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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KB국민은행 싱가포르지점 사무실에서 만난 김용진 지점장은 자체 파생상품 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역외금융 사업을 확대하면서 싱가포르의 동남아 거점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KB국민은행 >
6월12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래플스플레이스와 인접한 중심가 오션파이낸셜센터에 있는 KB국민은행 싱가포르지점에서 만난 김용진 지점장은 인터뷰 시작부터 ‘자본시장(CM)팀’을 강조했다.
올해 5월 싱가포르지점에 부임한 김 지점장은 회의실 대신 집무실에서 이야기를 나누자며 “여기가 전망이 더 좋다”고 웃었다. 탁 트인 창밖 전경으로 마리나베이샌즈와 금융가가 한눈에 들어왔다. KB국민은행 싱가포르지점은 43층 오션파이낸셜센터 9층에 자리 잡고 있다.
KB국민은행은 1997년 외환위기 때 싱가포르에서 철수했다가 2022년 다시 지점을 열었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이 1970년대 후반~1980년대 싱가포르에 진출해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후발주자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KB국민은행은 출범 초기부터 기업금융(CB), 투자금융(IB)과 함께 자본시장조직을 구축하며 차별화에 나섰다.
자본시장팀은 금리, 외환, 주식, 신용 등을 기초자산으로 파생상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조직으로 싱가포르에 진출한 국내 은행 가운데 KB국민은행이 가장 크고 전문적으로 관련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KB국민은행 싱가포르지점 자본시장팀에는 주재원만 5명이 배치돼 있다. 현지인 직원까지 포함하면 자본시장팀 인력은 8명으로 투자금융(7명)조직과 비슷한 수준이다.
2022년 지점 설립 때부터 자본시장팀을 총괄하고 있는 박재영 유닛장은 “최근 태국 바트화 대출을 포함해 여러 금융수요에 맞는 상품을 지속해서 개발하고 있다”며 “어려운 점도 많지만 보람도 크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싱가포르지점은 2024년 싱가포르통화청(MAS)으로부터 자본시장법(SFA) 및 재무자문법(FAA) 관련 선물·파생상품 인가를 취득했다. 올해 초에는 국채 등 유가증권 영업 인가도 추가로 확보했다.
▲ 싱가포르 오션파이낸셜센터 9층에 위치한 KB국민은행 싱가포르지점 사무실 벽에 기업금융, 투자금융, 자본시장(캐피탈마켓) 등 3개 조직과 같은 사무실에 입주해 있는 KB글로벌 핀테크랩 명패가 붙어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 지점장은 싱가포르지점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기업금융과 투자금융, 자본시장팀의 협업 구조를 꼽았다.
그는 “다른 은행은 기업금융이나 투자은행 거래 과정에서 필요한 파생상품을 본사나 외부 금융기관을 통해 조달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KB국민은행 싱가포르지점은 자체적으로 구조를 설계하고 상품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KB국민은행 싱가포르지점은 자본시장팀의 지원으로 태국 현지 통화인 바트화 대출을 성사시킨 사례가 있다.
당시 거래 기업은 달러보다 금리가 낮은 바트화 대출을 원했는데 KB국민은행이 바트화를 직접 조달하기는 어려웠다.
이때 싱가포르지점 자본시장팀이 파생상품 구조를 활용해 바트화 조달 구조를 설계했고 결과적으로 기업이 원하는 조건의 대출을 제공했다.
KB국민은행 싱가포르지점은 투자금융 쪽에서도 이자율스왑과 이자율옵션 등 파생상품으로 항공과 해운, 인프라 대출 등 금융상품 주선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김 지점장은 “직접 파생 구조를 만들어 거래를 성사시킨 것은 싱가포르 한국계 은행 가운데 처음이라고 볼 수 있다”며 “앞으로도 자본시장 조직의 강점을 살려 기업·투자금융 계약 추진에 연계 파생상품을 적극 활용해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지점장은 ‘임베디드CCS(통화스왑, Cross Currency Swap)’ 역시 KB국민은행이 한국계 은행 최초로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임베디드CCS는 대출 상품에 통화스왑 구조를 결합하는 고도화한 금융기법이다.
