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태원 베트남 AI·에너지 인프라 사업 확대, 직접 투자로 동남아 AI 전진기지 만든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베트남을 동남아시아의 AI 전진기지로 만들기 위해 베트남 지방 정부, 현지 기업과 함께 본격적으로 사업 투자에 나선다. <제미나이 나노 바나나 프로>

[비즈니스포스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베트남 인공지능(AI)·에너지 인프라 사업 확장에 주도적으로 나서며 동남아시아 AI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특히 SK그룹은 기존 베트남 간접 투자 방식을 넘어 AI 데이터센터(DC) 구축부터 전력 공급 사업까지 직접 투자하며, 이 곳을 동남아 AI 산업 전진기지로 구축해 성장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과거 SK텔레콤의 베트남 이동통신 시장 진출 실패를 교훈 삼아 현지 정부, 파트너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현지 사정에 맞춘 AI, 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SK는 전날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한국-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서 베트남 응에안성 정부, 베트남 국가혁신센터(NIC)와 각각 AI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최 회장은 포럼 전 기업인 간담회에서 "AI는 베트남의 지속 성장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AI 데이터센터와 안정적 전력 공급 확보가 중요한데, (SK가)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베트남 AI 산업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응에안성 정부는 이날 포럼에서 SK이노베이션 컨소시엄에 '뀐랍 발전사업자 등록증(IRC)'을 수여했다.

뀐랍 LNG 발전 프로젝트는 총사업비 23억 달러(약 3조3천억 원)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1500메가와트(MW)급 가스복합화력발전소와 대규모 LNG 터미널, 전용 항만을 2027년 준공해 2030년까지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SK이노베이션이 지난 2월 베트남 국영 석유가스그룹(PVN) 산하 발전사 PV 파워, 현지 기업인 나수(NASU)와 함께 사업자로 선정됐다.

뀐랍 LNG 프로젝트는 베트남의 고질적 전력 부족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향후 이를 기반으로 인근에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등을 유치하며 산업 클러스터를 위한 전력 공급 중심 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은 베트남 국가혁신센터(NIC)와 손잡고 AI 생태계 조성에도 나선다.

SK텔레콤은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운영을 지원하고, SK이노베이션이 AI 산업에 필요한 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하게 된다.

정재헌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은 "AI 데이터센터는 AI 산업 성장의 기반이 되는 핵심 인프라"라며 "SK는 그동안 축적해온 AI 데이터 개발·구축·운영 역량을 바탕으로 베트남 현지에 최적화된 AI 데이터센터 협력 모델을 구체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오래 전부터 베트남을 '동남아시아 거점'으로 삼고 현지 파트너십을 확대해왔다.

SK이노베이션이 1998년 베트남 '15-1 광구'의 지분을 확보하며 유전 개발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2018년에는 'SK동남아투자법인'을 설립한 뒤 베트남 마산그룹에 약 5300억 원을 투자해 지분 9.5%를 확보했다.

또 베트남 빈그룹 지분 6.1%를 2019년 약 1조1800억 원에 매입하기도 했다.
SK 최태원 베트남 AI·에너지 인프라 사업 확대, 직접 투자로 동남아 AI 전진기지 만든다

▲ (왼쪽부터) 응오 반 뚜 나수(NASU) 대표, 황 반 꽝 PV파워 회장, 정재헌 SK텔레콤 대표, 추형욱 SK이노베이션 대표, 김정관 산업통상부장관, 응오 반 뚜언 베트남 재무부 장관, 베트남 응우옌 칵 탄 응에안성 서기장, 보 쫑 하이 응에안성 인민위원장이 23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포럼에서 AI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 SK >

하지만 최근 그룹 사업 리밸런싱과 함께 2025년 8월 빈그룹 투자 지분을 전량 매각해 1조 원대의 현금을 확보했고, 마산그룹 지분도 대부분 정리했다.

이는 간접 투자 대신, SK가 잘하는 에너지와 AI 인프라를 중심으로 베트남 사업에 직접 참여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에는 베트남 대기업의 성장에 올라타는 단순 투자자 역할에 그쳤다면, 이제는 SK의 AI와 에너지 역량을 바탕으로 베트남에서 직접 사업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SK는 에너지부터 반도체, AI 모델 및 응용서비스까지 AI 생태계 전반에 걸친 포트폴리오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베트남은 더 이상 기회의 땅이 아니라 한국과 함께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파트너"라고 말했다.

베트남의 AI 산업은 전망이 밝다.

베트남은 평균 연령 32세의 젊은 국가로, 사람들의 디지털 서비스와 AI 기술 습득이 빠르다. 게다가 정부가 '디지털 경제'로 전환을 국가 과제로 삼고 있어, 해외 기업 유치에 적극적이다. 

베트남 정부는 반도체·AI 데이터센터 등에 세제·토지·관세 등 포괄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베트남의 일반 법인세율은 20%이지만, AI 데이터센터와 같은 첨단 기술 프로젝트에는 투자 규모에 따라 최대 37년 동안 5%의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SK가 베트남에서의 좋지 않은 기억을 떨쳐낼지도 관심거리다.

SK텔레콤은 2003년 베트남 호치민 지방정부와 합작해 'S폰'이란 브랜드로 베트남 이동통신 시장에 진출한 적이 있다. 한 때 점유율 4위까지 올랐으나 베트남 정부의 불리한 사업 구조(경영협력 계약 방식)와 투자 부족에 따른 통화 품질 저하로 가입자가 줄었고, 결국 2010년 철수했다.

최 회장은 과거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베트남 정부가 가장 원하는 'AI 인프라' 구축에 도움을 주며, 현지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은 "한국의 기술과 베트남의 젊고 역동적인 인재가 만나면 굉장히 큰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단순한 규모의 확대를 넘어서 첨단 제조와 서비스, 디지털 분야처럼 더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