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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특례제도, 국가는 과연 공평한가 의문을 품게 하다

박혜린 기자 phl@businesspost.co.kr 2018-09-04 16:2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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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건국 뒤 처음으로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광장에 애국가가 울려퍼졌습니다.”

1976년 대한뉴스의 해설이다. 김영준 레슬링 MBC 해설위원은 당시를 회상하며 금메달이 태양처럼 보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병역특례제도, 국가는 과연 공평한가 의문을 품게 하다
▲ 아크부대 14진 부대원들이 6월25일 인천시 계양구 육군 국제평화지원단에서 열린 환송식에서 경례하고 있다.<연합뉴스>

레슬링 자유형 페더급에 출전한 23살 양정모 선수는 '조국의 명예'를 걸고 금메달 도전에 나서 극적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양정모 선수는 병역특례제도의 첫 혜택자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모두 42명의 금메달리스트들이 실질적 병역 면제인 병역특례제도의 혜택을 받게 됐다.

야구 국가대표팀의 오지환 LG트윈스 선수와 박해민 삼성 라이온즈 선수를 중심으로 고의적 병역 연기와 병역특혜를 위한 대표팀 구성 등 선발 과정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병역특례의 공정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과연 그들의 목에 걸린 금메달이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39조 1항의 병역의 의무에서 제외해 특례를 적용할 만큼의 가치가 있느냐는 것이다.

병역법에 따르면 올림픽에서 3위 이상이거나 아시안게임에서 1위를 하면 스스로의 분야에서 일정 기간 활동하는 것으로 군 복무를 대체할 수 있다.

예술·체육 분야의 특기를 지닌 사람은 천문학적 연봉, 메달에 따른 포상금과 연금 혜택에 더해 군 복무 면제라는 엄청난 보너스까지 받게 된다. 

미국 '빌보드200' 차트 1위에 두번이나 올라 국가 브랜드를 높인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 등의 예를 들며 병역특례제도가 적용되는 범위 자체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병무청장이 지정하는 국내와 예술경연대회 입상자만 우대하고 세계선수권 대회 입상자나 대중음악을 하는 예술인은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형평성 논란보다 더욱 근본적 문제는 병역특례가 '훌륭한 사람들이 받는 상'처럼 취급되면서 군 입대자는 자동으로 '그만큼 훌륭하지 못한 사람들'이 돼버리는 상황이다. 정용철 서강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이를 두고 “국위선양의 프레임으로 병역을 다루는 것은 시효가 다 됐다”고 바라본다.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병역의 의무가 요구하는 희생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공평하게 지우는 국민의 의무라는 신뢰가 있기 때문에 인생 중요한 시기의 큰 부분을 떼어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권리가 아닌 의무를 규정하고 집행하는 국가의 법과 제도는 조금의 치우침이나 억울함도 남기지 않아야 한다. 

병역특례제도는 1973년 만들어진 것으로 구시대의 정치적 산물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의와 형평이라는 헌법의 기본 가치나 필수불가결한 국가적 필요에 따른 제도라기보다 박정희 정권의 정당성을 과시하기 위해 국가가 스포츠를 통치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데 필요했던 제도였던 셈이다.  

그 때로부터 45년이 지나면서 가치가 다양해지고 자유로워졌을 뿐 아니라 '통치하는 국가'와 '따르는 국민'이라는 구도 자체가 무너진 요즘에도 이 제도가 유효한지를 두고 사람들은 의구심을 품고 있다.

“직업엔 귀천이 없다는데 국민의 4대 의무 가운데 하나인 병역에서만큼은 직업의 귀천이 존재하는 것이냐. 병역특례제도를 통한 이런 특혜는 국가를 위해 최저시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보수를 받는 군인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제도다.”

4일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한 청원인이 올린 글이다.

인생은 공평하지 않다지만 국가는 모두에게 공평해야 하는 것 아닐까.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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