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형모 LXMDI 대표이사 사장이 아버지 구본준 LX그룹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증여받으며 승계작업이 차곡차곡 진행되는 가운데 계열사의 실적 개선 전망에 힘입어 지주사 임원 복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구형모 사장은 부친인 구본준 LX그룹 회장으로부터 지주회사 LX홀딩스 지분을 추가로 증여받아 최대주주에 오르는 등 사실상 후계 구도를 굳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구형모 사장이 올 연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지주회사 등기임원으로 복귀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17일 LX그룹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구본준 회장이 구형모 사장에 대한 LX홀딩스 지분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 사장은 LX그룹 출범 직후인 2021년 6월 구본준 회장으로부터 지분 0.60%를 증여받은 데 이어, 같은 해 12월 11.15%를 추가 수증하며 LX홀딩스의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이후 2022년 10월부터 2023년 1월까지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율을 12.15%까지 끌어올렸다.
이후 3년 6개월간 지분 확대 움직임이 없던 구 사장은 지난 8월10일 구 회장으로부터 지분 8.00%를 추가 증여받으며 LX홀딩스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어 오는 9월 10일에도 5.00%의 지분을 추가 증여받을 예정이어서, 구 사장의 최종 지분율은 25.15%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주주총회 일반결의 요건 중 하나가 ‘발행주식 총수의 25% 이상’임을 감안하면, 이번 증여 완료 시 구 사장은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을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한편, 여동생인 구연제씨는 현재 LX홀딩스 지분 8.78%를 보유하고 있으나 그룹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증여 이후 구본준 회장의 잔여 지분율은 7.37%(9월 11일 기준)에 불과해 지분승계 작업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LX그룹의 왕좌를 예약한 구 사장에게도 책임경영이라는 과제는 남아있다.
구 사장은 2022년 11월 실시한 그룹 임원인사로 LX홀딩스에서 자회사인 LXMDI로 전출돼 현재까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LXMDI는 계열사 경영 컨설팅과 IT 인프라 서비스 등을 담당하며 그룹 내 ‘경영개발원’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그러나 각 계열사의 사업 방향과 전략 수립을 지원하는 역할에 머물러 있어, 지주사 임원이 아닌 구 사장이 그룹 전체의 경영 성과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을 지는 구조는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구 사장이 올 연말 인사에서 LX홀딩스 임원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된다. 통상 LX그룹은 2021년 5월 출범 당시를 제외하고 매년 11월 초중순에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해 왔다.
특히 구본준 회장이 현재 LX홀딩스 대표이사로서 그동안 책임경영 행보를 보인 만큼, 후계 구도를 확정한 구 사장 역시 지주사 경영에 직접 참여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LX그룹 관계자는 구 사장의 지주회사 복귀 가능성을 묻는 질의에 “현재로서는 답변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최근 계열사들의 실적 개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구 사장의 경영 전면 등판에 힘을 실어준다.
LX그룹 자체 집계에 따르면 그룹 주요 계열사 4곳(LX인터내셔널, LX하우시스, LX세미콘, LXMMA)의 합산 매출은 2022년 25조2732억 원에서 2023년 20조650억 원, 2024년 22조9396억 원, 2025년 21조7361억 원을 기록하며 출범 첫해인 2021년(22조7817억 원) 수준을 밑돌았다.
같은 기간 합산 영업이익 역시 2022년 1조3457억 원에서 2023년 6869억 원, 2024년 8883억 원, 2025년 5150억 원으로 축소되며 출범 원년(1조2531억 원) 대비 다소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11조9717억 원, 영업이익 4316억 원을 달성하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1.4%, 영업이익은 34.2% 각각 증가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11일 발표한 LX홀딩스 보고서에서 “연결 자회사들의 실적 개선으로 지주사 LX홀딩스의 지분법이익이 크게 증가했다”며 “별도 부문의 견조한 실적과 연결 자회사들의 고른 실적 개선에 힘입어 2026년 LX홀딩스의 호실적이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 LX그룹 광화문사옥.
다만 구 사장 앞에는 단기 실적 개선을 넘어 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하는 중장기 과제도 놓여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의 특성상 실적 변동성이 크다는 점은 부담 요소다. LX그룹은 자원·상사, 물류, 반도체 등 주요 사업이 경기 흐름에 민감해 업황에 따라 실적 흔들림이 큰 편이다. 이에 따라 안정적인 수익 기반이 될 새로운 신사업을 확보하는 것이 구 사장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향후 구 사장이 그룹 경영을 본격적으로 주도하게 될 경우,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대형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LX그룹은 출범 초기인 2023년까지 한국유리공업, 포승그린파워, 자동차 방열소재 기업 FJ컴포지트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추진했다. 그러나 최근 3년간은 대형 인수합병을 통한 신사업 진출 행보가 멈춘 상태다.
한편 1987년생인 구형모 사장은 미국 코넬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2014년 LG전자에 입사해 신사업개발 담당과 전략기획팀 등을 거쳤다.
LX그룹이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2021년에는 LX홀딩스 경영기획부문장(전무)을 맡아 그룹 출범 작업과 전략 수립을 총괄했으며, 2022년 12월 LXMDI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겨 현재까지 이끌고 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