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 461일 만에 ‘절윤’ 결의문을 내놨다.

당 차원의 첫 공식 절연 선언이지만 한동훈 전 국민의힘 당대표 체제부터 비대위와 혁신위를 거치는 동안 번번이 무산됐던 쇄신 시도를 고려하면 이번에도 ‘말뿐인 결의’에 그칠 것이라는 회의론이 벌써부터 제기된다.
 
국힘 비상계엄 461일 만에 '절윤' 결의, '돌고 돌아 절윤'에 진정성 증명이 관건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9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는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노총에서 열린 한국노총 창립 80주년 기념식을 찾았다.

이는 전날 밤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의원 전원 명의로 절윤 결의문을 발표한 뒤 장 대표의 첫 대외 행보이다. 사전에 마련된 일정이라 해도 ‘외연 확장’ 메시지를 내놓을 기회였다. 그러나 그는 이날 행사에서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면서 쇄신하는 모습을 특별히 보이지 못했다.
    
장 대표는 이 자리에서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추진 과정에서 노동자 여러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했다. (지금의 국민의힘 노동 정책 등은) 당의 반성을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절윤을 의결했으나 유권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선 장동혁 지도부가 쇄신 의지를 증명하기 위한 보다 강력한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 국민의힘의 전날 결의문 발표를 두고 ‘말’뿐인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앞서 국민의힘은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 후 국민의힘 의원 106인 전원 명의로 결의문을 발표했다. 결의문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낭독했다. 장 대표는 결의문을 낭독해달라는 일부 의원들의 요구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이번 결의문을 통해 △잘못된 12·3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큰 혼란과 실망을 드린 데 대해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송구한 마음으로 사과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를 요구하는 일체의 주장에 명확히 반대하고 △당내 구성원 간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모든 행동과 발언을 중단한다는 등 세 가지가 담겼다.

일찍이 국민의힘은 12·3 비상계엄 이후 국민의힘을 향한 절윤 요구가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이후 꾸려진 비상대책위원회와 혁신위원회를 거쳐 장 대표 체제에 이르기까지 당이 윤 전 대통령과 절연을 명확히 한 적은 없었다. 

사실 국민의힘에서 당 차원의 쇄신 움직임이 일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2·3 비상계엄 이후 당 안팎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절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한동훈 당시 당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책임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출당 등 조치 필요성을 거론하며 당 차원의 대응을 시도했지만 당내 반발에 부딪히며 오히려 지도부가 붕괴했다. 

이후 출범한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비상계엄에 대해선 잘못된 판단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윤 전 대통령과의 ‘인위적 거리두기’에는 선을 그었다. 당 안팎에서 제기된 출당·절연 요구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유지하면서 당내 갈등을 관리하는 데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쇄신 요구는 다시 힘을 잃었고, 당내에서는 쇄신보다 ‘봉합’에 가까운 비대위라는 평가가 나왔다.

대선 패배 이후 출범한 ‘김용태 비대위’는 이전보다 한층 강한 쇄신 기조를 내세웠다. 김용태 비대위원장은 탄핵 반대 당론 정리와 계엄 옹호 행위에 대한 윤리위 회부 등을 포함한 개혁안을 제시하며 이른바 ‘탄핵의 강’을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내 주류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개혁 추진은 동력을 얻지 못했고 당 지도부는 쇄신 논의를 혁신위원회로 넘기며 다시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송언석 의원이 국민의힘 원내대표로 선출되며 출범한 ‘송언석 비대위’ 체제에서 출범한 혁신위원회 역시 순탄치 않았다. 

혁신위원장으로 내정됐던 안철수 의원이 인적 쇄신 필요성을 제기하며 지도부 책임론을 거론하자 당내 반발이 이어졌고 결국 혁신위는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기 이전에 좌초했다. 이후 윤희숙 전 의원이 혁신위원장을 맡아 혁신위를 재가동했지만 인적 청산 문제를 둘러싼 지도부와의 입장 차이로 혁신 논의는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흐지부지됐다.

이처럼 국민의힘은 비대위와 혁신위를 거치는 동안 여러 차례 쇄신에 나섰지만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정리를 둘러싼 당내 이견을 넘지 못하며 번번이 동력을 잃고 무산됐다. 이번 절윤 결의 역시 과거처럼 선언에 그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힘 비상계엄 461일 만에 '절윤' 결의, '돌고 돌아 절윤'에 진정성 증명이 관건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25년 3월6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에서는 이번 절윤 선언이 설득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먼저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는 장 대표 사퇴가 거론된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9일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오늘(9일) 의원총회를 통해서 (국민의힘) 노선 전환이 가능하느냐. 저는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며 “지금 국민의힘 윤어게인 노선을 대표하는 사람이 장동혁 대표다. 장동혁 대표가 있는 한 노선은 없는 것이다. 거기서 장 대표가 어떤 유화적인 메시지 몇 개를 낸다고 해서 그걸 노선전환이라고 과연 국민들이 심지어 보수층 내에서 평가를 해줄까. 그럴 리 만무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와 가깝던 인물의 용퇴도 거론된다.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9일 YTN라디오 ‘김준우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이제 지도부에서 어떻게 나갈 것인가. 제가 생각하기에는 윤어게인 세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그런 행위를 했던 당내 주요 보직에 있는 사람들 해임부터 해야 된다”며 “그것 없이 ‘절연합니다’, ‘계엄 사과합니다’ 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지 않나. 예를 들어 윤리위원장, 당무감사위원장, 여의도연구원에 있는 그 사람 일부 대변인들 등 싹 다 해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민의힘이 당원으로 받아줬던 전한길씨 및 고성국씨 등 ‘윤어게인’ 유튜버들과 절연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들 유튜버들은 스피커에 그치지 않고 막후에서 당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김용남 전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인적 청산이 이뤄져야 한다”며 “적어도 고성국, 전한길 이런 사람들은 확실히 끊어내는 모습을 보여줘야 믿음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이 실제 진정성을 입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애초 이번 결의가 지방선거를 80여 일 앞두고 오세훈 서울시장의 ‘후보 신청 보이콧’으로 촉발됐다는 점에서 지방선거를 위한 ‘1회용 전략’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계엄 사태 이후 1년 가까이 수차례 절윤 요구가 제기됐던 만큼 지금 시점의 대응은 지나치게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이 어제 12·3 내란에 대한 사과와 윤석열의 정치 복귀 반대를 담은 결의문을 발표했다”며 “무슨 큰 결단이라도 한 듯 포장하고 있지만 변변한 후보조차 내지 못할 정도가 되자 뒤늦게 내놓은 선거용 쇼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권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