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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발 수당 어떻게 손봐야 하나' 임금체계 개편 혼란

박은희 기자 lomoreal@businesspost.co.kr 2013-12-23 17:2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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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로 월급 명세서에 '문어벌 수당'을 나열했던 기업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번 판결로 산업현장에 관행으로 자리잡은 기형적 ‘임금체계’의 개편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통상임금’의 범위를 노사합의 하에 변칙적으로 적용해 오던 것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이번 판결은 기업들의 임금체계 개편 속도에 재찍질로 작용할 공산도 크다.


  '문어발 수당 어떻게 손봐야 하나' 임금체계 개편 혼란  
▲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양승태 대법원장 등 대법관들이 통상임금 관련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대법정에 앉아있다.

그동안 성과와 무관하게 정기적으로 임금이 올라가는 호봉제 기업들의 경우 대부분 기본급을 낮추는 대신 각종 수당이나 상여금을 높이는 형태로 임금을 지급해왔다. 이런 방식은 노사 모두에게 환영받아 왔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본급이 낮으면 근로시간 외 수당이나 연·월차수당, 퇴직금을 적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가 제시하는 임금인상안을 적용하는 부분에서도 통상임금의 범위가 줄어야 인상분에 대한 부담이 적어지므로 기업 입장에서는 통상임금을 가급적 축소하는 것이 유리했다. 근로자 입장에서도 비과세 소득으로 분류되는 수당을 늘리면 실질소득이 오르기 때문에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기본급을 낮추는 대신 상여금과 수당을 늘리는 관행은 노사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일종의 ‘꼼수’였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노사의 꼼수는 칼침을 맞았다. 지난 18일 대법원이 ‘정기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각종 수당에 대해서도 기준에 따라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대법원은 밝혔다. 이 판결로 통상임금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초과근로수당이나 퇴직금 등의 액수도 늘어나게 됐다. 그만큼 기업이 떠안아야 할 인건비 부담이 커진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불어나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상여금 및 수당체계 조정을 서두를 수밖에 상황이다. 상여금과 각종 수당의 비중이 높은 호봉제 기업일수록 상황은 더욱 다급하다.


  '문어발 수당 어떻게 손봐야 하나' 임금체계 개편 혼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지목되는 현대자동차 그룹의 경우, 그동안 월 기본급의 750%에 이르는 연 정기 상여금이 통상급여에 빠져 있었다. 반면 근속수당, 생산성향상수당, 직급수당,교대근무수당, 근무능률향상수당 등 14개 이상의 수당이 지급돼 왔다. 이번 통상임금 범위 확대로 임금과 퇴직금 등 인건비 추가 부담분은 현대차 그룹 추산 13조2000억원에 이른다.


현대차 그룹 외에도 SK그룹의 제조업 계열사와 현대중공업, 중소 생산·제조업체들도 기존 ‘임금체계’에 대한 개정이 불가피하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00인 이상 사업체(10374개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임금제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호봉제를 택하고 있는 기업은 전체의 75.5%에 이른다. 연봉제와 성과배분제를 도입한 기업은 각각 66.7%, 39.9%로 나와 연봉제를 도입한 기업 중에서도 절반 가량은 호봉제식 임금체계를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에서는 해당 기업들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실적에 따른 연봉제나 성과급제 도입을 서두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역시 통상임금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정부는 또 내년 초까지 개정안 입법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지난 19일 “판결문을 입수해 전문가 검토 등을 거친 뒤 임금체계 개편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용부는 곧 임금제도개선위원회를 소집해 이르면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기본급 위주로 임금 구조를 개편하고 복잡한 각종 수당을 대폭 축소하면서 상여금을 성과급 중심으로 단순화하는 방안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부 관계자는 “고정적인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온 만큼,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고 성과에 따라서 지급할 수 있는 진짜 상여금을 정의해야 할 것”이라며 “문어발처럼 수십여 개의 수당으로 구성됐던 임금체계도 기본급과 성과급, 일부 수당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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