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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깜깜이' 공채, 취준생 혹독한 '희망고문'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6-08-22 16: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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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 '깜깜이' 공채, 취준생 혹독한 '희망고문'  
▲ 2016년 4월17일 서울 단국대에서 삼성그룹의 직무적성평가 GSAT가 진행된 후 응시자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고문 중에 가장 혹독한 고문은 뭘까? 아마도 대학 예비졸업자를 포함해 취업준비생들에게는 ‘희망고문'일 듯하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8월말부터 올해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시즌의 막을 연다.

9월 중 공채 일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데 취준생들 입장에서 참으로 막막하기 짝이 없어 보인다. 대략적인 채용일정 외에는 계열사별 채용규모나 직군은커녕 전체 채용인원조차 ‘깜깜이’ 투성이다.

주요 대기업 가운데 올해 하반기 대졸 신입공채에 가장 먼저 발을 떼는 곳은 현대차다. 8월30일부터 9월9일까지 개발·플랜트·전략지원 분야에서 신입사원을 뽑는다.

현대차그룹에서 현대차를 제외한 다른 그룹 계열사들의 채용인원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현대차는 서류전형에 앞서 25일~26일 채용박람회를 열고 채용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LG그룹이 9월1일부터 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LG화학·LG생명과학 등 12개 계열사에서 대졸 신입사원을 뽑는다. 그룹 공통으로 인적성검사가 10월8일 진행되며 최종 합격자는 12월에 발표된다.

대기업 문을 두드리는 예비대졸자나 기졸업자들은 올해 여름이 더욱 더 덥게 느껴졌을 듯하다. 올해 하반기 대기업 채용시장에 찬바람이 쌩쌩 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9~10월 공채시즌을 앞두고 바늘구멍보다 좁은 문을 뚫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8월도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대기업 공채정보에 목이 마를 수밖에 없다.

현대차나 LG그룹은 주요 대기업 가운데 공채일정이라도 공개했으니 그나마 나은 편이다.

삼성그룹은 지난해와 비슷하게 9월초 서류접수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채용일정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삼성그룹은 상반기에도 주요 계열사에서 공채를 진행했지만 어느 계열사에서 몇명씩, 어느 직군에서 뽑았는지는 대외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SK그룹도 9월초부터 공채일정을 진행하고 하반기에 지난해보다 100여 명을 늘려 1600명을 채용한다는 정도만 알려졌을 뿐 구체적인 채용규모가 확정되지 않았다.

대기업들은 지난해부터 ‘탈스펙’ 전형을 경쟁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하반기 공채부터 학점 제한을 없앴고 직무적합성평가를 통과해야 공채시험인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치를 수 있도록 했다. LG그룹과 SK그룹도 지난해부터 입사지원서에 스펙을 기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오디션 형식의 열린 채용을 도입하기도 했다.

취지는 좋다. 하지만 시험준비를 하는 입장에서 보면 눈감고 헤엄치는 격이 될 수밖에 없다. 채용규모는 갈수록 줄고 어느 회사에서 몇 명을 뽑는지 조차 알기 어려운 상태에서 기업별로 출제유형과 난이도가 천차만별인 시험을 ‘혹시나’ 하는 바람으로 준비해야 하는 것은 희망고문이 따로 없는 셈이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10대그룹 상장계열사 89곳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전체 직원수가 4753명 줄었다. 삼성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포스코그룹 GS그룹 등 4곳은 직원 수가 감소한 반면 현대차그룹 한화그룹 SK그룹 한진그룹 LG그룹 롯데그룹 등 6곳은 증가했다.

상반기 구조조정 회오리에 감원한파가 몰아친 탓이다. 채용이나 감원을 얘기할 때 몇명을 더 뽑았고 내보냈나와 같은 양적 증감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용의 질이다.

매년 반복되는 신입사원 공채에서 계열사별로 어느 직군에서 몇 명을 뽑는지조차 모르는데 직무적합성에 맞춰 입사시험을 준비하는 일이 가당키나 할까.

대학졸업을 앞두고 딸이 대기업 취업을 앞 둔 지인이 있다. 모대학 교양학부에서 글쓰기 전임교수로 있다. 그는 딸이 대기업 입사지원서를 쓰는 데 회사별로 지원분야를 달리하다 보니 그야말로 자기소개서를 수십장씩 다 다르게 써야 했다고 호소했다. 대입 수시 6장 자소서를 쓰는 것과는 비교도 안될 일이라면서 말이다.

대기업들이 정말로 곧바로 현장투입이 가능한 인재를 뽑기를 원한다면 채용일정과 규모 외에도 계열사별 채용인원과 직군 등을 구체적으로, 그것도 공채시즌의 막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에 좀 더 일찍 제공해야 한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내세우고 기업들도 고용을 확대하겠다고 너나없이 외치지만 대개는 '공염불'에 그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분기 영업이익을 수조원씩 내는 삼성전자를 거느린 삼성그룹조차 실용주의를 내세워 있던 직원을 수천명씩 내보내는 판이니 무슨 할말이 더 있겠는가. 하지만 적어도 채용정보라도 속시원히 알려줘야 수퍼을 가운데 을인 취준생들의 희망고문을 조금이나마 줄여줄 수 있지 않을까.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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