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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호' 부동산PB 고준석 "내 집 마련 지금 하라. '어떤 곳'이 중요"

박혜린 기자 phl@businesspost.co.kr 2023-01-31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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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호' 부동산PB 고준석 "내 집 마련 지금 하라. '어떤 곳'이 중요"
▲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가 31일 서울 강남대로 456 한석타워 제이에듀투자자문 사무실에서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내 집 마련은 (집값이) 떨어지든 올라가든 ‘지금’ 해라.”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올해 대출을 받아 집을 사도 될까라는 조금은 벙벙한 질문에 명쾌하게 ‘사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고 대표는 한국 금융권 ‘1호’ 부동산 전문 프라이빗 뱅커(PB) 출신으로 잘 알려진 부동산 투자자문 전문가이다.

금리는 비싸고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 집값이 한동안 계속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을 생각하면 용감하기까지 한 말이다.

2023년 부동산시장은 고금리와 규제완화 사이에서 시소게임을 하고 있다.

대출도 해주고 세금도 줄여준다는데 지금이 내 집 마련 타이밍일까? 서울에서도 미분양이 속출한다는데 조금 더 기다려 봐야 할까? 실수요자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31일 비즈니스포스트는 고준석 대표를 만나 부동산 하락장에 기회를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2023년 내 집 마련 전략’에 관해 물었다.

-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해도 부동산 가격이 계속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것 같다. 실수요자들의 매매 적기는 언제라고 보는가. 올해 대출을 받아 집을 사도 될까

“IMF로 집값이 떨어질 때 내 집 마련한 사람들은 지금 어떨까, 2008년 금융위기 때 아파트를 산 사람들은 또 어떨까. 지금 내 집을 마련하면 10년 뒤에는 어떨까를 생각해보면 된다.

자금계획이 서 있다고 하면 언제 사느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내 집 장만을 하라고 나는 말한다. 가격이 더 떨어지길 기다리면 매수시점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결혼을 꼭 봄과 가을에 하는 건 아니다. 겨울에라도 좋은 사람을 만나면 하는 거다. 

내 집 마련도 ‘언제(When)’가 아니라 ‘어떤 물건(What)’이냐가 더 중요하다.

미래가치가 있는 것, 다 떨어지는 시장에서도 안 떨어지는 것, 그런 걸 사면 된다.”

- 하락장에도 가격이 안 떨어지는 아파트는 애초에 너무 비싼 지역, 비싼 물건들이지 않나

“아니다. 지금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중 상계동에도 가격이 안 떨어지는 단지가 있다. 

나는 지금도 노도강이 괜찮다고 본다. 노도강은 다 재건축을 해야 하는 지역이라 미래가치가 좋다. 현재 노원의 유일한 새 아파트 상계동 노원포레나 가격을 보면 짐작해볼 수 있다.

상계주공은 1단지부터 16단지까지를 합치면 3만5천 가구다. 목동 1단지에서 14단지(2만5천 가구)보다 더 규모가 큰 동네다.
 
여기에 GTX-C노선이 창동에 들어오고 경전철 동북선이 생긴다. 동부간선도로도 청담까지 지하화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

노원에서도 꼽는다면 중계동을 주목해볼 만 하다.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중계 주공5단지도 괜찮다.

중계동은 동네에 학원이 200여 개가 있다. 교육환경에서 입지적 장점이 굉장히 크다. 중계동이 교통환경이 굉장히 불편한 데도 노원역 3단지, 5, 6단지와 가격이 비슷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 그래도 하락장에 선뜻 매수에 나서기가 망설여지는 실수요자가 많을 것 같다.

“부동산시장 가격은 금리와 공급, 이 두 가지 변수에 따라 결정된다. 그리고 한국은 공급이 부족한 시장으로 지금의 집값은 금리가 통제하고 있다.

그런데 금리는 변동성이 높다. 단기간에도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금리가 조금만 변동해 낮아지는 신호가 나오면 실수요자들은 한꺼번에 시장에 들어가고 그러면 가격은 반등한다. 이렇게 이미 가격이 올라가는 시장에서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사는 것은 (현재 상황에서 사는 것만큼) 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실제 고 대표는 당장 올해 2분기에서 3분기로 넘어가는 시점에 금리가 내릴 수 있다고 바라봤다. 

