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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전자가 3분기에 잠정적으로 4조1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발표했다. 두 분기 연속 ‘어닝쇼크’다.
삼성전자의 3분기 부진한 실적은 이미 예상됐다. 일부에서 영업이익 4조원 대를 지킨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말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은 사실상 이재용 부회장의 성적표로 받아들여진다.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사실상 3분기부터 이재용 체제로 삼성전자가 움직여왔기 때문이다.
관심은 삼성전자 4분기 실적에 집중된다.
삼성전자는 바닥을 친 것인가, 아니면 끝모를 추락을 계속할 것인가?
◆ 3년 전으로 돌아간 삼성전자 실적
삼성전자는 3분기에 영업이익이 4조1천억 원으로 잠정집계됐다고 7일 밝혔다.
3분기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보다 42.98% 줄어들었다. 분기 영업이익 10조 원이라는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한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무려 59.65% 감소했다. 이번 실적은 1년 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1년 4분기 이후 11분기, 약 3년 만의 일이다. 또 4조33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2011년 3분기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에 해당한다.
매출액은 47조 원으로 집계됐다. 직전분기보다 10.22%, 지난해 3분기보다 20.45% 감소했다. 2012년 2분기 이후 2년여 만에 매출 50조 원이 무너졌고 2012년 1분기 이후 가장 부진한 실적을 냈다.
영업이익률은 8.72%를 기록했다. 3년 만에 한 자릿수대로 떨어졌다. 삼성전자 영업이익률은 2011년 3분기 처음으로 10%대를 넘어선 이후 지난 2분기까지 두 자릿수를 지켜왔다.
삼성전자 3분기 실적은 2분기에 이어 두 분기 연속으로 시장 전망치를 충족하지 못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최근 한 달 동안 24개 주요 증권사들의 영업이익 예상치를 조사한 결과 평균 4조4756억 원으로 집계됐다.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이보다 약 8% 적은 액수다.
매출도 시장기대에 못 미쳤다. 에프앤가이드의가 집계한 삼성전자 3분기 매출액 전망치 평균은 49조6052억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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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 부문 사장 |
◆ 갤럭시 신화는 끝났나
삼성전자가 3분기 최악의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국내 증권사들은 실적 발표를 앞두고 계속 전망치를 내렸다. 동양증권과 LIG투자증권 등은 3조 원대 영업이익을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여전히 스마트폰사업 부진의 해법을 찾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삼성전자는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잠정실적을 발표하며 설명자료를 내놨다. 삼성전자는 “3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소폭 늘었지만 업체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실적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하이앤드 비중이 줄어들고 구형모델 가격을 인하하면서 평균 판매단가(ASP)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며 “마케팅 비용을 공격적으로 집행한 것도 마진 축소의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2분기 상황과 비교해 거의 달라진 게 없다는 점을 고백하는 것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이 2분기 부진했던 것도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 둔화와 샤오미 등 중국업체들의 중저가시장 진출에 따른 경쟁심화가 원인이었다.
업계는 스마트폰사업을 담당하는 IT모바일(IM) 부문이 3분기 1조8천억~2조3천억 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에서 IM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IM부문은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3분의 2 이상을 담당해 왔다. 삼성전자가 영업이익 7조 원대라는 저조한 실적을 냈던 지난 2분기에도 IM 부문 영업이익은 4조4200억 원을 기록하며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현재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에서 애플에, 중저가 시장에서는 중국업체들에 밀리고 있다. 이러한 샌드위치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삼성전자의 성장을 이끌어온 ‘갤럭시 신화’를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번 잠정실적 발표에서 사업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다. IM부문의 정확한 실적은 이달 말 확정실적 발표 때 확인된다.
◆ 메모리 반도체, 나홀로 선방한 듯
이번 실적발표에서 그나마 삼성전자의 체면을 세워준 것으로 보이는 곳은 메모리반도체 사업이다.
증권가를 중심으로 메모리사업부가 좋은 실적을 거둔 덕분에 삼성전자가 4조 원 대 영업이익을 지킬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3분기는 PC와 서버 등 메모리 교체 수요가 많은 계절적 성수기였다”며 “타이트한 수급상황이 지속돼 가격이 안정됐고 공정전환에 따른 원가절감 효과가 나타나 메모리사업은 실적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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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겸 시스템 LSI 사업부 사장 <뉴시스> |
몇몇 증권사들은 메모리 사업의 선전에 힘입어 3분기 반도체사업부의 영업이익이 IM부문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지난 2일 보고서에서 반도체사업부와 IM부문의 영업이익을 각각 2조2720억 원과 1조8460억 원으로 내다봤다. 우리투자증권과 유안타증권, 리딩투자증권 역시 반도체 사업부의 실적이 IM부문 실적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영업이익이 IM부문을 제친 것은 2011년 2분기 이후 약 3년 만의 일이다.
