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이란 전쟁 여파로 화학제품 수요가 높아지면서 OCI의 사업환경이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캐시카우’인 카본소재 제품 수익성이 큰 폭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유신 OCI 대표이사 부회장으로서는 반도체 소재를 중심으로 한 사업 체질 전환에 필요한 투자 여력을 한결 수월하게 확보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OCI 석탄화학 고유가에 실적 '효자' 노릇, 김유신 반도체 소재 전환 기반 든든해져

▲ 김유신 OCI 대표이사 부회장이 카본소재 제품 수익성 확대에 따라 반도체 소재를 중심으로 한 사업 체질 전환에 필요한 투자 여력을 한결 수월하게 확보하게 됐다. < OCI >


11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고유가가 이어질수록 석탄 기반 화학 사업을 영위하는 OCI에게는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석유계 원재료 가격이 급등한 반면 석탄 가격 상승폭은 제한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2026년 나프타 가격은 1월 톤당 557달러에서 5월 958달러로 70%가량 올랐지만 같은 기간 아시아 석탄 기준 가격인 뉴캐슬 선물은 톤당 106달러 수준에서 130달러로 20%가량 오르는 데 그쳤다.

OCI는 국내 화학업체 가운데 석탄화학 사업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기업으로 꼽힌다. 전체 매출의 약 63%를 차지하는 카본케미칼 부문에서는 철강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석탄계 원료를 활용해 카본블랙, 액상 피치, 벤젠·톨루엔·자일렌(BTX) 등을 생산한다.

카본블랙은 타이어와 고무제품의 내구성을 높이는 고부가가치 소재다. 액상 피치는 제철소 등에서 열을 발생시키는 전극봉의 원료로, 벤젠을 비롯한 BTX 제품은 플라스틱과 합성섬유 등의 기초 원료로 각각 활용된다.

특히 이 가운데 BTX 부문의 수익성 개선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전 세계 벤젠 생산량의 90% 이상이 석유계 원료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고유가가 이어지면 생산비용이 상승하고 공급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OCI는 연간 26만 톤 규모의 석탄 기반 BTX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어 상대적으로 높은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고유가 효과는 OCI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실적에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OCI의 1분기 카본소재 부문 영업이익은 31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1% 증가했다.

유가 상승을 이끈 이란 전쟁의 종전 협상이 지지부진한 점은 OCI 사업환경에 우호적 요소로 꼽힌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4월8일 휴전에 합의했지만 아직 최종 종전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따라 종전 기대가 커졌다가도 군사적 충돌 우려가 다시 부각되는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종전이 성사되더라도 국제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 주요 산유국의 원유 생산 차질 규모는 하루 약 3천만 배럴로 추산된다. 손상된 에너지 시설을 복구하고 원유 생산을 정상화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고유가 추세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OCI 관계자는 “유가 상승으로 석탄 기반 화학 제품의 가격 인상과 판매량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매출과 수익성이 함께 개선됐다”며 “2분기에도 이러한 흐름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유신 부회장으로서는 카본케미칼 부문에서 확보한 이익을 반도체 소재 등 신사업 확대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
 
OCI 석탄화학 고유가에 실적 '효자' 노릇, 김유신 반도체 소재 전환 기반 든든해져

▲ OCI는 반도체용 폴리실리콘과 인산, 과산화수소 등을 주력 제품으로 육성하고 있다. 사진은 OCI 군산공장의 전경. < OCI >


OCI는 2023년 인적분할을 통해 태양광 사업을 지주사인 OCI홀딩스에 남기고 석탄 화학과 함께 반도체와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현재 반도체용 폴리실리콘과 인산, 과산화수소 등을 주력 제품으로 육성하고 있다.

김 부회장 2026년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기초소재와 카본케미칼의 안정적인 이익을 기반으로 반도체 소재 등 신사업 성과를 창출해 나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OCI는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고객 기반을 넓히는 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반도체 업황이 슈퍼사이클에 진입하면서 고객사들의 생산과 소재 수요가 확대되고 있지만 가치사슬 전반에는 아직 재고가 남아 있어 소재별 수요 확대는 인산과 과산화수에 이어, 폴리실리콘 순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폴리실리콘은 반도체 집적회로(IC)를 새기는 기판인 웨이퍼의 원료다. 인산은 웨이퍼의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내는 ‘식각(Etching)’ 공정에, 과산화수소는 반도체 세정 공정에 각각 활용된다.

OCI는 이 가운데 수요가 가장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인산의 생산능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 설비의 병목 구간을 해소해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생산 효율을 높이는 ‘디보틀넥킹’ 방식을 활용해 올해 상반기 인산 생산능력을 기존 연간 2만5천 톤에서 3만 톤으로 20%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반도체 소재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폴리실리콘 사업은 주요 고객사의 생산능력 확대에 따른 수혜가 기대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만난 뒤 SK하이닉스의 웨이퍼 생산능력을 두 배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반도체 웨이퍼 제조에 사용되는 폴리실리콘 수요도 함께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OCI는 군산 공장에서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을 연간 4700톤 규모로 생산해 웨이퍼 생산업체인 SK실트론 등에 납품하고 있다.

OCI관계자는 2026년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새로 늘린 생산능력은 올해 하반기나 내년에는 본격적 회사 경쟁력으로 자리잡게 된다”고 설명했다. 조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