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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기관, 박근혜 게이트로 '낙하산과 작별' 절호의 기회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6-11-27 10:4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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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기관이 박근혜 게이트로 낙하산 인사 논란과 작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금융공기관에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해 기관장 선임절차를 투명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법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박근헤 게이트’가 금융공기관 낙하산 막을까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근혜 게이트가 앞으로 국정조사와 특검수사 등으로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금융위원회나 기획재정부 등의 산하에 있는 금융공기관에 당분간 낙하산 인사가 앉을 가능성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금융공기관, 박근혜 게이트로 '낙하산과 작별' 절호의 기회  
▲ 김한철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IBK기업은행의 경우 권선주 행장의 임기만료를 앞두고 낙하산 인사의 후보들이 거명되다 최근에는 쏙 들어갔다.

김한철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은 내년 2월, 이덕훈 한국수출입은행장도 내년 3월에 임기가 끝나는데 이들의 후임을 놓고 예년과 달리 낙하산 인사들의 이름이 돌고 있지 않다.

한국결제원의 경우 유재훈 전 사장이 11월2일 물러난 뒤 후임이 선임되지 않고 수장공백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결제원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했지만 후임 인선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낙하산 인사인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사태에 책임이 크다는 목소리가 높은 데다 뒤를 봐줄 정부는 박근혜 게이트로 사실상 마비됐다”며 “관료나 정치인 출신들이 부담을 느껴 발을 빼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도 금융공기관의 임원 선임요건을 강화해 낙하산 인사의 가능성을 줄이는 내용의 법률개정안을 발의하고 있다.

19대 국회에서는 비슷한 법안들이 통과되지 못했지만 여당도 ‘박근혜 게이트’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있어 이번에는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도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책은행 임원의 자격요건을 금융회사 5년 이상 근무, 금융 관련 교수, 변호사·공인회계사, 금융공공기관 7년 이상 근무 등으로 명시했다. 이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인사가 국책은행 임원으로 선임되면 인정되지 않는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의무적으로 구성하고 근로자대표와 국회에서 추천한 위원을 위원회에 각각 넣어야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은행 대표와 사외이사를 공개모집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천정배 국민의당 의원은 금융공공기관을 포함한 공기업·준정부기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임원 선임과정을 공개하고 민간위원을 사회 각계각층에서 추천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국책은행은 관치금융 논란이 심각하고 다른 금융공기관도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등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관련된 법안을 지금 보완하지 않는다면 낙하산인사 논란이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 절차가 있어도 낙하산 논란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은 금융위원장(산업은행, 기업은행)이나 기획재정부 장관(수출입은행)의 제청을 받아 청와대에서 대표를 임명하는 구조다 보니 내부에서 CEO가 배출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의 경우 민간 금융회사 출신이지만 박근혜 정부와 인연을 매개로 국책은행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낙점을 받았다.

  금융공기관, 박근혜 게이트로 '낙하산과 작별' 절호의 기회  
▲ 이덕훈 한국수출입은행장.
국책은행을 제외한 금융공기관은 공개모집에 지원한 후보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심사해 대표로 뽑지만 선임절차 자체가 낙하산 인사를 위한 요식행위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공기관 가운데 내부인사가 대표를 맡은 적이 있는 곳은 전체의 10%밖에 되지 않는다”며 “특정 금융공기관이 ‘금융위 라인’이나 ‘기재부 라인’으로 불릴 정도로 낙하산인사 관행이 자리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 산하 금융공기관 6곳 가운데 기술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등 4곳은 정부나 다른 금융공기관에서 일한 ‘관피아’가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 선임될 때 내정설이 돌았다.

민간기관이지만 정부에서 지분을 보유한 금융기관들도 낙하산 인사가 차지하는 일이 흔하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금융위 부위원장 출신인 정찬우 이사장이 선임되는 과정에서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홍역을 앓았다.

금융공기관 감사나 사외이사 등 주요 임원직도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여 있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에 따르면 금융공기관이나 정부에서 지분을 보유한 금융기관 27곳의 현직 임원 255명 가운데 97명(38%)가 관료나 정치인 출신으로 집계됐다.

조인근 한국증권금융 상근감사위원의 경우처럼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을 지내 관련 업무의 경험이 전혀 없는데 금융공기관 임원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금융공기관의 한 관계자는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아니라 낙하산으로 외부인사가 금융공기관 임원을 맡는 일 때문에 대우조선해양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며 “내부 임직원들의 박탈감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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