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캐나다 잠수함 '분할 수주' 가능성 또 고개, 변수로 작용할 경제외교관계 촉각

▲ 작업용 조끼를 입은 노동자들이 9일 캐나다 퀘백주 콩트르쿠르에서 마크 카니 총리의 몬트리올 항구 확장 계획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캐나다 정부가 신규 잠수함 도입 사업에서 최종 입찰서를 제시한 한화오션과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에 분할 발주를 맡길 수 있다는 현지 보도가 다시 나왔다. 

캐나다 정부는 잠수함 발주를 계기로 한국과 독일로부터 각각 산업 협력을 이끌어내려 하는데 이런 경제외교적 관계가 수주전에서 분할 발주의 변수를 만들지 주목된다.

28일(현지시각) 캐나다 주요매체 글로브앤드메일에 따르면 캐나다 잠수함 사업담당기관 책임자 가운데 하나인 더그 구즈만 국방투자청(DIA) 청장은 신규 잠수함 발주와 관련해 “해군이 주도적으로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답변했다. 

구즈만 청장은 27일 캐나다 하원에서 열린 국방상임위원회에서 발주와 관련 질문을 받고 위와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잠수함 분할 발주 가능성에 대해 중립적 발언을 통해 여지를 남긴 것이라고 글로브앤드메일은 분석했다.

다니엘 블루윈 국방부 대변인은 그 뒤 성명을 통해 “한화오션과 TKMS의 입찰서를 평가하고 있다”며 “공정성을 위해 이 이상 내용은 언급할 수 없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앞서 글로브앤드메일은 지난 3월2일 캐나다 정부 고위 관계자 2명을 인용해 “독일과 한국 업체를 동시에 선정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저울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브앤드메일은 캐나다 정부가 대서양과 태평양 연안에 각각 TKMS와 한화오션의 잠수함을 6척씩 배치하는 안을 내부 검토하고 있다는 구체적 내용도 전했다.

캐나다 정부는 3천 톤급 디젤 잠수함을 2030년까지 최대 12척 도입해 기존 2400톤급 잠수함을 대체하는 사업(CPSP)을 추진하고 있다.

일정상 올 상반기 한화오션과 TKMS 가운데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2028년 본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잠수함 건조에만 120억 달러(약 17조7300억 원)가 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캐나다 방위산업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사업으로 꼽힌다. 유지보수까지 모두 반영하면 사업비가 한화 기준으로 6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단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지난해 9월23일 미국 뉴욕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분할 발주 가능성은 없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그럼에도 현지 언론에서 정부 내부 관계자의 발언에 이어 캐나다 의회에서 논의로 오갔던 질의 내용까지 계속 보도가 나오는 모양새다.

이러한 보도가 계속 나오는 배경에는 캐나다의 경제외교적 고민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캐나다 정부가 분할 발주 카드를 내세워 한화오션과 TKMS를 상대로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화오션 캐나다 잠수함 '분할 수주' 가능성 또 고개, 변수로 작용할 경제외교관계 촉각

▲ (오른쪽부터)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김민석 한국 국무총리 등이 2025년 10월30일 경남 거제에 위치한 한화오션 사업장을 방문해 잠수함을 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캐나다 정부는 한화오션과 TKMS로부터 지난 3월 초 입찰 제안서를 접수받은 뒤 4월29일까지 입찰 내용을 수정할 기한을 추가로 부여했다. 

국방투자청은 글로브앤드메일을 통해 “이번 연장 조치로 캐나다에 돌아갈 혜택을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방산 발주에 따른 경제협력, 즉 절충 교역을 확대해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키울 수 있다는 의미다.

캐나다는 미국 트럼프 정부가 부과한 관세로 경제 전반에 걸쳐 사회적 비용이 증가할 처지에 내몰려 있다. 자동차를 비롯한 공급망 차원에서도 자국 산업기반이 흔들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캐나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을 상대로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군사비를 증액했다. 

이에 비용을 절감하고 산업 경쟁력을 키울 필요성이 커져 잠수함 발주를 맡길 기업과 해당 국가를 늘려 경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CBC뉴스는 최근 보도에서 “잠수함 입찰은 캐나다에 가져올 수 있는 경제적 이익, 즉 직접 투자와 간접 투자라는 관점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분할 발주가 외교적으로 캐나다에게 유리한 선택지라는 관측도 나온다. 

제조업 강국이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회원국인 독일과 자동차와 배터리 등 주요 산업분야의 핵심 협력국인 한국 사이에 외교적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캐나다 칼턴대학교의 필립 라가세 국방정책 부교수는 글로브앤드메일을 통해 “분할 계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동맹 관계를 고려한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화오션은 캐나다 사업을 수주해 잠수함의 일반적 수명 주기인 30년 치 먹거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절반만 수주하면 방산 분야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칠 수밖에 없다.

한화오션은 27일 진행한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CPSP 사업은 단순한 잠수함 공급을 넘어 캐나다의 산업 경쟁력과 자주적 안보 역량을 함께 강화하는 포괄적 전략 파트너십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방산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분할 발주가 이뤄지기 힘들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국뿐 아니라 독일 역시 분할 수주보다는 나토 동맹국임을 내세워 통 수주를 노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캐나다 정부가 분할 발주에 따른 조건 제안을 한국과 독일에 정식으로 전달한 내용이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화오션과 TKMS의 잠수함 기술에 공통점이 없는 데다 대서양과 태평양 권역으로 나눠 발주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매우 복잡하고 어렵다”고 말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