그리고 금리가 떨어진다면 올해 서울 아파트값은 2~3%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고 대표는 “30일부터 운영된 정책대출 ‘특례보금자리론’을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 시중금리도 내려가고 있어서 특례보금자리론 금리가 싸지도 않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그럼 갈아타면 된다.

물론 집은 내 자금계획이 준비돼 있어야 사는 거다. 난 30년 전부터 내 집 마련할 때 대출을 월 소득의 30% 범위에서 받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월 소득이 300만 원이면 한 달에 원리금 상환금액이 100만 원 정도인 수준만 받으라는 것이다. 

한국 평균 저축률은 35~38% 사이로 집계된다. 2022년 말 한국 평균 저축률을 32%, 2021년 말에는 38%였다. 이런 저축률 한도 안의 돈은 없어도 가계경제를 운영하는 데 이상이 없다고 본다. 

그래서 소득의 30% 안에서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는 정도면 대출을 받아 내 집 마련을 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자금계획이 있어도 미래가치가 있는 아파트인가는 잘 따져봐야 한다. 지금 가격이 크게 떨어진다고 해서 무조건 기회는 아니다. 입지 등 가격에 영향을 미칠 요소들을 잘 판단해야 한다.”

- 집값의 미래가치를 평가하는 요소들은 뭐가 있나

“다섯 가지 정도로 추리는데 우선 제일 중요한 것은 세대 수다. 단지의 세대 수가 1500세대에서 플러스 마이너스 500세대 정도로 봐야 한다. 강남이라도 나홀로 아파트는 가격이 오르는 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교육환경이다. 이 때 교육환경은 학교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학원가가 어떻게 분포, 형성돼 있는가를 말한다. 사실 학교는 없는 곳이 없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이번에 강동구 둔촌주공 청약을 고민하면서 인근 헬리오시티와 비교를 많이 했다. 하지만 둔촌주공 앞에는 학원가가 있다. 또 공교육 환경도 잘 조성돼 있다. 그래서 난 둔촌주공은 무순위 청약, 일명 ‘줍줍’ 물량이 나온다면 신청 해볼까가 아니라 무조건 하라고 말한다. 거기 하라고.

세 번째는 병원, 백화점, 공연장, 도서관 등 생활편의시설이다. 그런데 편의시설 가운데서는 특히 병원이 중요하다. 내 집에서 자다가 쓰러져도 30분 안에 갈 수 있는 병원이 있는 지역은 가치가 높다.

네 번째는 공원 같은 자연환경이다. 한강변 아파트가 비싼 건 한강 때문이 아니라 산책, 조깅할 수 있는 한강둔치 때문이다. 용산이 주목받는 이유도 85만 평 규모 용산공원 조성계획 때문이다.

마지막은 교통환경이다. 버스정류장이 아니라 지하철 노선이 몇 개가 지나는지 등이 중요하다.

이렇게 다섯 가지를 이야기했는데 이런 요인들이 골고루 섞여 있어야 한다. 

- 지금 둔촌주공 ‘줍줍’ 이야기가 잠깐 나왔는데 올해 서울 아파트 ‘입성’을 노리는 무주택자, 1주택자들이 눈여겨 볼 곳들이 있다면

“부동산은 입지다. 미래가치가 있는 곳은 정해져 있다.

올해 방배5구역, 잠원동 신반포4지구 이런 강남3구 재건축 단지들이 일반분양이 예정돼 있다. 강남3구는 아직 분양가상한제 적용 규제를 받는다. 그래서 시세와 분양가가 차이가 날 거다. 이렇게 차이가 날 때 사야한다.

또 지금은 ‘새 집을 팔고 헌 집을 살 때’다. 정부가 지금 재건축 규제를 거의 다 풀어줬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재건축을 한다는 건 입지가 좋다는 뜻이다. 위에서 언급한 다섯 가지 인프라를 누리려면 재건축을 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투자 측면에서는 재건축 아파트가 더 미래가치가 있다.“

- 미래가치, 입지 다 알겠다. 하지만 집값이 그렇게 내렸다는 데도 여전히 서울 아파트 가격이 너무 비싸 부담이 큰 실수요자들도 많다. 혹시 자금사정이 조금 ‘타이트’하지만 서울 포함 입지 좋은 수도권에 내 집 마련을 하고 싶으면 ‘아파텔’ 같은 오피스텔, 빌라 매매는 어떤가

“‘짝퉁’은 안 된다. 짝퉁은 영원히 짝퉁이다. 

살 수는 있지만 팔 때가 어렵다. 환가성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격도 잘 안 올라간다.

