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최근 고환율에 실적을 개선할 전망이다.

특히 오랜 부진을 깨고 '붉은사막' 흥행에 성공한 펄어비스는 올해 해외 매출이 급증한 상황에서 원/달러 고환율까지 더해지면서 실적 반등 폭이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펄어비스 강달러가 키운 '붉은사막' 실적 효과, 크래프톤·넷마블도 고환율에 웃는다

▲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웃도는 높은 수준에서 고착화하고 있다. 11일 원/달러 환율은 직전 거래일보다 4.7원 오른 1528.9원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11일 금융투자업계와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500원을 웃도는 고환율 국면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환율은 5월15일 1500원대에 진입한 뒤 6월5일에는 장중 한때 1562.47원까지 치솟으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다소 조정됐지만 여전히 역사적 고점 구간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직전 거래일보다 4.7원 오른 1528.9원을 기록했다.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제조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것과 달리, 해외 게임 판매 매출 비중이 높은 게임사들은 고환율에 따른 환차익을 크게 보고 있다. 

펄어비스는 올해 1분기 매출 3285억 원, 영업이익 2121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2584% 폭증하는 극적인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3년 연속 연간 영업적자를 냈던 회사는 신작 '붉은사막'의 흥행에 힘입어 창사 이래 최대 분기 실적을 새로 썼다.

펄어비스는 이날 공식 SNS를 통해 붉은사막의 글로벌 누적 판매량 600만 장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출시 하루 만에 200만 장, 한 달이 채 되기 전 500만 장을 기록한 데 이어 출시 83일 만에 600만 장 고지를 밟은 것으로, 한국 콘솔 게임 역사상 최단기 최대 판매 기록이다.

'붉은사막'이 북미·유럽 등 서구권을 중심으로 흥행하면서 1분기 매출의 해외 비중은 94%에 달했으며, 이 중 북미·유럽 비중만 81%를 차지했다.

매출의 대부분이 달러와 유로화로 발생하는 구조인 만큼 매출을 원화로 환산할 때 발생하는 환차익이 바로 실적에 반영된다. 1분기 영업이익 폭증에는 환율 효과도 일정 부분 기여했다.

여기에 회사가 보유한 달러 예금, 외화 채권 등 외화 자산의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1분기 말 기준 펄어비스의 외화 자산은 원화 환산 기준 5488억 원으로, 이 중 91%가 달러로 구성돼 있다.

앞서 펄어비스의 1분기 장부상 외환차익은 42억 원, 외화환산이익은 97억 원으로 합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531.4% 증가했다. 강달러 현상이 2분기 내내 지속되고 있는 데다, 회사가 보유한 외화 자산 자체가 1년 새 60% 이상 늘어난 만큼 2분기 실적에 반영될 환율 효과는 더 커질 전망이다.
 
펄어비스 강달러가 키운 '붉은사막' 실적 효과, 크래프톤·넷마블도 고환율에 웃는다

▲ 펄어비스는 11일 공식 SNS를 통해 전 세계 게임 플랫폼 합산 기준 '붉은사막'의 판매량이 600만 장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펄어비스>


고환율 수혜는 펄어비스 외에 해외 매출 비중이 큰 국내 다른 대형 게임사들로 확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크래프톤은 매출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이 95.9%에 이른다.

대표작 ‘펍지: 배틀그라운드’는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여전히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해외 퍼블리싱 파트너로부터 로열티 형태로 수익을 인식하는 비중이 높아 추가 비용 부담 없이 매출이 곧바로 이익으로 연결되는 점도 환율 효과를 키우는 요인이다.

여기에 2분기 출시된 신작 '서브노티카 2'가 출시 5일 만에 400만 장을 판매한 가운데 북미와 유럽 등 서구권을 중심으로 흥행에 성공하면서 달러 유입 비중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크래프톤은 올해 1분기 보고서에서 원/달러 환율이 5% 상승할 때마다 장부상 순이익이 약 613억 원 불어난다고 밝혔다. 회사는 1분기에 527억 원 규모의 해외사업 환산이익을 거뒀다.

더블유게임즈 역시 매출의 100%가 해외에서 발생하는 구조다. 미국 더블다운인터액티브(소셜카지노), 영국 슈퍼네이션(아이게이밍) 등 종속회사들의 매출이 대체로 달러 기반으로 본사에 환산 반영된다.

또 보유 현금의 상당액을 달러 자산으로 운용하고 있어 자산 가치 상승 수혜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1분기 중 외환차익 55억 원, 외화환산이익 117억 원을 장부에 인식했다.

회사 관계자는 “매출의 100%를 해외에서 창출하는 사업 구조 특성상 환율 변동은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말했다.

이 밖에 넷마블 역시 1분기에 해외 매출이 5122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79%를 기록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