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이 트럼프 정부의 압박을 받아들여 인텔과 반도체 파운드리 협력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생산 물량은 적을 수 있고 시점도 2028년 또는 그 이후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인텔 18A 파운드리 공정 홍보용 사진. <인텔>
다만 기술과 시간 등 측면에서 한계를 고려하면 인텔과 협력은 애플이 트럼프 정부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면피’ 수준에 그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8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애플과 인텔의 반도체 협력을 발표했다”며 “미국의 반도체 자급체제 강화 정책에 중요한 이정표”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애플이 차세대 반도체 설계 및 미국 내 생산을 위해 인텔과 협력하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미국이 반도체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제조할 수 있도록 인텔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 자신의 공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정부는 현재 전 세계가 대만 TSMC에 사실상 의존하고 있는 첨단 시스템반도체 공급망을 미국으로 대거 이전해야 한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2025년 8월 미국 정부가 인텔 지분 약 10%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89억 달러(약 13조7천억 원) 상당의 지원금을 제공하며 이런 정책이 더욱 구체화됐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애플에 관세 부과를 위협하는 등 방식으로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꾸준히 압박해 왔다고 전했다.
애플은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여 TSMC의 미국 애리조나 공장과 삼성전자 텍사스 공장에 일부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기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더 나아가 인텔의 미국 내 반도체 파운드리 설비를 활용하고 설계 분야에서도 협력하기로 하며 트럼프 정부와 우호적 관계를 구축하는 데 힘쓰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애플과 인텔의 협업 성과가 이른 시일에 뚜렷하게 나타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 조사기관 크리에이티브스트래티지의 벤 배저린 연구원은 “애플이 최소한 2028년 이전에 인텔에 반도체 생산을 맡길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을 뉴욕타임스에 전했다.
▲ 인텔 반도체 및 미국 성조기 이미지. <연합뉴스>
배저린 연구원은 애플이 인텔에 위탁생산을 맡기는 반도체 물량도 초기에는 매우 적은 수준에 불과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또한 주력 상품인 아이폰보다 맥 컴퓨터용 반도체를 인텔 파운드리로 먼저 생산한 뒤 아이폰에 확대 적용을 순차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텔의 첨단 파운드리 기술이 아직 시장에서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만큼 반도체 공급망과 관련한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애플이 아이폰용 프로세서 생산 초기부터 협력해 온 TSMC와 긴밀한 협업 관계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결국 애플과 인텔의 반도체 협력은 트럼프 정부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면피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애플도 TSMC 이외 파운드리 업체와 협력으로 대안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라고 바라봤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으로 TSMC에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주문이 급증하면서 애플도 충분한 생산 능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다소 불투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배저린 연구원은 TSMC의 최대 고객사가 최근 애플에서 엔비디아로 바뀌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애플이 인텔 파운드리 활용을 검토할 이유가 충분해졌다고 전했다.
따라서 애플과 인텔의 반도체 협력이 트럼프 정부와 우호적 관계에 기여하고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석이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배저린 연구원은 애플을 필두로 다른 반도체 설계 기업들도 인텔 파운드리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추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모든 반도체 제조사들의 생산라인이 최대치로 가동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은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