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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의 모든 것] 유류분 제도의 변화, 부모 모신 효자 상속인 제 몫 찾는다

고윤기 info@kohwoo.com 2024-05-17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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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의 모든 것] 유류분 제도의 변화, 부모 모신 효자 상속인 제 몫 찾는다
▲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왼쪽 다섯 번째)과 재판관들이 4월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민법 제1112조 등 유류분 제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및 헌법소원 선고를 위해 앉아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우리 상속제도의 뜨거운 감자인 '유류분 제도'가 변화의 갈림길에 섰다. 

유류분이란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의 자유를 일정 부분 제한하면서 배우자와 직계비속 등 가까운 가족에게 최소한의 상속분을 보장하는 제도다. 아버지가 유언장에 ‘전 재산을 막내에게 준다’라고 써도 다른 자식들이 유류분이라는 최소한의 상속분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부모 입장에선 내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할 자유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유족들의 생존권 보장도 중요하다는 의견이 맞섰다.

지난 4월, 헌법재판소가 내린 결정은 유류분 제도의 틀을 상당 부분 흔드는 내용이었다. 헌법재판소는 유류분 제도의 일부 규정을 놓고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우선 형제자매에게 유류분을 인정한 민법 조항의 효력을 상실시켰다. 피상속인과 일상을 같이 하며 긴밀한 유대를 쌓지 않은 형제자매까지 재산 상속을 보장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본 것이다.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의 유류분 제도는 존치하되 일부 손질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먼저 상속인의 ‘유류분 상실 사유’를 법에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상속인을 버리고 떠났거나 심각한 학대를 저지른 상속인에게도 유류분을 인정하는 건 상식에 어긋난다는 뜻이다. 

또한 헌재는 피상속인 봉양이나 재산 유지에 특별히 힘쓴 상속인의 ‘기여분’을 유류분 산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규정할 것도 요구했다.

사실 ‘기여한 만큼 더 상속받아야 한다’라는 인식은 이미 사회에 퍼져 있다. 

문제는 그동안 유류분과 관련한 판단을 할 때 기여분 액수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류분 소송에서 기여분을 주장할 수 없었기 때문에 기여분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별도의 소송을 제기해야 했다. 

헌법재판소가 ‘기여분 관련 규정을 유류분에 준용하라’고 한 건 이런 불합리함을 해소하자는 취지로 읽힌다.

국회로서는 새 규범을 마련하기 위해 속도를 내야 한다. 2025년 말까지 관련 법령 개정을 마무리 짓는 게 헌재가 내건 시한이다. 유류분 상실 사유의 범위, 기여분 산정 방법 등 까다로운 내용은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듣고 사회적 합의를 모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상속 분쟁 사건을 다루는 법조계도 깊은 고민에 빠졌다. 

당장 현행법과 헌재 결정이 얽힌 과도기적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가 막막할 것이다. 유류분 재판에서 기여분을 어떻게 반영할지, 법에 아직 안 담긴 ‘유류분 상실 사유’를 실제 사건에 적용할 수 있을지 등 냉큼 답하기 어려운 문제투성이다. 당장은 법 개정이 될 때까지 재판을 최대한 미루면서 지켜볼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앞으로 상속을 둘러싼 다툼은 더 치열해질 것 같다. 유류분 소송에서 기여분까지 따지게 되면 “내가 부모를 더 극진히 모셨다”라며 법정에서 자존심 싸움을 벌이는 자식도 나올 것이다. 

부모의 임종을 지키지 않은 자식은 유류분을 포기해야 할지, 생전에 가업을 물려받은 자식의 기여분은 어느 정도로 인정할지 등을 두고 시시비비가 일 것이다. 하지만 기여분을 인정받기 위해서 별도의 소송을 제기했던 이전보다는 분쟁이 한 번에 해결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제도 변화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모 부양에 전념했지만 정작 유산 상속에선 소외됐던 ‘효자 상속인’이 제 몫을 찾게 될 것이다. 부모 곁을 떠났다가 마침 상속재산을 분배할 때만 나타나는 ‘불효자 상속인’은 유류분 액수가 깎이거나 아예 유류분 자체를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법이 가족 내부의 ‘정의로운 분배’의 잣대를 제공하게 되는 셈이다. 물론 제도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진 않는다. 부모를 향한 진심 어린 효심은 물질로 되갚을 수 없는 법이다. 

다만 유류분 제도가 모두 위헌이 된 것은 아니다. 유류분 관련 조항 가운데 합헌으로 결정된 부분은 아래와 같다. 참조 바란다. 고윤기 상속전문변호사

◆ 유류분 관련 규정 가운데 헌법재판소에서 합헌으로 결정한 부분
 
민법 조항 주요 내용
민법 제1113조 ① 유류분은 피상속인의 상속개시시에 있어서 가진 재산의 가액에 증여재산의 가액을 가산하고 채무의 전액을 공제하여 이를 산정한다.
② 조건부의 권리 또는 존속기간이 불확정한 권리는 가정법원이 선임한 감정인의 평가에 의하여 그 가격을 정한다.
민법 제1114조 증여는 상속개시전의 1년간에 행한 것에 한하여 제1113조의 규정에 의하여 그 가액을 산정한다. 당사자 쌍방이 유류분권리자에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증여를 한 때에는 1년 전에 한 것도 같다.
민법 제1115조
 
① 유류분권리자가 피상속인의 제1114조에 규정된 증여 및 유증으로 인하여 그 유류분에 부족이 생긴 때에는 부족한 한도에서 그 재산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경우에 증여 및 유증을 받은 자가 수인인 때에는 각자가 얻은 유증가액의 비례로 반환하여야 한다.
민법 제1116조 증여에 대하여는 유증을 반환받은 후가 아니면 이것을 청구할 수 없다.
 
대한변호사협회의 전문변호사 등록심사를 통과하고 상속전문변호사로 등록되어 있다.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변호사 업무를 시작한 이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상속과 재산 분할에 관한 많은 사건을 수행했다. 저서로는 '한정승인과 상속포기의 모든 것'(2022, 아템포),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어요-상속 한정승인 편'(2017, 롤링다이스), '중소기업 CEO가 꼭 알아야 할 법률 이야기(2016, 양문출판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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