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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현명관, 용산 경마장 놓고 맞서

김희정 기자 mercuryse@businesspost.co.kr 2014-07-22 17:5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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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현명관, 용산 경마장 놓고 맞서  
▲ 현명관 대한마사회 회장(왼쪽)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용산 화상경마장에서 만났다.<뉴시스>

서울 용산 화상경마장 운영을 놓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현명관 마사회장이 맞서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마사회가 주민들의 동의를 받지 않은 점을 들어 화상경마장 영업중단을 촉구했다. 반면 현명관 마사회장은 농림수산식품부와 용산구청의 허가를 받은 만큼 적법한 운영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마사회는 “용산 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는 주민동의서 제출 의무가 없다”며 “앞으로 장외발매소 시범운영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22일 밝혔다.

마사회가 이렇게 밝힌 것은 지난 20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용산 화상경마장을 직접 찾아 영업중단을 촉구한 데 대한 대응이다.

박 시장은 이날 용산구 화상경마장 앞 농성장을 직접 찾아 주민들을 만나고 경마장의 내부시설을 둘러봤다. 박 시장은 농성중인 주민들에게 “쾌적한 교육환경과 평온한 주거환경은 화상경마장과 같은 사행시설로부터 철저히 보호되고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마사회는 12만 명의 반대 목소리를 외면하고 일방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며 영업을 즉각 중단하고 주민과 대화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박 시장이 용산 화상경마장을 찾은 날 현명관 마사회 회장이 박 시장을 맞았다. 현 회장은 “반대하는 분도 많지만 찬성하는 주민들도 있다"며 “이미 합법적으로 승인이 난 사안”이라며 영업을 중단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박 시장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초에도 한국마사회에 화상경마장 영업 재검토를 요청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지방자치단체에 사행산업 인허가권이 없어 박 시장의 입장은 법적 효력을 갖지 못한다. 이 권한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게 있다.

◆ 경마장은 왜 이전했나?

화상경마장의 정식 명칭은 ‘마권 장외발매소’다. 경마장에 직접 가지 않고도 마권을 구입해 실내TV로 경마 중계를 보면서 경마를 즐기는 장소를 말한다.

용산 화상경마장은 2001년부터 용산역 바로 옆 ‘용산컨벤션센터’ 건물에 12년 동안 자리잡고 있었다. 12년 넘게 운영하다보니 건물이 오래되고 시설이 열악해 이전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한국마사회는 2010년 3월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이전승인을 받고 2010년 6월 용산구청의 건축허가를 받아 이전 계획을 추진했다.

한국마사회는 이전 용산 화상경마장이 있던 장소에서 약 750m 떨어진 용산전자단지우체국 옆에 새 건물을 지었다. 3년에 걸쳐 1300억 원을 들여 지상 18층, 지하 7층짜리 건물을 지었다.

지난해 9월 공사가 완료됐고 마사회는 이 건물의 2개 층을 한국마사회 용산지점의 사무공간으로 배정하고 10개 층을 화상경마장으로 사용하려고 했다.

◆ 주민들과 학생들의 반대

그러자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들어설 건물이 한국마사회 용산지점인 것으로 알고 있었다. 완공을 4개월여 앞두고 나서야 화상경마장이 들어선다는 사실이 외부에 공개됐기 때문이다.

마사회는 ‘같은 구역 내 이전할 경우 주민동의가 필요치 않다’는 농축산식품부의 내부지침을 근거로 지역 주민들에게 이전사실을 알리지 않았던 것이다.

화상경마장 이전계획이 알려지자 인근 성심여중고 학생과 교사들은 지난해부터 “통학로에 사행시설이 들어올 경우 학생안전과 교육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반대시위에 나서는 등 크게 반발했다. 성심여중고는 학생 수만 1300여 명이다.

지역주민들 또 지난해 ‘용산 마권 장외발매소 추방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이전반대 운동을 벌였다. 

정방 용산 마권 장외발매소 추방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지난 1일 “동일지역 내의 이전이라 주민동의가 필요없다는 규정이 있지만 규모가 2배 넘게 확대돼 인근주민이 달라졌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학교 앞에 250m 떨어진 곳에 4천 명을 수용하는 화상경마장이 생기는데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 한국마사회 임시운영 강행

마사회의 새 건물은 지난해 9월 완공됐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개장이 미뤄졌다. 그러다 지난달 28일 기습적으로 화상경마장을 개장했다.

최원일 한국마사회 홍보실장은 “우리도 대화를 하고 싶었지만 입점 자체를 반대하는 주민들과 소통이 되지 않았다”며 “일단 3개 층 400여 명만 입장시켜 문제가 발생하는 지 지켜본 뒤 정식개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은 개장 당일부터 지금까지 건물 정문 앞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현명관 마사회장은 지난 1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용산 화상경마장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미 1300억 원이 투입된 사업”이라면서 “3개월간 시범영업을 한 뒤 문제가 발생하면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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