반면 시스템반도체를 담당하는 시스템LSI사업부의 경우 스마트폰사업 부진의 직격탄을 맞았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도 동반부진에 빠졌다.
삼성전자는 “무선제품 수요감소의 직접 영향을 받아 시스템LSI와 OLED 패널 판매가 줄어들어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2분기 사상최대 실적을 낸 소비자가전(CE) 부문은 3분기에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CE부문 실적이 직전분기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3분기가 전통적으로 가전업계의 비수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2분기의 경우 브라질 월드컵과 여름철 특수로 TV와 에어컨 판매가 늘어났지만 3분기에 성수기가 끝나면서 좋은 실적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가에서 2분기 7700억 원을 기록했던 CE부문의 영업이익이 3분기 1천억~2천억 원 수준으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본다. 일부 전문가들은 생활가전과 프린터의 경우 적자전환까지 점치고 있다.
◆ "새로운 혁신제품이 필요하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실적이 3분기 바닥을 찍었다는 데 대부분 공감하는 분위기다. 3조원 대 영업이익 전망까지 나온 상황에서 최악은 면했다고 본다.
도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은 낮아진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수준”이라며 “4분기에 반도체부문의 호조가 이어지고 IM부문의 경우 갤럭시노트4와 중저가 스마트폰 출시에 힘입어 경쟁력을 일부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을 4조9천억 원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개선은 여전히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스마트폰사업의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한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에서 애플의 ‘아이폰6’ 돌풍을 꺾어야 하고 중저가시장에서 중국업체들의 저가공세를 이겨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수익성을 지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예정보다 앞당겨 지난달 말 출시한 갤럭시노트4도 확실한 지원군이 되지는 못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의 닐 모스턴 상임이사는 “갤럭시노트4는 4분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사업을 안정화시킬 것”이라며 “다만 아이폰의 거대한 힘에 맞서려면 새로운 혁신적 제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 4분기 실적이 3분기보다 낮을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전통적으로 4분기는 성과급 등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는데 이 때문에 최악의 경우 영업이익이 3조 원대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3분기 10조 원을 넘겼던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4분기 곧바로 8조3천억 원대로 떨어졌다. 당시 삼성전자는 실적이 나빠진 원인으로 환율하락과 함께 8천억 원에 달했던 ‘신경영 20주년 특별성과급’을 지목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 듯 최근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에 대한 눈높이를 계속 낮추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최근 한 달 동안 제시한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4조6770억 원이다. 3개월 전 추정치인 8조4718억 원보다 약 45% 하향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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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돈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담당 사장이 지난달 24일 서울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열린 '갤럭시노트4 월드투어 2014, 서울' 행사에서 신제품 '갤럭시노트4'와 '갤럭시노트엣지'를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블로그> |
◆ "거함의 궤도수정은 쉽지 않다"
삼성전자 역시 4분기 실적개선이 불투명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4분기는 TV사업이 연말 시즌을 맞아 성수기에 진입하고 스마트폰 신제품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만 스마트폰사업의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결국 업황에 기대지 않고 실적부진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스마트폰사업의 경쟁력을 되찾는 일이 시급하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보급형 스마트폰 제품군을 강화해 점유율 회복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지속성장을 위해 신소재를 활용한 디자인 혁신 및 성능과 가격경쟁력을 높인 새로운 중저가 스마트폰 시리즈를 준비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이르면 이달 안으로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갤럭시A 시리즈’를 지칭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갤럭시A 시리즈는 지난달 출시된 ‘갤럭시알파’의 메탈 디자인을 계승한 삼성전자의 새로운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이다. 가격은 약 350~500달러로 기존 중저가모델에 비해 저렴하지만 성능과 디자인은 크게 강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지만 삼성전자의 이러한 노력이 의미있는 성과를 내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연간 3억 대 이상, 하루 100만대의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거함”이라며 “중저가폰에 대한 전략을 전면수정해 정상궤도에 올리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한섭 SK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가 4분기부터 새로운 중저가 제품들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본격적 효과는 내년 2분기부터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