이 방법을 활용하면 기업금융영역에서 인접 동남아 국가의 현지 통화를 조달하고 경쟁력 있는 금리를 제시할 수 있다. 현지 은행들과 정면 대결을 펼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김 지점장은 “임베디드CCS 등 파생상품을 바탕으로 전에 진출하지 못했던 국가, 혹은 현지 제약으로 취급이 어려웠던 계약 등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며 “이를 통해 싱가포르지점이 아시아태평양 금융거래의 거점 역할을 더욱 본격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센토사 해협에서 바라본 싱가포르 항구에 대형 컨테이너선이 정박해 있다. 싱가포르는 아시아 최대 물류·무역 허브라는 실물 경제 기반을 바탕으로 국경을 넘어 주변 국가에 자금을 공급하는 '역외금융'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KB국민은행이 싱가포르를 중요하게 보는 이유는 동남아 전체를 연결하는 금융허브 역할 때문이다.
예를 들어 KB금융은 베트남에도 지점을 두고 있지만 베트남은 현지 규제로 기업대출을 연장하기 어려워 만기 뒤 다시 대출을 일으켜야 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과 행정 부담이 크다.
이 때문에 베트남 기업들 가운데는 싱가포르와 홍콩 등에서 달러 자금을 조달하려는 수요가 꾸준히 존재한다.
김 지점장은 “동남아 현지 법인들이 영업 과정에서 이런 수요를 발견하면 싱가포르지점이 직접 거래를 이어받아 실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싱가포르는 홍콩과 함께 주변 국가에 자금을 공급하는 허브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김 지점장은 베트남과 홍콩, 싱가포르를 모두 경험한 해외 전문가다. 그는 법과 제도의 안정성이 높은 싱가포르 금융시장의 강점을 높이 평가했다.
김 지점장은 “홍콩은 여전히 금융시장 발전도와 역사 측면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예전 영화 ‘첨밀밀’에서 보던 국제도시의 느낌은 조금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반면 싱가포르는 정치와 제도, 규제 측면에서 예측 가능성이 높아 글로벌 기업과 자본이 계속 모이고 있다”고 바라봤다.
KB국민은행은 앞으로 태국과 말레이시아를 전략시장으로 보고 있다. 태국은 현지 통화 금융 수요가 크고 말레이시아는 한국 기업 진출이 활발하지만 한국계 금융기관이 거의 없다.
한국계 은행들의 사업 성장 기회가 많은 지역인 셈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싱가포르지점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태국 등을 연결하면서 KB금융그룹의 글로벌사업 시너지 창출의 창구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 6월12일 오후 KB국민은행 싱가포르지점이 입주해 있는 오션파이낸셜센터 앞 거리 모습. 싱가포르 금융 중심지인 이곳은 '래플스 플레이스역'이 도보 3분 거리로 글로벌 거대 투자기관과 대형 은행들이 밀집해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 지점장은 1975년생으로 경희대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2000년 KB국민은행에 입행한 뒤 쭉 기업금융, 외환영역에서 경력을 쌓아온 전문가다.
김 지점장은 평택과 서린동 등 주요 기업금융지점에서 중소기업(SME) 대출과 무역금융 실무를 담당했다. KB국민은행 본사 외환마케팅부에서 상품 기획자로 근무하며 외환 및 무역금융 상품개발을 주도했다.
2014년에서 2018년까지 베트남 호치민지점 기업금융 담당 주재원을 지냈고 2022년부터 약 4년 동안 아시아 최대 국제금융센터인 홍콩지점에 부임해 기업금융 관리자, 부지점장을 맡았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