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9 부동산 대책이 시행되면서 과열양상을 빚던 주택시장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부동산에 투자하려던 사람들 중 상당수는 부동산 규제의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지켜보기 위해 관망세로 접어든 분위기다.
사람들이 몰리던 분양시장과 재건축도 거래가 뜸해지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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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인석 착한부동산 투자연구소장. |
이런 관망세가 언제까지 갈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부동산 규제가 생각보다 강하지 않은데다 주로 분양시장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에 여름 비수기가 끝나는 가을 이후엔 다시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 정부의 부동산 규제 대책이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의 숨고르기는 장기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기도 하다.
정부의 이번 규제는 주로 아파트 분양시장에 집중돼 있다.
대출을 받아 투자하거나 단기 차익을 위해 분양권을 사고파는 행위가 부동산 투기를 부채질한다고 보고 청약 조정대상 지역을 확대하고, 대출 규제를 강화, 분양권 전매 금지를 실시했다.
청약 조정대상 지역은 2016년 11.3 부동산 대책 때 도입된 규제다.
이보다 더 강한 규제로는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있으나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 이상이거나 청약경쟁률이 5 대 1 이상인 지역 등을 대상으로 국토교통부장관이 지정할 수 있다.
근거법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다.
청약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분양권 전매금지, 1순위 청약자격 강화, 재당첨금지 등의 규제를 적용받는다.
청약 조정대상지역은 처음에 서울시 25개구, 경기도 6개 시(과천시 성남시 고양시 하남시 남양주시 동탄2신도시), 부산 5개 구(해운대 연제 동래 수영 남구), 세종시 등 37곳이었다.
이번 대책에 경기 광명시와 부산 부산진구와 기장군 등 3개 지역이 새로 추가돼 총 40곳으로 늘어났다.
이 지역들은 최근 3개월간 집값이 1% 가까이 뛸 정도로 기존 조정지역보다 집값 상승률이나 청약 경쟁률이 높았다.
분양권 전매금지도 강화됐다. 종전에는 서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강동구에서만 소유권 이전등기 때까지 분양권 전매를 제한했다.
하지만 6월 19일부터 입주자모집 공고를 하는 서울의 모든 지역의 공공 및 민간아파트도 적용됐다.
올 들어 강남 4구보다 마포, 용산 등 비(非)강남권의 청약시장이 더 과열되자 전매금지를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서울 전역에서 분양권 전매가 금지된 건 김대중 정부 때인 2002년 9월 이후 약 15년 만이다.
정부의 이번 규제 중 가장 강도가 센 것은 LTV(부동산 담보인정 비율)와 DTI(총부채 상환 비율) 강화를 꼽을 수 있다. LTV는 70%에서 60%로, DTI는 60%에서 50%로 각각 10%포인트 내려갔다.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때 지금까지 최대 7억 원을 빌릴 수 있었지만 앞으로 6억 원으로 줄어든다.
연소득 5,000만 원짜리 직장인이 대출을 받는다면 전에는 1년 원리금 3,000만 원 한도 내에서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 2500만 원을 넘을 수 없게 됐다.
집단대출 중 잔금대출을 놓고도 DTI 규제(50%)가 적용됐다.
이주비, 중도금대출, 잔금대출의 LTV도 종전의 70%에서 60%로 줄어들었다. 새로운 DTI 규제는 잔금대출에만 적용되지만 사실상 중도금대출 때부터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이 중도금 대출을 해줄 때 향후 필요한 잔금대출 액과 DTI 50%를 적용한 대출한도 등을 미리 고지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수요자들을 위해서 부부 합산소득이 연 6000만 원 이하로 5억 원 이하의 집을 사는 ‘무주택 가구주’에게는 종전대로 LTV 70%, DTI 60%가 그대로 유지된다.
정부가 분양시장의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이번 규제책을 내놓은 것은 시기적절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번 규제책이 시장을 주도하는 투기세력까지 근절시킬 정도로 효과적인가를 놓고는 의문이 든다.
시장을 주도하는 곳은 강남 재건축시장인데 이 시장을 안정시킬 대책이 빠져 있다는 것은 아쉬움이 크다.
아파트 분양시장은 주로 서민들이 투자하는 곳이다. 적은 돈으로 단기차익을 실현시킬 수 있는데다 고급정보를 접할 기회가 없는 서민들이 쉽게 다가설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당첨제도가 존속하는 한 당첨 프리미엄을 누리려는 서민들의 발길을 막을 재간은 없다.
요즘 아파트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갭투자인데 대출 규제로 이 갭투자를 막을 수 없다는 점도 지적된다. 갭투자를 막으려면 전세물량을 늘여주거나 아파트 가격상승을 억제해야 가능한데 대출규제는 과녁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정부 정책은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요소이긴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가 없다. 노무현 정부 시절 강력한 규제책을 연거푸 발표했지만 시장의 호황으로 부동산 가격은 폭등했다.
지금도 정부의 규제책으로 시장을 통제하기엔 저금리 기조에 따른 투자열기가 너무나 강력하다.
게다가 수급불균형으로 전세 물량은 갈수록 부족할 것이며 줄지어 시작되는 서울 재건축 이주수요는 전세금을 더욱더 상승시킬 것이 분명하다.
부동산시장은 공급과 수요의 법칙에 의해 움직인다. 이것이 저금리 기조를 만나면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져 부동산 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좋은 입지는 날개를 달아 가격이 더욱 상승한다.
부동산 고수이거나 부자일수록 남들이 다 아는 분양시장보다 입지가 좋은 도심의 미래가치가 높은 부동산에 투자한다. 택지개발지구의 아파트는 부동산시장이 호황일 때 반짝이지만 시장이 침체기로 접어들면 추풍낙엽처럼 추락할 수도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것이지 시장 자체를 억제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한 부동산시장은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 만약 불확실한 시장이 두렵다면 관망세로 돌아서기보다는 입지가 좋은 도심의 투자처를 찾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장인석은 경희대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사에 공채로 입사해 15년 동안 기자로 활동했다. 퇴사 후 재건축 투자로 부동산에 입문, 투자와 개발을 병행하면서 칼럼 집필과 강의, 상담, 저술 등으로 명성을 쌓아왔다.
2009년 7월부터 ‘착한부동산투자연구소’를 차려 착한투자를 위한 계몽에 열심이다. 네이버에 ‘착한부동산투자’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부동산투자 성공방정식>, <불황에도 성공하는 부동산 투자전략>, <재건축, 이게 답이다>, <돈 나오지 않는 부동산 모두 버려라>, <부자들만 아는 부동산 아이큐>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