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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형 이동수단 전동킥보드, '엑셀'과 '브레이크' 조화 필요할 때

김예영 기자 kyyharry@businesspost.co.kr 2020-11-10 18:3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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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신문물’이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이 신문물은 전기를 사용해 '친환경'이라는 칭찬을 한껏 받고 '미래형 모빌리티'에 '공유경제'라는 화려한 수식어까지 붙어 시장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미래형 이동수단 전동킥보드, '엑셀'과 '브레이크' 조화 필요할 때
▲ GS25에서 제공하는 전동 킥보드 서비스 `라임`.

전동킥보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전동킥보드는 이동수단의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며 모빌리티의 미래로 '엑셀'을 밟고 있지만 사고위험과 주차문제 등으로 적절한 규제의 '브레이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10일 경찰청,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담긴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12월10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면허가 없어도 자전거 도로에서 전동 킥보드를 운전할 수 있게 되며 이용 연령은 기존 만16세에서 만13세로 하향 조정된다.

헬멧 등 안전장비 착용 의무는 있지만 벌칙 조항이 삭제돼 경찰의 단속 권한도 무용지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경일 L&L 자동차전문 변호사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규제를 완화하면 이용자 수가 늘어날 것이 자명한데 전용차도 등 충분한 공간을 확보한다든가 철저한 교통교육을 진행한다든가 하는 준비도 없이 무작정 규제를 풀어버리면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지금 국내 도로 실정을 살펴보면 자전거도로로 조금 가다 보면 차도로 가게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국스마트이모빌리티협회(KEMA)에 따르면 2017년 7만3800대 규모였던 국내 전동킥보드 연간 판매대수가 2019년에는 16만4200대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2022년까지 국내 전동킥보드 대수가 21만여 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서울시에만 라임, 씽씽, 고킥보드 등 전동킥보드 대여업체가 16곳에 이른다.

전동킥보드 이용자 수가 늘어남에 따라 안전사고와 사망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에는 갑자기 튀어나와 사고를 낸다는 의미로 킥보드와 고라니를 합친 ‘킥라니’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기도 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 등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관련 사고는 2017년 117건에서 2019년에는 447건으로 훌쩍 늘었다. 

6일에는 전동킥보드 운전자가 신호가 바뀐 뒤에 출발하지 않아 화물차에 치어 숨진 일이 있었고 10월24일에는 교차로에서 택시와 충돌해 사망한 사례도 있으며 10월20일에는 전동 킥보드로 출근하던 직장인이 굴삭기에 치어 사망하기도 했다.

늘어나는 이용자 수와 함께 증가하는 안전사고와 인명사고는 ‘브레이크’가 필요할 때라는 점을 시사한다.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기업 등은 저마다 위치에서 시장 확대를 향해 달리는 전동킥보드산업에 적절한 '브레이크'를 걸기 위해 힘쓰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동킥보드 판매∙대여 사업자들에게 기존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로 했다.

공정위는 전동킥보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중요한 표시∙광고사항 고시’ 개정 등 업무를 2021년 계획에 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개정된 표시광고법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사업자는 소비자에게 속도, 안전장치 착용 등 준수사항을 명확하게 알려야 한다. 사업자가 이를 어기면 1억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등 처벌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서울시 등 지자체는 전동킥보드시장의 기본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지하철역, 인도 가장자리 등에 전동킥보드 주차장을 마련하고 확대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전동킥보드 판매∙대여 사업자들은 킥보드에 블랙박스를 도입하고 주차한 위치를 사진으로 촬영해 업로드해야 이용을 종료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이용자 준수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DB손해보험은 10일 업계 최초로 전동킥보드사고까지 보장하는 ‘참 좋은 오토바이운전자 보험’을 내놓기도 했다. 

문제는 엑셀과 브레이크의 조화와 속도다.

새로운 사업분야를 적극 지원하는 엑셀도 필요하지만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브레이크도 필요하다. 

적절한 브레이크 없이 엑셀만 밟아 여기저기 문제들이 커지는 것을 방치해서도 안되지만 지나친 브레이크로 신문물이 시장에서 도태되는 일도 막아야 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칼럼을 통해 “전동킥보드뿐만 아니라 휴대용 이동수단이 앞으로 더욱 많아지고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이를 고려해 유사한 종류를 총괄하는 ‘퍼스널 모빌리티 총괄 관리법’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조선말기 개화기 때 고종은 뒤늦은 문호 개방을 후회하며 하루라도 빨리 신문물을 받아들이려고 애썼다.

고종은 선글라스, 카메라, 커피 등 새로운 문물들을 거리낌없이 받아들였는데 특히 ‘커피 애호가’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커피를 좋아했다. 그러나 치사량의 아편이 들어있는 커피로 사망할 뻔한 사건을 겪은 이후에는 철가방에 자물쇠까지 채워 안전이 보장된 상황에서만 커피를 즐겼다.

전동킥보드는 저탄소, 공유경제, 미래형 모빌리티 등으로 매력적 신문물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시장 확대만 바라보며 엑셀에만 힘줄 것이 아니라 속도와 안전의 균형을 적절하게 조절해야 한다.

브레이크 없이 무조건 즐기기만 하면 고종의 조급함처럼 빼앗긴 나라에서 쓴 커피를 마시는 큰 과오를 저지를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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