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길 국제경제 톺아보기] 금리 재역전의 공포: 글로벌 금리 체계는 어디로 가는가

▲ 현재 시장에서 지금 가장 공포스러운 단어는 '재역전(Re-inversion)'과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다. 사진은 뉴욕증권거래소.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국제 증시가 고공에서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는 가운데 금리는 앙등하고 있다. 금융 및 자본 시장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깔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연초부터 시작된 국채 매도세로 폭등하는 국채 금리는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대처를 위해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더 가속화할 전망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11일 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이 확실하다. 이란 전쟁이 촉발한 글로벌 긴축 사이클에서 유럽중앙은행이 G7 차원에서 금리와 관련한 전위적 행보를 취하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금리인하를 위해 새로 지명한 케빈 워시 연준 의장도 금리인하는 고사하고, 금리 동결도 버거워하고 있다.

현재 금리 문제가 심각한 것은 ‘고물가, 고금리의 장기화’라는 새로운 추세가 고착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 미국 10년 국채 금리는 4.55% 내외이고, 2년 국채는 4.15% 정도이다.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은 것은 정상이나, 장단기 금리 모두가 상승 추세 속에서 특히 단기금리 상승이 더 가파르다. 

이는 ‘장단기금리 역전’이라는 대표적인 경기침체 신호의 우려를 부른다. 더 심각한 것은 현재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은 금리정상화가 된 것이 얼마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이다. 

미국채 2년물이 10년물보다 금리가 높은 현상은 코로나19 팬데믹 말기인 2022년 7월부터 시작돼 2024년 9월 초에 끝났다. 이런 장단기 금리 역전은 793일 동안 역대 최장기간 동안 이뤄졌다. 2024년 9월부터 연준이 금리인하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에 따른 것이다. 

문제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보통 경기침체의 신호이기는 하나, 역전됐을 때보다는 오히려 그 역전이 정상화됐을 때 경기침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것이다. 과거 역사적 통계를 보면, 장단기 금리 역전이 정상화된 후 평균 3~6개월 이내에 경기 침체가 찾아왔다.

1990년 걸프전과 오일쇼크 때에도 그해 1월 장단기 금리 역전이 해소되고 나서 6개월 뒤인 7월에 경기침체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했다.
 
2001년 닷컴버블 붕괴 때에도 2000년 12월에 역전이 해소됐는데 2001년 3월에 침체로 들어갔다. 2008년 금융위기 때에는 2007년 6월에 역전이 해소됐는데 그해 12월에 침체에 들어갔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때에는 2019년에 역전이 해소됐는데, 2020년 2월에 침체로 진입했다.
 
장단기 금리 역전과 정상화는 경기침체에 대한 복잡한 신호이다.

먼저,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은 무엇보다도 인플레이션에 대처하려는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제일 요인이다. 중앙은행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면 당장 단기금리가 가장 큰 영향을 받아서, 장기금리를 추월한다. 

미래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장기금리가 하락해서 단기금리에 역전되는 요인도 있다.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고 믿는 투자자들이 주식 등 위험자산에서 돈을 빼서 가장 안전한 장기 국채로 몰리면, 이자율이 떨어져 단기금리에 역전당한다.

이런 원인들이 바로 경기침체의 신호이다. 하지만, 경기침체는 이런 역전이 해소된 뒤 본격화된다.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를 인상해 장단기금리가 역전되면 경기침체 우려가 실재화된다. 이렇게 경기침체가 가시화되면 중앙은행은 다시 기준금리를 급격히 내린다. 이로 인해 단기금리가 장기금리 밑으로 빠르게 떨어지며 장단기 금리 역전이 해소된다. 이는 정상화 자체가 “경기가 심각하게 나빠져서 금리를 내린다”라는 방증이다.

현재 국면은 장단기 금리 역전이 해소되고서도 1년9개월이 되는데도, 경기침체 신호는 없고 오히려 증시는 활황이다. 현재 금리 상황은 장단기 금리 역전이 해소된 뒤 금리가 인상되는 추세이다. 장단기 금리 역전이 해소된 뒤 연준과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재발로 인해 오히려 금리를 다시 올리는 혹은 올리겠다고 예고하는 이례적인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과거 40년간 장단기 금리 역전이 해소되는 이유는 늘 하나였다. 경기가 꺾여서 중앙은행이 금리를 급하게 내렸기 때문(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 밑으로 폭락)이었다. 하지만, 장단기 금리 역전 해소 이후 현재는 경기가 침체되기는커녕 고용과 소비가 너무 강하고, 이란전쟁 등 공급쇼크로 인플레이션이 오르면서 금리가 전반적으로 오르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장단기 금리가 정상화된 상태에서 인플레이션 때문에 실제로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게 되면, 통화정책에 민감한 단기 금리(2년물)가 또 한 번 장기 금리를 뚫고 올라가는 ‘더블 딥 역전’이 발생할 수 있다. 

연준이 과거 1970년대처럼 물가 잡기 타이밍을 놓쳐 경기성장은 둔화되는데 물가를 잡으려고 금리를 계속 올려야만 하는 최악의 정책 실패 국면으로 진입함을 의미할 수도 있다. 시장이 지금 가장 공포스러워하는 단어는 ‘재역전(Re-inversion)’과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다.

국제통화기금 수석부총재을 지낸 기타 고피나트 하버드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지난 5월29일 블룸버그와 회견에서 현재 금리 상승이 단순한 단기 통화정책의 결과가 아니라 거시경제적 체체 변화(레짐 체인지)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고피나트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 글로벌 금융시장을 지배했던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과 구조적 저금리 기조가 완전히 끝났다고 선언했다.
 
장기침체와 관련된 구조적 저금리 기조란 인구고령화에 의한 은퇴 자금 축적, 빈부격차 확대에 따른 부자들의 저축 확대, 신흥국의 미국채 등 안전자산 매입에다가 중국의 값싼 제조물품 공급 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없이 저금리 기조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피나트 교수는 인공지능 붐, 저축과잉의 종말, 국가부채 증대 등으로 이런 저금리 기조는 종언을 고했다고 진단한다. 현재 인공지능 붐은 천문학적인 투자를 요구하고, 또 이에 따른 증시 활황으로 투자자들이 채권에서 돈을 빼서는 증시로 몰려들고 있다. 금리가 오르는 이유이다. 

또한 한국이나 중국 등에서 고령화가 더 진전되면서 이제 은퇴 고령자들이 자신들의 저축을 축적하기 보다는 소비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에 더해 미국 등 선진국들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부채가 더욱 커지고 있다. 대결과 분쟁의 상시화로 국방비도 급등한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적 충격이 오면, 정부와 중앙은행이 나서 대규모 유동성 공급이나 재정 부양으로 대처할 능력이 없다고 고피나트 교수는 지적한다. 

증시의 변동성이 극심하다. 이런 변동성은 금리를 바라보는 현 금융시장의 불안에 다름 아니다. 정의길/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