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150억 달러 유상증자로 파운드리 강화, 한진만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공장 앞세워 빅테크 수주 격돌

▲ 삼성전자가 2026년 하반기 미국 테일러 파운드리 1공장 가동을 본격화하며, 파운드리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인텔과 치열한 미국 빅테크 수주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 제미나이가 생성한 AI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인텔이 150억 달러(약 21조2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18A(1.8나노급) 공정을 중심으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며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은 올해 말부터 미국 테일러 공장에서 2나노 반도체를 생산, 인텔과 빅테크 수주전에서 우위를 차지할 전략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인텔 파운드리의 부상은 위협적이지만, 삼성전자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의 안정성과 전력 효율, 메모리까지 공급 가능한 '원스톱 생태계'를 무기로 파운드리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인텔이 10일(현지시각) 150억 달러(약 21조2천억 원) 규모의 보통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신규 파운드리 수주에 성공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인텔은 2025년 말부터 18A 공정을 활용해 자체 PC용 중앙처리장치(CPU) '팬서레이크'를 생산하고 있는데, 외부 파운드리 생산량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알려진 인텔 18A 공정의 고객사로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있다. 엔비디아와 AMD 등도 잠재적 고객사로 거론되고 있다.

문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인텔의 이번 유상증자 발표는 외부 파운드리 고객을 수주했음을 시사하는 사례"라며 "인텔이 어떤 고객사의 어떤 프로젝트를 수주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모든 퍼즐의 조각이 맞춰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텔이 유상증자 규모를 당초 150억 달러에서 200억 달러 이상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는 "초과배정 옵션이 행사될 경우 인텔의 주식 매각 규모는 200억 달러를 훨씬 넘어설 수 있다"며 "이번 주식 매각에 1천억 달러가 넘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초과배정 옵션이란 유상증자 등 공모를 진행할 때 수요가 몰릴 경우에 대비해 주간사가 인수한 발행 규모보다 많은 물량을 추가로 매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인텔의 파운드리 투자 확대는 삼성전자에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인텔과 빅테크 수주 경쟁을 벌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텔은 2025년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을 받는 대신 지분 9.9%를 미국 정부에 넘겼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기준 '파운드리 2.0' 시장점유율은 TSMC가 38%로 1위이며, 인텔이 6%, 삼성전자가 4%로 뒤를 이었다.

파운드리 2.0이란 순수 파운드리 회사뿐 아니라 비메모리 설계·제조 통합기업(IDM), 외주 패키징 및 테스트 업체(OSAT)까지 모두 포함하는 것을 말한다.
 
인텔 150억 달러 유상증자로 파운드리 강화, 한진만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공장 앞세워 빅테크 수주 격돌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과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이 2026년 7월7일(현지시각) 미국에서 개최된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진만 삼성전자 사장은 테슬라와 브로드컴으로부터 2나노 파운드리 수주를 확보한 데 이어 미국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을 중심으로 추가 빅테크 수주를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말부터 테일러 1공장을 가동해 2나노 생산능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테일러 2공장도 2030년 가동을 목표로 올해 안에 착공한다. 최근에는 테일러 공장 운영에 필요한 현지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턴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한 사장은 올해 7월7일(현지시간)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 리조트에서 개최된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해 글로벌 빅테크 경영자들과 파운드리 협력을 논의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7월30일에 열린 2026년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현재 선단 공정 생산능력의 증설 속도가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테일러 1공장 가동으로 2나노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세부적으로는 고객 수주와 협의 내용을 바탕으로 단계적으로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나노 공정의 안정성을 바탕으로 빅테크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잡으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은 18A에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법과 동시에 '후면 전력 공급(BSPDN)'까지 신기술 2개를 처음으로 적용한다.

GAA는 반도체 기본 구성요소인 트랜지스터에서 전류가 흐르는 채널과 이를 제어하는 게이트가 4면에서 맞닿게 하는 공정 기술로, 전력 소모를 낮추고 성능을 개선할 수 있다. 후면 전력 공급은 반도체 뒷면에 전력이 공급되도록 하는 구조를 갖춰 데이터와 전력 전송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최신 기술 2개를 활용함으로써 성능은 높일 수 있지만, 인텔이 이를 처음 적용하는 만큼 비용과 수율(완성품 비율)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2022년부터 GAA를 3나노에서 활용했고, 2나노 1세대와 2세대를 거치며 기술을 안정화했다.

또 인텔은 고주파수·고전력 중심의 PC·서버용 CPU 제조에 최적화돼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모바일, 차세대 모빌리티, 저전력 AI 칩 등 전력 효율에 강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파운드리뿐 아니라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함께 공급할 수 있다는 점도 메모리 부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주목하는 삼성전자의 핵심 경쟁력은 파운드리와 메모리 사업의 시너지를 기반으로 반도체 제조 역량"이라며 "메모리+로직 결합 제품뿐 아니라 단일 고객에게 이종 제품을 턴키(일괄)로 공급하는 사업 확장도 잠재적으로 주목할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