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이 최근 불거진 반도체 사업장 질병 논란에 대해 적극 대응에 나섰다.
박성욱 사장은 발병현황 실태조사를 벌이는 한편 작업환경 개선 등 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SK하이닉스의 산재논란 대응이 반도체 양강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삼성전자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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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
12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박성욱 사장은 최근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언론에서 제기한 우려에 대해 회사는 적극적이고 정밀한 실태조사와 함께 구성원들의 안전과 건강관리를 더욱 강화해 나갈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실태조사를 위해 학계와 산업보건 전문의를 포함한 전문 자문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또 소통창구를 마련해 과거 피해자들은 물론 앞으로 있을 대화 제의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 사장은 사내에 건강지킴이 콜센터를 설치해 임직원 및 퇴직자들의 관련 질환 발병을 추적관리하고 의료지원과 경제적 지원을 하기로 했다. 유해물질 관리기준도 국제기준보다 더욱 엄격하게 적용한 사내기준을 설정할 예정이다.
박 사장은 또 올해 안에 실태조사 및 재발방지 계획을 발표하고 내년부터 지원 및 보상 프로그램을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기로 했다.
박 사장이 적극 대응에 나선 것은 지난달 말 언론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반도체사업장 근무자의 발병과 사망실태를 비교해 보도하는 등 반도체사업장의 산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도 삼성전자 못지않게 백혈병 등 관련 질환 발병자와 사망자가 나오고 있는데 그동안 삼성전자에 가려 상대적으로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산업재해는 부각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산업재해 보도가 나온 전후로 주가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SK하이닉스는 상반기 매출 7조6천억 원, 영업이익 2조1천억 원의 역대 최고실적을 기록했지만 지난달 5만 원이 넘던 주가는 현재 4만3천 원대까지 떨어졌다.
한 전문가는 “SK하이닉스가 SK그룹의 실적을 떠받치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 산업재해 논란이 불거지는 것은 큰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을 고려해 박 사장이 SK하이닉스 산재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기 전에 조속히 대책을 내놓는 등 진화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SK하이닉스의 태도는 삼성전자가 권오현 부회장이 나서 백혈병 산재 논란에 공식적으로 대응하기까지 7년이나 걸린 것에 비하면 매우 전향적 태도라는 평가도 받는다.
SK하이닉스의 산재 관련 대응이 삼성전자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간의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13일 5차 협상을 앞두고 있지만 서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임자운 반올림 변호사는 “SK하이닉스가 협력사 직원도 보상하고 유해물질 관리기준도 높게 설정하겠다는 대책은 삼성전자와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을 놓고 볼 때 SK하이닉스가 마련하는 산재대책이 삼성전자와 반올림간의 협상에 새로운 기준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