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가 중국 바이오기업을 겨냥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과 같은 국내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이 바이오 분야에서 중국 기업을 안보 리스크로 보고 있는 만큼 글로벌 제약사들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한국 등 비중국 기업의 생산거점을 더 적극적으로 찾을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중국 바이오기업 견제 수위 높이는 미국, 삼성바이오로직스 CDMO 반사이익 기대 부푼다

▲ 우시앱텍이 미국 국방부의 1260H 명단에 포함됐다. 사진은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중국 생명공학 기업 우시앱텍 시설 모습. <연합뉴스>


9일 미국 국방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8일(현지시각) 중국군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한 기업을 지정하는 1260H 명단에 중국 바이오 기업인 BGI그룹과 MGI테크, 노보진, 우시앱텍 등을 포함했다.

BGI그룹과 노보진은 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주력으로 하는 중국 바이오기업이다. 유전체 분석은 질병 진단과 신약개발, 정밀의료 등에 활용되는 핵심 기술로 꼽힌다. MGI테크는 유전체 분석에 필요한 장비를 제조하는 기업이고, 우시앱텍은 신약 연구개발 지원과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을 제공하는 중국 제약바이오 기업이다.

이번 명단에 포함된 기업들이 단순 제조업체가 아니라 유전체 분석과 신약개발, 의약품 생산 등 글로벌 제약바이오 공급망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26회계연도 미국 국방수권법에 반영된 생물보안법안 조항과 맞물린다면 영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 12월 미국 국방수권법에 포함돼 통과된 생물보안법안은 미국 행정기관이 우려바이오기업의 장비와 서비스를 조달하거나 계약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려바이오기업은 미국 정부가 국가안보 및 자국민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장비·서비스 거래 및 계약을 제한하는 생명공학 기업을 말한다. 주로 중국 군사 기업으로 지목된 유전체 분석 및 CDMO 기업들이 이에 해당한다.

국방수권법 발효 뒤 1년 안에 미국 관리예산국이 우려바이오기업 명단을 공표해야하는 만큼 올해 12월 이전 명단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번 1260H 명단에 BGI그룹과 MGI테크, 노보진, 우시앱텍이 포함되면서 이들 기업이 생물보안법상 우려바이오기업으로 지정될 가능성도 커진 셈이다.

특히 우시앱텍이 명단에 포함된 점은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우시앱텍은 신약 연구개발과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에서 글로벌 제약사들과 폭넓게 거래해온 중국 기업이다.

법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중국 바이오기업과 거래해온 글로벌 제약사들은 연구개발과 생산 협력 구조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기존 계약을 당장 끊기는 어렵더라도 신규 프로젝트나 장기 공급망 전략에서는 중국 기업 비중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이번 1260H 명단에 직접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 다행일 수는 있다. 다만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원래 우시앱텍의 바이오사업부였고 2017년 홍콩증시에 상장하면서 별도 회사로 분리됐다는 점에서 부정적 영향을 배제하기는 힘들다는 시선이 나온다.

우시앱텍과 사업적 연원이 있는 데다 글로벌 제약사의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에서 존재감이 큰 기업인 만큼 향후 생물보안법상 우려바이오기업에 포함된다면 이 또한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부의 중국 바이오기업 견제 기조에 수위가 점차 높아지면서 국내 바이오기업의 반사이익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가장 직접적인 수혜 후보로 거론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에 대규모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두고 있다. 이미 글로벌 대형 제약사를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고 생산능력과 품질 관리 역량을 앞세워 세계 CDMO 시장에서 입지를 키워왔다.

중국 기업과 거래하는 데 따르는 정치적 부담이 커질수록 글로벌 제약사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비중국 생산 파트너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런 흐름에서 대체 생산거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 바이오기업 견제 수위 높이는 미국, 삼성바이오로직스 CDMO 반사이익 기대 부푼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기업들이 미국의 바이오 산업 공급망 재편 가능성에 따라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됐다. 사진은 인천 연수구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모습. <삼성바이오로직스>


롯데바이오로직스도 미국의 공급망 재편 흐름에서 기회를 노릴 수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시러큐스 공장을 기반으로 CDMO 사업을 키우고 있다. 미국 안에 생산거점을 갖고 있다는 점은 미국 정부가 의약품 공급망 안정성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인천 송도 바이오캠퍼스 조성도 추진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할 여지도 있다. 아직 글로벌 CDMO 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만큼의 규모를 갖춘 것은 아니지만 미국 생산기지를 앞세워 고객사 확보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지고 있다.

셀트리온도 미국 내 생산거점과 바이오의약품 개발·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기회를 넓힐 수 있다.

셀트리온은 미국 뉴저지주 브랜치버그에 생산시설을 확보하며 미국 현지 생산 기반을 마련했다. 그동안 바이오시밀러 개발과 상업화 경험을 쌓아온 만큼 바이오의약품 생산과 품질관리 역량을 갖춘 기업으로 평가된다.

다만 미국의 중국 바이오기업 압박이 곧바로 국내 기업의 대규모 수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글로벌 제약사가 CDMO 파트너를 바꾸려면 품질 검증과 규제기관 승인, 기술이전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의약품 생산은 환자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단순히 가격이나 정치적 이유만으로 단기간에 생산처를 바꾸기 어렵다.

사실상 변화는 기존 계약을 한꺼번에 대체하는 방식보다 신규 프로젝트나 장기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비중국 기업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국방부의 1260H 명단 업데이트로 우시앱텍을 비롯한 중국 바이오기업을 둘러싼 미국 내 규제 리스크가 단순한 우려를 넘어 가시화하고 있다”며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은 파트너사를 고를 때 지정학적 신뢰성을 중요하게 보는 만큼 안정적으로 의약품을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는 국내 바이오기업의 수주 가능성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