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은 13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 엔비디아 창립자 겸 CEO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략적 사업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날 LG에서는 권봉석 LG 최고운영책임자(COO), 류재철 LG전자 대표이사,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 현신균 LG CNS 대표, 정수헌 LG사이언스파크 대표, 이홍락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협력은 지난 6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양사 최고경영진 회동 이후 실무진 간 협의를 구체화한 결과다. 단순 기술 교류와 솔루션 공급을 넘어 로봇, AI 팩토리, 모빌리티 등 미래 산업에서 사업화 성과를 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구광모 회장은 "양사의 협업이 속도를 내면서 AI 팩토리, 피지컬 AI, 모빌리티 분야에서 함께 할 과제가 명확해졌다"며 "산업을 선도하는 레퍼런스 구축을 통해 AI 확산을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젠슨 황 CEO는 "피지컬 AI가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기회는 모든 기계가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추론하며 사람과 함께 안전하게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데 있다"며 "LG의 제품 엔지니어링 및 제조 분야 리더십과 엔비디아의 기술을 결합해 로봇, AI 팩토리, 자율주행차의 새로운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고 말했다.
◆ 2027년 1분기 휴머노이드 공개
LG와 엔비디아는 피지컬 AI의 핵심 분야인 로봇 사업에서 개발부터 실제 현장 적용까지 협력을 확대한다.
LG는 2027년 1분기 공개를 목표로 차세대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이 로봇에는 엔비디아의 온보드 컴퓨팅 플랫폼 '젯슨 토르'가 탑재된다. 엔비디아의 휴머노이드 로봇용 파운데이션 모델 '아이작 그루트'와 로보틱스용 통합 안전 시스템 '헤일로스 포 로보틱스'를 기반으로 개발한다.
여기에 LG전자의 액추에이터, LG이노텍의 센서,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등 주요 계열사의 핵심 기술을 결집한다. 엔비디아의 AI 기술과 LG 계열사의 부품·제조 역량을 결합해 'One LG' 기반의 피지컬 AI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LG는 올해 안에 휠 베이스 형태의 로봇 'LG 클로이드'를 LG전자 미국 테네시 세탁기 생산라인에 투입해 제조 현장 실증(PoC)도 진행한다. 실제 생산환경에서 로봇의 성능과 활용성을 검증한 뒤 글로벌 생산시설과 가정, 상업 공간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
LG CNS의 로봇 플랫폼 '피지컬웍스(PhysicalWorks)'를 활용한 로봇 데이터 팩토리 구축에도 나선다. 로봇 데이터의 수집·생성부터 학습과 검증까지 반복하는 '피지컬 AI 데이터 팩토리'를 실제 현장에 구현해 로봇 성능 고도화에 활용한다.
이를 통해 확보한 로봇 데이터와 제조 현장 실증 경험은 LG가 자체 개발하고 있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 경쟁력 강화에도 활용한다.
두 회사는 협력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기술·사업 전문가로 구성된 공동 태스크포스(TF)도 운영한다. 연구개발(R&D), 현장 실증, 사업화 등 전 과정에서 협력 과제를 구체적인 성과로 연결하기 위한 것이다.
▲ LG가 엔비디아 '아이작 그루트' 기반 휴머노이드를 2027년 1분기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2026년 6월8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 비즈니스포스트 >
AI 팩토리 분야에서는 엔비디아의 'DSX' AI 팩토리 아키텍처와 LG 계열사의 인프라 역량을 결합한다.
'DSX'는 AI 팩토리의 설계부터 시뮬레이션, 실제 운영까지 전 과정을 통합해 관리하는 엔비디아의 AI 팩토리 최적화 플랫폼이다.
LG전자의 냉각 기술을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LG CNS와 LG유플러스의 설계·운영 역량, LS의 전력 솔루션 등 이른바 'One LG' 역량을 총결집해 글로벌 AI 팩토리 시장을 겨냥한다.
우선 2027년 상반기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베라 루빈'을 기반으로 LG의 냉각·전력·IT 기술을 적용하고 검증하는 레퍼런스 사이트를 구축한다.
이어 2028년 상반기에는 충남 천안에 80메가와트(MW) 규모의 AI 팩토리를 확대 구축한다. 건축 기간을 20% 이상 단축할 수 있는 프리패브(Prefab) 모듈형 설계를 적용해 구축 효율성도 높인다.
해당 AI 팩토리는 피지컬 AI, 특히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고도화 등에 활용된다. LG는 설계부터 구축·운영까지 AI 팩토리 전 과정에서 기술력을 검증하고, 향후 글로벌 빅테크 고객에게 'One LG' 패키지 형태의 AI 팩토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 모빌리티 사업 확대, 차세대 AIDV 플랫폼 개발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엔비디아의 차량용 플랫폼을 활용해 차세대 'AI 정의 차량(AIDV)'용 고성능 컴퓨팅(HPC) 플랫폼 개발에 나선다.
LG는 엔비디아의 '드라이브 하이페리온' 플랫폼에 LG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와 차량용 소프트웨어 기술을 결합한다.
기존 IVI 중심의 전장 사업 역량을 자율주행 분야까지 확대하고, 자율주행 기능과 차량 내 AI 서비스를 통합한 차세대 차량용 솔루션을 개발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OEM)에 공급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LG는 이번 엔비디아와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로봇과 AI 인프라, 모빌리티 등 AI 시대 핵심 성장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한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