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은색 옷을 입은 방문자가 5월12일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테슬라 매장에서 모델Y 차량에 시승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전기차 기업과 자율주행 기술 경쟁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BYD는 자율주행 사고시 책임보상까지 제공하는 승부수로 차별화해 테슬라로서는 핵심 시장인 중국에서 전기차 판매 성장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 BYD ‘자율주행 사고 나면 회사가 보상’ 선언, 테슬라보다 먼저 신뢰 경쟁 승부수
8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BYD를 비롯한 주요 중국 전기차 기업은 테슬라를 상대로 한 자율주행 경쟁에 강력하게 맞서고 있다.
특히 전 세계에서 전기차를 가장 많이 판매한 BYD는 자율 주행 신뢰 확보라는 승부수를 꺼내 들었다. 전기차 정보플랫폼 EV닷컴에 따르면 BYD는 2025년 전기차 약 225만 대를 팔아 약 164만 대를 판매에 머문 테슬라에 우위를 보였다.
BYD는 지난 5월28일 중국에서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인 ‘신의 눈’의 이용 도중 발생한 사고에 경제적 손실을 전액 보상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보상 기한은 차량을 구매하거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한 뒤 1년이다.
이를 놓고 블룸버그는 “BYD가 테슬라에게 자율주행 로봇 차량과 관련한 신뢰를 구축하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BYD는 손실 보상 방침을 발표하면서 '레벨4'까지의 자율주행을 지원하는 전용 반도체 쉬안지A3도 공개했다.
국제자동차공학회(SAE)는 자율주행을 기술 수준에 따라 레벨 0부터 5까지 여섯 단계로 구분한다. 이 가운데 레벨4는 자동화 구간에서 비상시를 제외하고 운전자의 개입 없이 완전 자율주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자연히 자율주행 사고로 인한 책임을 자동차 제조사와 운전자 가운데 누가 지는지 배분해야 하는데 BYD는 일정 기간 동안에 자신들이 책임을 지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것이다.
로이터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테슬라의 FSD가 시스템이 요청할 때 운전자가 반드시 개입해야 하는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성능을 발휘한다고 바라본다. 그러나 실제로는 운전자가 항시 주행 상황을 주시하고 사고시 책임을 맡아야 하는 레벨2 단계로 운영된다.
BYD가 신뢰성뿐 아니라 기술 경쟁력에서도 테슬라에 우위를 가지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 테슬라의 월별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 <그래픽 챗GPT로 제작>
◆ 중국 전기차업계, 자율주행 경쟁에서 테슬라에 총공세
이런 상황은 중국에서 FSD를 최근에야 출시한 테슬라에게 부담으로 꼽힌다. 테슬라는 지난 5월21일 X(옛 트위터) 공식 계정을 통해 중국에서 감독형 FSD를 제공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감독형 FSD는 운전자의 개입 아래 인공지능이 차량의 제동과 가속 등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BYD를 비롯한 중국 완성차 업체가 자율주행 경험과 신뢰 확보 경쟁을 가속화하면 테슬라로서는 전기차 소비자에게 외면당할 공산이 커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샤오미와 지리자동차 및 샤오펑 등 중국 전기차 업체 다수는 자율주행 관련 기능을 중저가 차량까지 기본 사양으로 탑재한다.
이를 통해 대규모 주행 데이터를 확보해서 자율주행 성능을 고도화하도록 학습시킨다. 중국 정부도 자율주행 인증과 시험 허가를 확대하며 전기차 업체들의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를 뒷받침한다.
자동차 전문매체 CBT뉴스는 “중국이 자율주행 분야에서 빠르게 진전을 보이는 반면 미국은 뒤처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셀카봉을 사용하는 방문객이 5월18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에 위치한 전시장에서 BYD 산하 프리미엄 브랜드인 덴자의 N9 전기차를 등지고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 테슬라 미국 전기차 시장 둔화에 중국 돌파구 절실, FSD만으로 차별화 쉽지 않아
테슬라에게 중국 자율주행 시장이 중요한 이유는 본산인 미국 전기차 시장이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사업체 켈리블루북이 지난 4월10일에 펴낸 보고서를 보면 2025년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보다 2% 감소하며 성장이 둔화하는 국면에 진입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지난해 9월부로 전기차 구매시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천만 원)까지 지원하던 보조금을 폐지해 판매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에 올해 1분기에 미국 완성차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비중은 지난해 3분기의 절반 수준인 5.8%까지 떨어졌다.
지난 2월28일에 벌어진 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도 미국을 비롯한 북미 지역에서 전기차 판매 회복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조사업체 벤치마크미네랄인텔레전스가 5월13일에 낸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4월 미국을 포함한 북미에서 전기차 판매량은 3월보다 28% 감소했다.
반면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전체 신차 판매량 가운데 전기차 비중은 55%로 압도적으로 나타났다. 올해 4월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 비중은 60%를 웃돌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렇듯 시장 파이가 크다 보니 테슬라 역시 중국 시장에서 판매 방어가 필수 과제이지만 경쟁 심화로 자율주행을 홍보 요소로 내세우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인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테슬라는 사업 무게중심을 전기차 판매에서 자율주행 무인 차량호출 서비스인 로보택시와 인간형 2족 보행 로봇(휴머노이드)로 점차 이동하고 있다.
테슬라는 그러나 로보택시와 휴머노이드에선 아직 본격적 상용화가 멀었고 매출 대부분을 전기차 판매에서 거두고 있다. 올해 1분기 테슬라의 전체 매출 가운데 전기차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72.5%로 나타났다.
그런 만큼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량 반등은 테슬라에게 중요하지만 여전히 부진한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전기차 전문매체 CNEV포스트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해 들어 5월까지 중국에서 18만6035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보다 7.87% 감소한 수치이다.
테슬라가 중국에서 자율주행 기능을 출시하기는 했지만 BYD를 비롯한 현지 업체와의 경쟁에서 뚜렷한 우위나 차별 요소를 보여주지 못하면 판매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블룸버그는 “테슬라는 자율주행 관련 측면에서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자율주행 사고시 보상을 제공하고 책임을 진다는 중국 업체와 강력한 경쟁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