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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과 김민희로 돌아보는 사적 욕망과 공적 윤리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7-02-22 16:2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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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외신이 가장 뜨거운 인물로 다루고 있는 한국인을 꼽자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배우 김민희씨일 것이다. (물론 김정남도 있지만 대한민국 국적은 아니므로).

두 사람을 놓고 외신의 평가가 국내의 그것과는 다른 점에서 흥미롭다.

  이재용과 김민희로 돌아보는 사적 욕망과 공적 윤리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먼저 이 부회장만 놓고 보자. 이 부회장은 법원의 구속이 결정되면서 외신들도 관련 기사를 집중적으로 쏟아냈다.

외신에서 이 부회장은 ‘Lee Jae-yong’인데 때로 ‘Jay lee’나 ‘삼성의 왕자’ 등에 이르기까지 국내 언론들보다 자유롭게 표현된다.

외신들이 이 부회장의 구속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은 대략 2가지다. 삼성과 한국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란 것, 전문경영인 위주의 삼성 경영시스템과 이 부회장 개인의 제한적 역할에 비춰 단기적으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삼성은 오랜 기간 노력해서 지금 위치에 올라온 기업이기 때문에 부회장의 구속이 당장 큰 타격이 되지 않을 것.”(블룸버그)

“일상적인 경영활동에는 문제가 없지만 장기적으로 전략적인 의사결정은 어려울 것.”(로이터)

두 매체는 단기적으론 크게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후자의 시각에 가깝다.

그런데 파이낸셜타임스의 이런 언급은 이재용 구속=삼성과 한국경제의 위기로보는 전자의 시각을 보여주는 예다.

“이 부회장이 삼성이라는 기업제국에 전반적인 지배력을 발휘하려던 시기에 구속돼 삼성이 심각한 좌절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런 보도들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외신을 인용한 국내 매체들의 보도에도 일정정도 짜깁기가 이뤄지고 있음도 분명하다.

이 부회장 구속 이후 삼성그룹 경영권과 관련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역할 확대 가능성을 내놓은 것도 미국 경제종합지 포춘이 먼저였다.

집안일에 이웃집에서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격인지는 모르겠으나 한편으론 국내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를 놓고 어쩌면 그들의 시각이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자유로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삼성공화국’이란 비아냥이 나올 정도로 국가경제에 삼성그룹이 차지하는 위상은 막강하다. 저마다의 이해관계가 얽힌 경우도 있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을 바라보는 데 이데올로기가 작동하는 것도 분명하다.

서양적 관점에서 근대는 사적 욕망과 공적 윤리가 충돌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중세에 이르기까지 공적 윤리는 신적 질서와 하나를 이뤘다. 근대에 들어 공적 윤리는 법 질서로 대체되며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

이 부회장의 구속을 다루는 외신의 시각에는 그런 점에서 냉정하다고 볼 수도 있다. 부의 승계라는 사적 욕망이 법 질서와 어긋날 때 관용을 베풀기는 어려운 것이다.

사적 욕망과 공적 윤리의 이분법적 분리는 또 다른 차원에서 기업경영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유지되는 듯하다.
 
공적인 영역에 속하는 기업과 오너 1인의 사적인 구속을 분리해 바라보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는 오너가 독점적으로 전권을 휘두르고 기업을 경영하는 한국적 재벌그룹의 현주소가 이해될 턱이 없을 것이다.

  이재용과 김민희로 돌아보는 사적 욕망과 공적 윤리  
▲ 배우 김민희씨.
영화배우 김민희씨는 국내에서 홍상수 감독과 불륜설로 천하의 ‘나쁜 여자’가 돼있다.

두 사람은 이런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프랑스에서 영화를 찍더니 보란 듯이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여우주연상까지 받았다. 영화배우와 영화감독의 영화같은 사건이다.

아직 수상작을 보지 못했으므로 작품이나 연기에 대한 평가는 논외다. 다만 김씨의 경우도 사적 욕망과 공적 윤리를 구분하는 서구적 사고가 수상자 선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배우의 사생활과 예술을 분리해 바라보는 시각이다.

사실 김씨의 최근 연기만 놓고 보자면 지난해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에서 독보적인 아우라로 국내 영화제 상을 휩쓸었다 해도 이상할 게 없다. 불륜설이 터지며 비난의 화살세례를 받는 바람에 그의 수상은 일부 영화제에 그쳤다.

하지만 외국언론들은 달랐다. 사생활을 놓고 흥미로운 기사도 쏟아냈지만 그것과 별개로 연기 자체에 대한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한마디로 그들에게 영화는 영화, 배우는 배우일 뿐인 것이다.

사적 욕망과 공적 윤리을 놓고 국내외 시각이 참으로 다르다는 것 외에 어느 쪽이 옳은지를 따지는 건 무의미할 듯하다. 그들의 시선이 흔히 말하는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얘기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지금 대한민국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법의 감옥에, 김민희씨는 윤리의 감옥에 갇혀 있다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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