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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상북도 영양군에 위치한 GSE&R 풍력발전단지. < GSE&R >
재생에너지 관련 투자를 벌이느라 한국 기업들의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다는 세간의 인식은 사실과 거리가 먼 것으로 분석된다.
6일 비즈니스포스트는 전자공시시스템(DART) 데이터를 활용해 국내 상장사들의 2021~2025년 재생에너지 관련 사업 추진 건수와 영업이익 데이터를 집계했다.
그 결과 재생에너지 관련 사업 추진건수 상위 50대 상장사 가운데 37개 기업의 영업이익이 증가했고 13개 기업만이 보합세이거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생에너지 사업이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세간의 일반적 인식과 달리 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건수와 영업이익 부진 사이에 뚜렷한 상관관계는 보이지 않았다.
재생에너지 관련 사업 추진 건수 상위 50대 상장사 가운데 대기업 지주사(지주사 역할 포함)는 10곳이었다.
이 가운데 HD현대, GS, 두산, LS, SK스퀘어, 한화, 삼성물산, KT&G 등 8개사는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영업이익이 증가한 지주사의 공통점은 재생에너지 관련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는 것이다. GS, LS, HD현대, 한화, 두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태양광, 해상풍력, 해저케이블 관련 계열사를 두고 있다.
국내 산업 부문별로 보면 정유사, 석유화학, 철강, 건설 등 전통적으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사업에 종사하는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사업 추진건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실적이 부진했다.
일례로 포스코홀딩스, 현대건설, 대우건설,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의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터리 분야는 결과가 엇갈리는 모습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등은 영업이익이 늘어난 반면 삼성SDI, 포스코퓨처엠 등은 감소했다.
▲ 국내 상장사 가운데 2021~2025년 기간 동안 재생에너지 관련 사업 추진건수 상위 10대 기업을 모은 그래프. 위쪽부터 한국전력공사, 한화, SK, 한화오션, HD현대, GS, 두산에너빌리티, HD한국조선해양, SK이노베이션, 두산 등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최근 조선과 방산 분야의 업황이 크게 개선된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사업경쟁력 확대를 위해 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생에너지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환금융(녹색산업 지원금융) 등과 관련된 보험사와 금융사들은 모두 수익이 늘었다.
삼성화재해상보험, 하나금융지주, KB금융, 신한지주, 한국금융지주, 기업은행, NH투자증권, 삼성생명 등 8개사는 모두 2021~2025년까지 영업이익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재생에너지 사업 분야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전력기기 및 인프라 기업들도 모두 수익이 늘었다.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산일전기, 대한전선 등은 모두 5년 동안 영업이익이 지속해서 상승했다.
국내외 산업계 등에서는 재생에너지 관련 투자가 기업의 수익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시각이 많았다. 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이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드는 반면 회수 기간이 길고 투자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로이터를 비롯한 주요 외신 보도를 보면 올해 초 글로벌 에너지기업 BP가 재생에너지에서 기존 석유와 가스 투자에 우선순위를 두는 방향으로 선회한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그 이유로 수익성을 꼽았다. 쉘 역시 최근 유럽 풍력과 태양광 사업 매각 계획을 내놓으면서 석유와 가스 중심 전략으로 돌아섰다.
이와 관련해 김선규 기후솔루션 전력시장계통팀 연구원은 비즈니스포스트에 "개별 기업 실적에는 업황과 수출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지만 재생에너지 사업 확대가 기업의 실적을 위협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이번 분석 결과와 부합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전력망과 기자재를 비롯한 새로운 성장시장과 사업 기회를 확대하는 측면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이번 데이터 집계를 위해 한국 전자공시시스템 API키를 활용한 디지털 코딩 방식으로 정보를 일괄 집계해 활용했다.
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장치, 수소, 풍력, 태양광 등 키워드를 활용해 기업의 사업들을 선별해 개별 프로젝트로 저장했다. 개별 프로젝트별로 중복되는 사업명을 확인해 제거하는 방식으로 선별 작업을 수행해 결과를 얻었다.
다만 이번 데이터는 단순한 재생에너지 관련 사업횟수 및 영업이익 데이터를 수집한 것으로 재생에너지 사업 건수가 많으면 기업의 수익성이 좋아진다는 결론을 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 사업횟수는 상대적으로 적으나 개별 사업의 규모가 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집계 대상에서 빠졌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