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섭의 뒤집어보기] "보편요금제로 '모두의 AI' 실효성 높이자", 다시 부상하는 이동통신 보편요금제 도입

▲ 정부가 '모두의 AI' 사업 추진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사업 참여를 준비 중인 기업들이 "이동통신 보편요금제를 도입해 모두의 AI 문턱을 낮추고 효능감을 살리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전 국민 인공지능(AI) 무료 이용 체제 구축을 목표로 하는 '모두의 AI'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모두의 AI란 AI 이용을 보편화하는 것이다. 국산(소버린) AI 모델을 사용해 외산 AI 의존도를 줄이고, 이용 문턱을 낮춰 계층별로 AI 이용 격차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범용 AI 챗봇과 공공 AI 에이전트를 올해 안에 출시하고, 내년부터는 '전 국민 1인 1 에이전트' 시대를 열어 자산 관리·학습 코칭·노후 설계 등 일상에서 AI 활용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일정을 가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8월 중 사업자를 선정, 9월 중 베타 서비스를 출시하고, 12월 중 정식 서비스를 출시하는 일정으로 모두의 AI 사업을 추진 중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플랫폼 사업자, LG유플러스와 KT 등 이동통신 3사, AI 스타트업 등이 사업 참여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개 안팎 기업이 공모에 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모두의 AI 사업 참여 기업은 정부 지원을 받고, 대규모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정부가 확보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자원과 이용자 프롬프트(질문) 데이터를 활용하고, 대국민 서비스 개발·운영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수익과 별개로, 대형 정부 프로젝트 참여 경험을 가지고, 운영 중인 플랫폼의 인지도를 높일 수도 있다.

정부는 그동안 엔비디아 등으로부터 확보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자원을 모두의 AI 사업 참여 기업에 제공하고, 예산으로 서비스 운영 비용도 지원한다.

물론 촉박한 개발 일정과 비용 부담은 걸림돌이다. 5년으로 잡힌 협약 기간이 끝난 뒤에도 정부 지원이 이어질지 불확실한 것도 걸림돌로 꼽힌다.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먼저 기업들의 모두의 AI 사업 참여도를 높이고, AI 이용 보편화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동통신 보편요금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두의 AI 사업 참여를 검토 중인 기업들이 이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4대 그룹 계열 기업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만나 "아무리 좋은 풍경을 가졌어도 진입로가 없거나 정비돼 있지 않으면 관광객을 끌어모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모두의 AI 정책을 통한 AI 이용 보편화도 문턱이 있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서비스 반경이 가장 넓고 안정성도 뛰어난 LTE망 기반의 이동통신 보편요금제를 신설, 누구나 모두의 AI 서비스를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편요금제는 보편적 서비스 내지 보편적 역무와 같은 개념이다.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언제 어디서나 적정 요금으로 양질의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전기통신사업법에 근거가 마련돼 있다.

그동안은 주로 통신 서비스를 보편적 역무로 지정하거나, 저소득층·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요금 감면을 해주는 방식 등으로 운영돼왔다.  

지금은 KT 유선전화·초고속인터넷·공중전화·선박통신 등이 보편적 역무로 지정돼 있다. 이동통신 3사 이동통신 서비스는 저소득층·장애인 대상 요금 감면 서비스에 포함돼 있다.

이동통신 보편요금제란 이동통신 요금제 가운데 하나를 보편적 서비스 취지에 맞게 운영하는 것이다.

1위 유선통신 사업자 KT의 시내전화·선박통신·공중전화 등을 보편적 역무로 지정한 것처럼, 1등 이동통신 사업자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요금제 가운데 하나를 보편요금제로 지정하는 것이다. 1등 이동통신 사업자를 보편요금제 운용 사업자로 지정, 보편요금제를 내놓게 하면 된다. 