내 집 마련으로 주거안정과 플러스 알파로 재테크 목적도 있다면 이 두 가지 만족을 위해서는 아파트를 매매하는 것이 좋다.”

- 요즘 젊은 세대들도 아파트 경매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아파트 경매시장 전망은 어떻게 보는가, 실수요자들도 뛰어들어볼만할까

“경매는 집을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다. 대출 받을 돈을 ‘헷지’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다.

지금은 집값이 떨어지다 보니 사람들이 경매도 안 들어온다. 그러니 경쟁률이 낮아지고 유찰이 많이 되는데 이 가운데서도 입지 좋은 지역의 ‘옥석’을 가려 사면 내 집을 마련하고 재테크를 하는 데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본다.”

- 마지막으로 정부의 1.3 부동산 규제완화 대책이 부동산시장 연착륙에 효과가 있을까

“공급을 늘리는 측면에서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앞서도 말했듯 부동산 가격은 금리와 공급이 결정한다. 금리가 떨어지면 가격이 또 올라가는데 그 때 가격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공급이다.

규제를 풀어야 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이 되는 거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정부가 잘 하고 있다고 본다.”
 
[인터뷰] '1호' 부동산PB 고준석 "내 집 마련 지금 하라. '어떤 곳'이 중요"
▲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 <비즈니스포스트>
고준석 대표는 한국 금융권 ‘1호’ 부동산 전문 프라이빗 뱅커(PB)이자 금융권 최초로 신한은행에서 부동산 전문 투자자문센터를 만든 주역이다.

고 대표는 신한은행 입사 4년차에 경매 담당부서로 발령이 나면서 부동산시장과 인연을 맺었다. 그 뒤 30여 년을 부동산 전문 컨설턴트로 활약해왔다.

금융권에 몸담고 있으면서 대내외적으로도 부동산 전문가로 활발하게 활동한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고 대표는 1990년에 신한은행에 공채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뒤 4년 전까지도 신한은행에서 일했다.

은행을 나와 2년은 동국대학교 법학대학원 강단에 교수로 섰고 2년 전 제이에듀투자자문회사를 세웠다.

고 대표는 처음 은행원으로 입사할 때는 부동산에는 관심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1994년 회사에서 경매 관련 부서로 발령이 나 경매대출 업무를 담당하면서 관심이 생겼고 결국 동국대에서 법학공부까지 시작해 석, 박사과정을 마쳤다.

고 대표는 경매부서에서 일하면서 전국의 경매물건들을 다루면서 부동산시장에서 경험을 쌓았고 이를 바탕으로 2001년에는 ‘융자계 고대리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첫 저서도 발간했다.

책을 낸 뒤 조선일보에 ‘알기쉬운 경매대출’이라는 칼럼에 글을 기고하면서 대외활동의 폭을 넓혔다. 고 대표는 당시 칼럼 글이 한 번 나가면 50~60명이 경매대출 신청문의를 하러 몰려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래서 ‘융자계 고대리’시절 별다른 영업도 없이 부동산 경매대출로 약 800억 원 실적을 올렸다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이후 2002년 금융권 최초로 프라이빗 뱅커(PB)를 출범하면서 부동산 전문가에 고 대표를 발탁했다. PB는 보통 예금금액 5억 원 이상인 고객들만 관리한다.

고 대표는 그 뒤로도 신한은행에서 잠실갤러리아팰리스지점장, 청담역지점장, 동부이촌동지점장 등 ‘핫’한 동네는 다 거쳤다. 

또 최저 예금한도가 50억 원인 고객, 즉 전국구 자산가들만 상대하는 프리빌리지서울센터장까지 역임하면서 그야말로 ‘부자들의 자산관리’를 도맡았다.

나중에는 금융권 최초의 부동산투자자문센터를 만들어 센터장을 맡았다. 신한은행의 부동산 경매플랫폼 신한옥션SA도 고 대표가 주축으로 구축했다.

고 대표는 “부동산 전문 PB도 최초, 부동산투자자문센터도 최초다”며 “(금융권 부동산 컨설턴트부문에서는)내가 조상이다”고 농담을 던졌다.

고 대표는 현재 투자자문회사 대표로 일하면서 경매강의, 유튜버, 온·오프라인을 통한 내 집 마련 관련 무료상담까지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열 번째 책인 ‘부동산 재벌들’도 출간했다. 박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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