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 대표이사 사장이 기존 사업의 수익성 확보와 신사업 개척을 통해 성장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
특히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의 실적 호조와 수억 원의 성과급으로, DX부문 구성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어 돌파구 마련이 시급해진 상황이다.
노 사장은 고환율과 부품 원가 급등 속에서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확보하고, 고성장할 수 있는 신사업을 찾는 데 향후 경영전략의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16일 DX부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를 시작으로 사흘 동안 2026년 하반기 사업 방향을 논의하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진행한다.
17일에는 DX부문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사업부, 18일에는 전사 순으로 진행되며, 노태문 사장이 회의를 주관한다.
삼성전자 글로벌 전략회의는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 국내외 임원급 간부가 모여 사업 부문·지역별 현안을 공유하고, 사업 목표와 영업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다.
올해는 환율과 메모리 반도체 등 주요 부품 가격이 동시에 급등하고 있어, 비용 절감 방안과 공급망 구축 전략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DX부문은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 DX부문은 2026년 1분기 2조9677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2025년 1분기보다 37.1% 감소한 수치다.
DX부문의 올해 전체 영업이익도 6조 원 수준으로 지난해 12조8530억 원 대비 절반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가전과 TV는 물론이고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스마트폰 마진도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 DX부문 MX사업부는 1분기 5950만대 수준의 스마트폰 출하량과 지속적 비용 효율화에 기반해 약 3조 원의 영업이익을 시현했지만, 2분기부터 메모리 조달 비용이 급증하며 실적 급감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실적 부진과 함께 DX부문 구성원의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도 고조되고 있다.
2026년 임금협약으로 DS부문 메모리사업부 직원들은 특별경영성과급과 초과이익성과급(OPI)을 합쳐 약 6억 원의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DX부문 직원들은 600만 원 규모의 자사주만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노 사장은 지난 5월27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최근 임금협상 과정과 그 결과로 인해 많은 분들이 소외감과 박탈감, 그리고 회사에 대한 실망과 서운함을 느끼셨으리라 생각한다"며 "부문장으로서 안타까움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으며 DX부문이 마주한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 삼성전자가 2026년 5월 '구글 개발자 콘퍼런스 I/O 2026'에서 공개한 스마트 글라스 2종. <삼성전자>
가장 현실적 방안은 메모리 장기공급계약(LTA) 체결을 통한 원가 부담 절감이다. LTA를 통해 메모리 불황 시기에는 DS부문의 물량을 안정적으로 소화하고, 호황 시기에는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에 물량을 확보함으로써 DS부문과 '윈-윈'할 수 있는 협상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DS부문에만 의존하지 않고, 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외부 업체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구매 협상력도 극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7월 공개를 앞둔 폴더블폰 '갤럭시Z8 시리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에 자체 AP인 '엑시노스 2600'과 퀄컴 '스냅드래곤8 엘리트 5세대'를 모두 활용함으로써 AP 매입 단가를 최대한 낮추는 데 성공한 것으로 파악된다.
또 디스플레이 패널 비용 절감을 위해 스마트폰과 TV용 패널에서 중국 BOE 구매 비중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사업을 확대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TV와 가전 사업은 이미 성장성이 떨어진 지 오래된 데다가 스마트폰 판매 성장도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2024년 6.2%, 2025년 2.1%(전년 대비) 증가했지만, 2026년과 2027년에는 각각 13.9%, 1.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노 사장은 스마트 글라스, 냉난방공조(HVAC), 메디테크(의료+기술) 등 신사업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지난 5월19일 구글과 함께 개발한 '안드로이드 확장현실(XR)' 기반 스마트 글라스 2종을 공개했으며, 하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냉난방공조(HVAC) 사업도 삼성전자가 주목하고 있는 분야다. 현재 글로벌 빅테크들이 짓고 있는 AI 데이터센터가 급증하면서 이를 적절한 온도로 식힐 수 있는 '열관리 시스템'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5년 5월 유럽 최대 냉난방공조 업체 '플랙트그룹'을 15억 유로(약 2조3700억 원)에 인수하며 냉난방공조 사업에 뛰어들었고, 추가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메디테크(의료+기술) 경쟁력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10일 2700억 원을 투입해 최대주주에 올랐다고 밝힌 '엘리먼트 바이오사이언스'는 미국 유전자 분석 장비 기업으로, 삼성전자의 디지털 헬스 플랫폼과 엘리먼트의 유전자 분석 데이터를 연동해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고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에는 미국 헬스케어 기업 '젤스'를 인수하며, 커넥티드 케어 서비스 제공에도 나서고 있다. 커넥티드 케어란 일상적 건강 관리를 지원하는 웰니스 분야와 전문적 치료를 제공하는 의료 분야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사업 영역을 디지털 헬스케어로 확장하고, 제품 판매 중심에서 벗어나 서비스 기반의 새로운 매출원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노 사장은 앞서 5월 말 "사업별로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어디에 더 과감하게 집중해야 하는지, 현장에서 무엇이 가장 절실한지 직접 보고 챙기겠다"며 "원가 구조와 사업 운영 방식, 상품 경쟁력과 실행 체계까지 하나하나 다시 점검하고, 중장기 성장의 기반을 차근차근 다지겠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