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삼성전자 TV 세계 1위, 용석우 '마이크로RGB·비전AI·타이젠OS'로 돌파구 모색

용석우 삼성전자 DX부문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 사장이 중국 경쟁사들의 맹추격에 '마이크로 RGB TV' 같은 프리미엄 제품군 확대와 '비전 AI' 서비스 강화 등을 통해 업계 1위 수성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의 TV 글로벌 1위 자리가 TCL과 하이센스 등 중국 업체의 가성비(가격대비성능) 물량 공세로 위태로워지고 있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사장은 '마이크로 RGB TV'와 같은 프리미엄 모델 라인업을 확대하고 '비전 AI' 서비스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13일 TV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와 중국 TCL의 TV 점유율 격차가 1%포인트까지 좁혀진 가운데 올해는 1위 자리를 내어줄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1~11월 TV 점유율(출하량 기준)은 16%로 12%인 TCL에 4%포인트 앞섰다. 하지만 12월에는 TCL 16%, 삼성전자 13%로 집계돼, 순위가 처음으로 역전됐다.

삼성전자는 중저가 TV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가격 압박 때문에 출하량을 확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TCL은 가성비가 좋은 미니 LED TV를 앞세워 남아메리카·동유럽 등 신흥 시장에서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밥 오브라이언 카운터포인트 연구원은 "TCL은 점진적 성장세를 이어오며, 2025년 12월에는 연말 성수기 효과에 힘입어 삼성전자까지 추월했다"며 "비록 한달에 불과한 성과지만 TCL 출하량은 전년 대비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삼성전자 출하량은 같은 기간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이와 같은 흐름이 지속된다면 올해는 전체 점유율 역전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의 이충훈 대표는 지난해 9월 "2026년 준비를 위한 디스플레이 전략 세미나'에서 '삼성전자 TV 출하량이 2020년 5천만 대 정도에서 2024년 3천만 대 수준까지 감소했다"며 "그러나 중국 TCL과 하이센스 TV 출하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어, 2026년이 되면 중국 업체가 삼성전자를 능가한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말했다.

2027년에는 TCL과 소니가 합작사 설립을 앞두고 있어 삼성전자에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TCL이 소니의 TV 사업을 승계하는 합작사는 2027년 4월부터 출범한다. TCL의 생산력에 소니의 브랜드 파워가 결합되는 것이다. 합작사 지분율은 TCL이 51%, 소니가 49%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TCL과 새로운 합작사 점유율 합계가 20%에 근접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삼성전자를 제치고 TCL이 글로벌 TV 시장 1위로 올라선다는 것이다. 
 
흔들리는 삼성전자 TV 세계 1위, 용석우 '마이크로RGB·비전AI·타이젠OS'로 돌파구 모색

▲ 삼성전자 130인치 마이크로 RGB TV. <삼성전자>

용석우 사장은 '초대형 마이크로 RGB TV'와 같은 프리미엄 제품군을 강화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출시한 마이크로 RGB TV는 빨강(R), 초록(G), 파랑(B) 각각의 마이크로 LED를 백라이트로 사용하는 차세대 액정표시장치(LCD) TV다. 정확한 색 표현과 높은 명암비를 구현하면서 에너지 효율까지 높여 프리미엄 LCD TV의 정점으로 평가된다.

2025년 8월 세계 최초로 115인치 초대형 마이크로 RGB TV를 출시한 데 이어, 올해는 지난 1월 CES 2026에서 공개한 55·65·75·85·100·130인치 등 다양한 크기의 마이크로 RGB TV 라인업으로 제품군 확대에 나선다.

삼성전자의 마이크로 RGB TV는 독일의 시험·인증 기관 VDE로부터 '눈 안전성'과 '생체 리듬 디스플레이' 인증도 획득했다. 사용자의 눈과 생체 주기 등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 측정해, 최적의 시청 환경을 제공하는 제품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양산을 통해 가격대도 합리적으로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15인치 마이크로 RGB TV 출고가는 4490만 원으로, 일반 소비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가격이었다.

용석우 사장은 지난 9월 독일에서 열린 'IFA 2025'에서 "2026년에는 마이크로RGB TV를 소비자가 '이 정도면 살 수 있겠구나' 하는 정도의 가격대로 선보이겠다"고 예고했다.

TV에 인공지능(AI) 기능을 접목한 서비스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비전 AI 컴패니언'은 TV가 주변 환경과 콘텐츠를 고려해 화질과 음향을 자동으로 최적화하고, 사용자 시청 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한다. 컴패니언(친구)이라는 서비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TV를 시청 중 인공지능과 친구처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삼성전자 TV 운영체제(OS)인 '타이젠 OS' 생태계 확대도 주요 전략 가운데 하나다. 삼성전자는 자체 OS인 타이젠을 외부 TV 제조사에도 라이선스하는 방식으로 플랫폼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타이젠 OS가 탑재된 TV가 늘어날수록 라이선스 수익 뿐 아니라 광고·콘텐츠 수익을 확보할 수 있어, 저성장 기조인 TV 시장에서 수익 구조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용 사장은 올해 타이젠 OS의 외부 공급을 지난해보다 10배 이상 확대한다는 내부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TV 사업은 최근 경쟁 심화로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TV와 생활가전 등을 담당하는 DA·VD사업부는 2025년 영업손실 2천억 원을 냈다. 2024년 1조7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올해는 2월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과 6월 북중미 월드컵 등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가 TV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기대가 일각에서 나온다.

하지만 일회성 이벤트의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도 있다. 스포츠를 향한 대중의 관심이 예전과 같지 않아, TV 매출로 연결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헌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부사장은 지난 1월29일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TV 시장 수요 정체와 패널 업체의 경쟁 심화로 시장 환경이 어려워졌다"며 "새로운 형태의 차세대 디바이스로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지속 성장이 기대되는 서비스 비즈니스를 더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강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