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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미국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전 세계적 에너지 위기로 에너지 집약적인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등 대한민국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제조업계에 거대한 생존의 과제를 던지고 있다. 산업 생태계의 명확한 `녹색 대전환(K-GX)`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수출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엄중한 현실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지금이 바로 제조업 생존을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이에 비즈니스포스트는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공동으로 6월25일 ‘전환 없이 수출 없다, 대전환에서 한국 경제의 미래를 찾다’라는 슬로건 아래 2026 기후경쟁력포럼을 연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이번 포럼을 앞두고 모두 5회에 걸쳐 우리 기업에 실질적 혜택을 줄 `탄소중립산업법`과 철강·시멘트 등 난감축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전환금융`의 역할, 제조업들이 녹색전환으로 가는 과정에 투자자 판단을 돕는 기본 규칙이 되는 지속가능성 공시의 현 주소와 과제를 조명한다. |
▲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한국 스튜어드십코드 개정 공청회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SG 공시는 탄소배출, 재생에너지 사용 등 환경을 중심으로 투자자들이 기업들의 탄소중립을 위한 녹색전환 사업에 투자할 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기준이 되는 제도다.
산업, 금융, 투자 구조 전반에 걸쳐 K-GX(한국형 녹색전환)을 추진하는데 있어 어떤 기업이 탈탄소에 기여하는지와 녹색전환 리스크에 노출돼 있는지를 가늠하는 정보 인프라 역할을 한다.
ESG공시 로드맵은 애초 올해 4월에 최종안이 나올 것으로 계획돼 있었으나 국내 기후단체와 ESG전문가들의 반발에 부딪혀 발표 일정이 미뤄졌다.
금융위가 발표할 최종안이 세계 주요국 공시 정책의 추진 속도와 범위에 발맞출 수 있는 수준으로 나오는지에 눈길이 쏠린다.
◆ 금융위 ESG공시 로드맵 확정안 6월 중 발표 예상돼
금융위는 올해 2월 ESG공시 로드맵 초안을 발표하고 의견 수렴 절차를 개시했다.
ESG공시 로드맵 초안에는 2028년부터 연결자산총액 30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ESG공시를 의무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공시 시행 초기에는 기업들의 법적 리스크를 경감하기 위해 법정 공시가 아닌 거래소 공시로 시행하기로 했다. 거래소 공시는 투자자에 정보 전달이라는 역할을 하는데 법정 공시는 위반 시 더 많은 법률적·행정적 의무를 져야 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애초 계획은 이같은 내용을 기반으로 지난 3월 말까지 의견 수렴을 거쳐 4월 안으로 최종안을 확정하려고 했으나 국내 기후단체들부터 기업들까지 반응이 좋지 않아 추가 검토를 위해 일정을 미뤘다.
환경단체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위가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최종안을 확정지을 것이라고 발표하지는 않았으나 정부 부처의 일정을 고려하면 이달 안으로 확정될 것이 유력해 보인다.
ESG공시가 뒷받침할 '한국형 녹색전환(K-GX)' 세부시행안이 애초 6월 말까지 확정될 것으로 계획돼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K-GX 시행안은 현재 부처간 조율 문제로 발표가 7월로 미뤄졌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2월에 열린 생산적 금융 세미나에서 “최근 정부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목표를 제시하고 K-GX를 추진하고 있다”며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기후 등 ESG요소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 금융위 초안에 기후단체 반발, "글로벌 트렌드에 뒤처져"
금융위가 내놓은 ESG공시 로드맵 초안을 놓고 국내 기후단체 사이에서는 글로벌 트렌드에 뒤쳐진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내 ESG 싱크탱크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은 금융위가 내놓은 로드맵 초안이 국제적 기준으로 봤을 때 ‘가장 지체된 안’이라고 평가했다.
자산총액 30조 원 이상 국내 상장사는 단 58개에 불과한데 이는 같은 시기 34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ESG공시를 의무화하는 일본과 비교해 너무 적다는 것이다.
시행시기도 지나치게 늦은 것으로 지적됐다. 영국은 2023년, 유럽연합은 2025년부터 이미 ESG공시를 시행하고 있다. 중국은 2026년, 일본은 2027년부터 도입한다.
사실상 한국이 주요국 가운데 공시 도입 시점이 가장 뒤늦고 공시 대상 기업도 가장 적은 셈이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총장은 “우리나라 공시 로드맵 초안은 투자자와 고객사 모두로부터 외면받는 방식으로 설계됐다”며 “이같은 방식으로는 자본시장의 코리아 프리미엄은 물론 정부가 추진하는 산업전환, 에너지 전환 등 각종 전환 정책을 실패하게 만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과감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총장(가운데)이 올해 3월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금융위 ESG공시 로드맵 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공시를 직접 실행해야 할 대상인 기업 사이에서도 금융위의 로드맵 초안을 놓고 지나치게 뒤떨어졌다는 시각이 나온다.
국회ESG포럼 대표를 맡고 있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올해 4월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ESG공시 로드맵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기업 ESG담당 임직원들 가운데 66.7%는 금융위가 ESG공시 기준을 최소한 자산총액 10조 원 이상으로 잡아야 한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참여 기업 120여 곳 가운데 상장사가 71.7%이며 제조업 기업 비중도 약 60%에 달한다.
조사에 참여한 임직원들 가운데 70.9%는 자산총액 10조 원 이상 상장사들의 공시 역량은 이미 충분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민병덕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ESG공시는 투자자와 금융기관으로부터 자본을 조달하고 고객사와의 안정적, 장기적 공급망 계약을 유지하기 위한 사실상의 비즈니스 면허가 됐다”며 “금융위는 이번 실무 담당자 설문 결과를 반영한 최종안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대상 기업 확대하고 법정공시로 못박아야"
금융위가 로드맵 초안을 발표한 직후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녹색전환연구소, 플랜1.5 등 국내 기후 싱크탱크들은 공동으로 문제점을 보완한 제언을 내놨다.
핵심은 현재 자산총액 30조 원 이상 상장사로 설정된 기준을 5조 원까지 범위를 대폭 넓히라는 것이었다.
이종오 총장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현황,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와 목표관리제 포함 여부 등을 고려하면 연결자산총액 2조 원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며 "다만 수용성이 문제라면 5조 원 이상부터 시작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산총액 기준으로 5조 원까지 범위를 넓히면 공시 대상 기업은 58개에서 156개로 대폭 확대된다. 일본과 비슷한 수준으로 기준이 맞춰지게 되는 셈이다.
기후단체들은 ESG공시를 법정 공시가 아닌 거래소 공시로 시행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거래소 공시는 한국거래소와 상장회사간 계약관계로 시행되는 공시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시행되는 법정공시와 달리 매우 적은 법적 의무만 지게 된다.
단적으로 비교하면 법정 공시는 허위 공시를 하면 과징금,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으나 거래소 공시는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매매거래 정지 등 상대적으로 약한 제재만 받는다.
정영주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정보의 품질과 신뢰성 제고, ESG워싱 우려, 산업 전반의 전환 촉진, 투자자들의 신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도입시부터 법정공시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며 “공시대상별로 완충 기간을 1년 정도로 설정하고 거래소 공시에서 법정공시로 차례로 전환하는 시스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