보편적 역무나 이동통신 보편요금제 운영으로 발생한 손실은 다른 통신 사업자들이 매출 규모에 따라 분담한다.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보편요금제로 '모두의 AI' 실효성 높이자", 다시 부상하는 이동통신 보편요금제 도입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AI 전도사'로 나섰다. 역시 AI 사업 전환에 적극 나서고 있는 1위 이동통신 사업자 SK텔레콤이 LTE 보편요금제를 내놔 정부의 '모두의 AI' 사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통신 보편요금제는 2018년에도 추진된 적이 있다.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위 이동통신 사업자의 LTE 보편요금제 신고를 의무화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앞서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를 공약했다. 이동통신 3사가 이에 대응해 요금제를 월 정액 형태로 전환하며 기본료가 없어져 폐지가 어렵다고 버티자, 정부가 LTE 보편요금제 도입을 앞세웠다.

당시 과기정통부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보편요금제 제안 이유에 대해 "국민들이 공평하고 저렴한 요금으로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본적 수준의 음성·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편요금제의 도입 근거 및 산정 기준 등을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28조 제4항에 '보편요금제 신고' 조항(사업 규모 및 시장점유율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기간통신사업자는 보편요금제의 기준에 관한 고시가 시행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보편요금제의 기준에 부합하는 이용약관을 정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신고하도록 함)을 신설하는 안이었다.

정보인권 보호 활동을 펴는 시민단체와 소비자 단체들의 보편요금제 도입 요구도 컸다.

2018년 8월14일에는 경제정의실천연합·참여연대·민생경제연구소·소비자시민모임·한국소비자연맹이 공동으로 국회 정문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보편요금제 도입을 위한 (정부 발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처리"를 촉구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보편요금제는 이용자가 보다 공평하고 저렴한 요금으로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사무총장은 "통신 이용자들의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4GB를 넘어서는 만큼, 보편요금제는 음성 무제한, 데이터는 최소 2GB 이상 제공되도록 해야 제도 도입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최근 계속되는 폭염주의 경보 등 중요 정보들도 대부분 휴대전화를 통해 제공되고 있는 만큼, 보편요금제는 기업의 이익 차원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 보장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LTE 보편요금제는 끝내 도입되지 못했다. SK텔레콤의 반발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가 끝나며 법안도 폐기됐다.

대신 KT 초고속인터넷이 보편적 역무로 추가 지정됐다. 이는 정의당의 대선 공약이었다.

시간이 흘러 지난 2025년 대선에선 기본소득당이 이동통신 보편요금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 공약으로 추진되는 모두의 AI 사업을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LTE 보편요금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 사이 국민의 이동통신 서비스 의존도와 데이터 이용량은 더 늘었다. 보편요금제 도입이 다시 추진된다면, 이런 변화에 맞춰 월 2만 원 미만 요금에 음성·문자 무제한과 데이터를 1~2Mbps 속도로 끊김없이 이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계하고, 이용행태 변화 추이에 맞춰 자동 업그레이드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보편요금제를 도입하는 대신 다른 이동통신 요금제에 대한 규제는 완화하면, 이동통신사들도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1등 이동통신 사업자 SK텔레콤 역시 보편요금제 손실을 다른 통신사와 분담하는 구조이니 반대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LTE 통신망의 감가상각이 끝나 이론상 원가가 0원 상태이고, 5G 망 감가상각 기간도 거의 끝나가는 만큼 이동통신 보편요금제의 월 정액요금을 더 낮출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욱이 이동통신 3사는 내부적으로 LTE 통신망을 앞으로 20년 이상 더 사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1위 이동통신사 SK텔레콤을 계열사로 둔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이 'AI 전도사'로 나섰다. SK텔레콤 역시 국가 대표 AI 모델 사업자 선정 경쟁에 참여하고 있고, 모두의 AI 사업 참여도 검토하고 있다. 

모두의 AI 서비스를 계기로 이동통신 보편요금제가 도입돼, 저소득층 등 사회 소외계층도 이동통신 요금 부담 없이 모두의 AI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김재섭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