방사청 공고에 따르면 현재 진행 단계인 KDDX 상세설계·선도함 건조의 총 사업비는 8821억 원으로 책정됐다. 선도함 건조 사업비가 8600억 원 안팎이고, 상세설계 사업비가 200억 원 안팎이다.

KDDX 선도함 건조 비용은 지난 2020년 당시엔 1척 당 6500억 원으로 책정됐다가, 2023년 12월 기본설계 완료 뒤 8600억 원으로 한 차례 인상됐다.

다만 이후 사업자 선정 방식을 둘러싼 갈등으로 KDDX 사업이 2년 지연되면서, 방산 업계에서는 척당 1000억~3000억 원 가량의 추가 건조비 인상이 필요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KDDX에는 통합 마스트, 통합 전기식 추진체계, 유무인 복합전투 체계 등의 국산 신기술이 적용되는데, 사업 지연으로 연구개발 기간이 덩달아 늘며 개발비가 증가했고, 인건비와 원/달러 환율 상승 등으로 전반적인 비용이 증가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방사청은 이같은 비용 상승분을 반영하더라도 1척당 추가 건조비 증액폭은 200억 원 가량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척 당 1000억~3000억 원 증액은 타당성 조사 등 추가 절차가 필요해 KDDX 사업 자체가 또 지연될 수 있어 사업비 대폭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화오션 차기 구축함 수주 되레 '독배' 되나, 원가 상승에 수익성 해법 골머리

▲ 한화오션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조감도. < 한화오션 >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으로서는 수년 간 공을 들여 수주한 KDDX 사업이 되레 손실을 유발할 수 있어 대책에 대한 고민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산학과 교수는 “KDDX 선도함은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새로운 함정을 구현하는 것으로, 그 과정에서 건조 업체가 지는 비용 리스크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도함 사업비가 후속 구축함 5척의 사업비를 책정하는 기준으로 작용하는 만큼, 한화오션 입장에선 선도함에서 충분한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후속함 건조 과정에서 손실이 더욱 불어날 수 있다. 또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 또다시 KDDX 지연이 불가피해지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KDDX 선도함을 건조할 한화오션의 특수선 사업부는 올해 1분기 매출 3183억 원, 영업손실 208억 원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 측은 “건조선의 주문변경(CO) 인식 지연, 해외사업 수주를 위한 판관비 지출과 선제적 생산능력 확장에 따른 고정비 부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원준 교수는 “2년 전보다는 자재비, 물가 상승, 공급망 불안정으로 비용이 늘어난 점을 반영달라는 게 기업 입장이고, 정부 측에서는 예산제약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앞으로 합의를 통해 균형점을 찾아야 KDDX 사업이 순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