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분기 D램 가격 상승폭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증권가에서 중장기 메모리반도체 업황에 다소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고객사들과 장기 계약 체결이 호황기에 수혜폭을 줄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인공지능(AI) 메모리반도체 전시장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중장기 업황 악화를 우려해 고객사와 장기 계약 비중을 지나치게 높이며 수혜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투자전문지 모틀리풀은 10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최근 실적 발표 내용에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시장의 기대치를 다소 밑도는 성과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의 2분기 D램 평균 공급가는 1분기 대비 40% 이상, SK하이닉스의 경우 30% 안팎의 상승폭을 기록하며 공급 부족과 수요 강세에 따른 수혜를 증명했다.
다만 모틀리풀은 삼성전자의 D램 가격 상승률이 투자기관 모닝스타에서 예측했던 48% 수준에 미치지 못 했다고 지적했다.
SK하이닉스의 D램 공급가 인상폭도 골드만삭스가 예상했던 39% 수준을 크게 밑돌았다.
모틀리풀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분기 D램 가격 흐름을 볼 때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마이크론의 공급 단가도 시장의 예상보다 낮은 수준에 머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D램 가격 상승세가 여전히 가파르게 이어지고 있지만 속도가 투자자들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업황이 정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모틀리풀은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들이 실적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고객사와 장기 공급계약 비중을 확대하면서 이러한 추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공급사들이 주요 고객사와 정해진 가격에 장기간 메모리반도체 물량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면 향후 업황이 나빠져도 실적에 타격을 최소화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수요 강세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시점에 장기 계약의 비중이 높아지면 업황 호조에 따른 수혜는 줄어들 공산이 크다.
IT전문지 WCCF테크는 대만 디지타임스 보도를 인용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고객사들과 2030년까지 이어지는 장기 공급계약을 맺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 기업이 장기간 공급할 메모리반도체 대금 일부를 선불로 받으면서 대규모 현금을 확보하는 사례도 파악되고 있다.
WCCF테크는 삼성전자가 주요 고객사들로부터 이미 약 25%의 대금을 선지급으로 받았고 SK하이닉스도 약 10개 고객사에서 미리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주요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들이 장기 계약 체결로 확보한 현금과 담보 등은 380억 달러(약 54조 원)에 이른다는 추정치도 제시됐다.
▲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웨이퍼 전시용 제품. <연합뉴스>
고객사들에 반도체 대금을 미리 받아 현금을 확보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재원을 마련해 안정적 재무 구조를 유지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WCCF테크는 메모리반도체 공급사들의 시설 투자 효과가 본격화돼 생산 물량이 크게 늘어나기 시작한다면 지금과 같은 호황기가 지속되기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투자전문지 벤징가는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 맞춰 D램 수요가 계속 늘어나면서 공급 부족 사태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시장 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분석을 전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인공지능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 작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틱 AI 기술 확산이 D램 시장 성장에 새로운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에이전틱 AI 기술이 대중화되고 데이터센터용 CPU 수요도 늘어나면 D램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을 재차 자극하면서 호황기를 연장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모틀리풀은 주요 고객사들의 메모리반도체 장기 공급계약 체결이 미래에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요를 충분히 반영한 수준에서 이뤄졌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인공지능 시장 성장과 기술 발전이 추가로 수요를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를 투자자들이 낮춰야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벤징가는 중국 D램 제조사인 CXMT의 공격적 생산 능력 확대도 업황에 변수로 지목했다. CXMT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메모리반도체 기업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다만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증설 투자 효과가 실제로 공급 증가로 이어지는 시점이 늦어진다면 호황기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를 잠재울 수 있다는 관측도 전했다.
마이크론은 9월에 자체 회계연도 2026년 4분기(6~8월)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고객사들과 체결한 장기 계약 비중과 중장기 시설 투자 일정이 메모리반도체 업황 전망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근거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