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증시가 지난주 금요일에 이어 이날까지 크게 내리며 8천피를 내줬다.

최근 반도체주 급등으로 부담감이 커진 상황에서 국내외 악재가 겹치며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코스피 '검은 월요일' 이틀 연속 급락에 8천피 아래로, 시장은 '단기조정'에 무게

▲ 8일 코스피가 8%대 급락해 7484.41로 마쳤다. 사진은 이날 정규거래 마감 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연합뉴>


그럼에도 시장은 반도체의 성장성과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여전히 단단하다는 분석을 내놓으며 단기 조정에 무게를 싣고 있다.

8일 코스피는 직전 거래일보다 8.29%(676.18포인트) 내린 7484.41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오전 9시3분경 코스피 지수가 1분간 8% 이상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거래가 20분간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지난 3월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후 3개월 만이다.

거래가 재개된 9시34분에는 코스피 선물 가격이 직전 거래일보다 5%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이어지면서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 효력정지)도 발동됐다.

코스피 지수는 직전 거래일인 5일 5.54%(478.82포인트) 하락한 데 이어 이날도 크게 내리며 이틀 만에 1155포인트를 반납했다.

한국거래소는 "코스피는 미국 대형 반도체 기업 실적 부진 및 금리 상승 우려 등으로 하락 출발했다"며 "중동발 지정학적 불안정성 확대로 유가 상승 및 고환율 우려가 더해졌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급락의 배경에는 지난주 브로드컴 실적 발표와 미국 고용지표 호조가 있다.

호크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는 3일(현지시간)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3분기 인공지능(AI) 칩 매출이 160억 달러(약 24조4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 수치가 시장 전망치인 163억6천만 달러에 미치지 못하면서 실망감을 키웠다.

5일(현지시각) 공개된 미국 5월 비농업 부문 고용자 수는 전월보다 17만2천 명 증가해 시장 예상치 8만5천 명을 크게 웃돌았다. 고용지표 호조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낮아지며 악재로 작용했고, 지난주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4.5%대를 넘어섰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AI 성장주 과열 부담이 누적된 상황에서 지난주 목요일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 브로드컴 실적 발표 후 투자심리가 약해지기 시작했다"며 "금요일 5월 고용지표 서프라이즈에 안정됐던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성장주가 추가 타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영향으로 5일(현지시각) 미국 증시도 급락했다. 나스닥 지수는 4.18% 하락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0.3% 급락하며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이 밖에 미국·이란 전쟁 지속, 원/달러 환율 급등, 네 마녀의 날(11일), 스페이스X 상장(12일) 등도 투자 경계 심리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코스피 '검은 월요일' 이틀 연속 급락에 8천피 아래로, 시장은 '단기조정'에 무게

▲ 증권가는 이번 하락이 단기 조정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다만 시장은 반도체·AI 등 증시 주도 업종의 펀더멘털 훼손이 없는 만큼 단기 조정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김지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8일 보고서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펀더멘털은 지난주와 달라진 점이 없다"며 "이번 주 매크로 및 기업 이벤트 전후로 급락세가 진정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지수 7500포인트 이하에서는 매수 포지션을 확대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김성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이날 보고서에서 "이번 랠리를 지탱한 기업들의 강한 이익 환경에는 변함이 없다"며 "변동성은 조금 더 지속될 수 있겠지만 과도한 우려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용지표 호조 역시 월드컵 개최를 앞둔 일시적 착시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5월 고용지표에서는 레저·접객 부문이 7만 명 증가하며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며 "6월12일 개막하는 북중미 월드컵을 앞둔 일시적 영향이 반영됐다"고 짚었다. 

그는 "장기 실업자들의 구직난은 지속되고 있으며, 고용시장의 구조적 개선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장권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월드컵 이벤트에 따른 일회적 요인이 반영된 저임금 중심의 호조"라며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손실을 메꾸기 위한 레버리지(지렛대) 투자 등 공격적 매수는 지양해야 한다는 경고도 나왔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날 "지금은 수익률을 극대화하기보다 변동성을 견디는 능력을 높여야 하는 국면"이라며 "급락장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가격 하락 자체보다 강제청산인 만큼 레버리지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일 기준 국내 증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7조8384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달 29일 38조227억 원에 근접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